남의 나라 일에 과도하게 간섭하거나 비판하는 것은 주권 침해가 될 수 있다지만 그들이 우스꽝스럽게 비치는 건 어쩔 수 없다. 미국이 건국 250주년을 기념한다며 자국 대통령의 얼굴과 서명 등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아프리카 최빈국에서나 보던 국가원수 우상화가 겹친다. 알다시피 미국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다.
◆한정판 여권에, 100달러 지폐에
미 국무부가 독립 250주년을 기념해 7월부터 한정판 여권을 발급하기로 했다. 의아한 대목이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이 여권 표지 안쪽에 들어간다. 그 아래에는 금색으로 된 그의 서명이 들어간다. 그의 얼굴 뒤로는 독립선언문이 박힌다. 이 여권을 발급받는 데 추가 비용은 없다.
올리비아 웨일스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 애국적인 여권 디자인으로 미국 국민이 건국 250주년 축하에 참여할 수 있는 또 다른 대단한 기회가 생겼다"고 밝혔다. 여권에 대통령의 얼굴과 서명이 들어간 것이 애국과 어떤 직접적 인과관계가 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황당해 보이는 건 한정판 여권만이 아니다. 지난달 말 미 재무부는 건국 250주년 기념 차원으로 신규 발행되는 100달러 지폐에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넣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지폐 발행을 시작한 1861년부터 재무장관과 차관의 서명을 넣어왔다. 165년 만에 그 자리에 대통령 서명을 넣기로 한 것이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도 "미국의 성취를 기념하는 방안으로 달러 지폐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담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기념주화, 골드카드도 있다니
기념주화도 찍어낼 계획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이 새겨져야 한다. 미국 미술위원회의 공이 컸다. 미술위원회는 그의 초상을 담은 24K 순금 기념주화 디자인을 만장일치로 승인한 바 있다. 주화의 양면 중 한쪽 면에는 책상에 상체를 기울이고 정면을 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이, 다른 면에는 날개를 펼친 흰머리독수리가 담긴다. 흰머리독수리는 미국의 국조(國鳥)다.
기념주화는 유통되는 화폐가 아닌 수집용이다. 판매가가 공개되진 않았지만 비슷한 주화가 1천 달러(약 148만 원) 남짓에 판매된 적이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브랜든 비치 미 연방재무관 역시 앞선 관리들과 흡사한 발언을 했다. 그 역시 "주화 앞면에 새겨질 인물로 현직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보다 더 상징적인 인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 모든 이벤트들과 관련해 야당인 민주당의 입장은 한결같다. "역겹고, 비미국적인 계획"이라는 것이다. 특히 제프 머클리 상원의원은 "동전에 자기 얼굴을 새기는 이들은 군주나 독재자이지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가 아니다"라고 비꼬았다. 100만 달러(약 14억8천만 원)를 내면 영주권을 준다던 '골드카드'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이 들어가 있다. 이쯤 되면 그를 '미국의 공공재'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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