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나이는 숫자일 뿐'인 듯하다. 불혹을 훌쩍 넘겼는데도 한창 때 모습과 다를 바 없다. 삼성 라이온즈의 베테랑 최형우 얘기다. 지금도 삼성 타선의 기둥이다. 그가 뒤를 든든히 받쳐주는 덕분에 삼성도 프로야구 정상을 노릴 만하다.
◆한계를 잊어버린 최형우
'에이징 커브'(Aging Curve)는 스포츠에서 선수가 늙어 능력이 감퇴하는 것을 이르는 표현. 나이가 들면서 운동 능력이 줄어드는 정도를 분석, 함수 그래프로 변환해보니 포물선 모양을 그린다 해서 만들어진 말이다. 우리말로는 노쇠화라고 할 수 있겠다.
프로야구 선수들의 전성기는 보통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 한데 최형우는 다르다. 세월을 잊었다. 처음 타율 3할대(0.340)에 진입한 건 29살이던 2013년.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올해 타율(11일 기준)은 0.371다. 1983년 12월생이니 올해 42살이다.
최형우는 2002년 삼성에서 데뷔했다. 2017~2025년엔 KIA 타이거즈에서 뛰었다. 지난 겨울 다시 '친정'이 내민 손을 잡았다. 삼성의 선택에 물음표가 달리기도 했다. 실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다만 언제 에이징 커브가 와도 이상하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물음표를 깔끔히 지웠다. 이름값이 아니라 실력으로 그랬다. 2010년 전후 때처럼 최형우는 여전히 팀 타선의 중심. 팀 내에서 타율(0.371), 장타율(0.597), 안타(46개), 홈런(7개) 부문 1위다. 10개 구단 전체 선수들과 비교해도 출루율 2위, 타율과 장타율 3위다.
영락없는 4번 타자감. 자신은 젊은 선수들에게 중심 타선을 맡기고 6번 타순 정도가 좋겠다 한다. 하지만 그러기엔 너무 잘 한다. 구자욱, 르윈 디아즈와 함께 3~5번 타순을 이룬다. 최형우는 지난해 12월 2년 최대 26억원에 친정으로 돌아왔다. 돈이 아깝지 않다.
최형우는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로 출근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팬들 덕분이다. 그는 "지금 많이 행복하다. 한 번씩 1루에 나가면 정병곤 코치님과 그런 얘기를 한다. 잘하든, 못하든 항상 야구장을 가득 메워주시는 팬들이 정말 고맙다. 감동적이다"고 했다.
◆베테랑은 신기록 제조기
최형우는 '기록의 사나이'다. 지난 3일 한화 이글스전에 3번 타자로 나서 홈런 1개를 포함, 4타수 4안타 1볼넷 2타점으로 맹활약했다. 이날 4안타를 보태 통산 2천623안타를 적립, 손아섭(두산 베어스·2천622안타)을 제치고 리그 통산 최다 안타 기록을 새로 썼다.
꾸준히, 잘 해서 세울 수 있는 대기록. 철저한 자기 관리가 몸에 밴 덕분이다. 최형우는 기본에 충실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매일 웨이트트레이닝을 거르지 않는다. 매년 초 시즌 준비도 남보다 일찍 시작한다. 40대가 된 뒤엔 충분히 잘 쉬는 데도 신경을 쓴다.
평정심도 그의 무기. 여유와 냉정함을 잃지 않는다. 오랜 세월과 경험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 리그 통산 최다 안타 신기록을 세우고도 담담했다. 밝게 웃긴 했지만 들뜨지 않았다. 오랜 시간 야구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쌓이는 기록일 뿐이라는 게 그의 말.
당시 최형우는 "(신기록까지) 안타 몇 개가 남았는지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크게 신경 쓰진 않았다"며 "나는 이제 끝물이다. 기록을 세워도 후배들이 다 갈아치울 거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젊은 타선에 경험과 안정감을 더해줄 거란 생각이 맞았다.
그가 최근 새로 쓴 기록은 더 있다. 지난 10일 NC 다이노스전에서 리그 최초 통산 2루타 550개 기록을 세웠다. 이튿날엔 2안타를 추가해 리그 최초 통산 4천500루타 기록까지 달성했다. 이미 리그 최다 타점 기록(1천764개)을 갖고 있어 뛸 때마다 새 기록이다.
최형우의 방망이는 여전히 뜨겁다. 최근 10경기 타율도 5할(0.545)을 넘는다. 리그 최고령 선수라는 게 무색할 정도. 잘 치면서도 침착하다. 노련하게 볼을 잘 고른다. 볼넷 31개를 골라 리그 1위. 이럴 때는 나이가 장점이 된다. 늘푸른 소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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