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핀 꽃이 오래 간다 했다. 삼성 라이온즈의 전병우(33)에게서 그럴 기미가 보인다. 공수에서 알토란같은 활약으로 팀과 함께 상승세. 삼성이 프로야구 판도를 흔드는 데 한몫하고 있다. 박진만 감독도 팀에 꼭 필요한 선수라 할 정도다.
삼성엔 시즌 초부터 부상 악재가 잇따랐다. 내야에선 22살 동기인 주전 유격수 이재현, 3루수 김영웅이 빠졌다. 다행히 이재현은 12일 복귀했다. 이날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솔로 홈런을 때려 복귀 신고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수비할 때 움직임도 괜찮았다.
문제는 3루수 자리. 김영웅이 햄스트링(허벅지 뒤 근육) 부상으로 10경기만 뛰고 이탈했다. 1할대 타율(0.171)로 부진한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 애초 복귀 예상 시점은 이달 중순이었다. 하지만 복귀를 준비하다 또 다쳤다. 6월 중순은 돼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김영웅은 공수에서 팀의 핵심 자원. 지난 2시즌 연속 20홈런 이상 때린 신예 거포다. 수비도 좋다. 어깨가 강하고 발 움직임(풋워크)이 좋은 데다 포구 동작도 부드럽다. 수비만으로도 주전 자리를 꿰찰 만하다 할 정도. 유격수 수비까지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한데 김영웅의 공백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전병우가 공수에서 그 자리를 잘 메우고 있어서다. 31경기(12일 기준)에 나와 타율 0.287, 3홈런, 20타점으로 선전했다. 수비에서도 든든하다. 3루 자리는 물론 경기 중·후반엔 1, 2루 수비도 한 번씩 맡는다.
전병우가 프로에 데뷔한 건 2015년. 하지만 이후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롯데 자이언츠, 키움 히어로즈를 거쳐 2023년 2차 드래프트(주축 외 자원을 대상으로 한 비공개 드래프트)를 통해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삼성에서도 '백업' 신세. 지난 시즌 59경기만 뛰었다.
올 시즌은 다르다. 김영웅 대신 출전, 4월 타율 0.303으로 펄펄 날았다. 5월 들어 다소 지친 기색. 하지만 최근 다시 힘을 내고 있다. 12일 LG전에선 만루 홈런을 터뜨렸다. 1대1로 맞선 8회초 2사 만루에서 나온 한 방. 결국 삼성은 9대1로 승리, 8연승을 달렸다.
그뿐 아니다. 지난주엔 몸을 던져 팀 승리를 이끌었다. NC 다이노스전(5대4 승)이 열린 9일 1대0으로 앞선 5회초. 3루 주자 전병우는 좌익수 뜬공 때 홈으로 쇄도했다. 포수 김형준이 태그를 시도했으나 몸을 비틀어 피했다. 그리곤 오른손으로 홈플레이트를 찍었다.
10일 NC전(11대1 승)에서도 주루 플레이가 돋보였다. 0대0으로 맞선 2회초 2사 2, 3루 때 NC 포수가 2루에 견제구를 던졌다. 그 틈에 3루 주자 전병우가 과감하게 홈까지 파고들었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홈 스틸'. 승부의 균형이 깨졌고, 삼성이 승기를 잡았다.
지금 전병우의 오른팔엔 붕대가 감겨 있다. 9일 홈에서 몸을 날리다 얻은 '영광의 상처' 탓. 그 몸으로 12일 만루 홈런까지 때렸다. 묵묵히 땀을 흘리며 긴 세월을 견딘 결과. 이젠 조금 길이 보이는 듯하다. 포기하지 않은 덕분이다. 포기는 배추 셀 때나 쓰는 말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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