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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대의 건축인문기행] 144년 미완성을 완성하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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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자형 도시로 계획된 바로셀로나 도시의 주인공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다. 인터넷 갈무리
격자형 도시로 계획된 바로셀로나 도시의 주인공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다. 인터넷 갈무리

바르셀로나 올림픽(1992년), 황영조 선수가 몬주익 언덕을 질주하던 장면을 기억한다. 그 56년 전 베를린 올림픽에서 손기정 선수의 일장기 금메달 이후, 우리 마라톤의 금메달 현장이었 다. 바르셀로나 만국박람회(1929년), 미스가 설계한 독일관은 박람회 후 철거되었지만 52년 후, 그 자리에 복원되었다. 다시 지어진 건축은 세계문화유산으로는 인정되지 못했지만 중요한 근대 건축유산으로 존재한다.

오늘날 바르셀로나는 안토니오 가우디의 건축 사그라다 파밀리아(聖家族敎會)로 향하는 세계인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지나친 관광객 유입으로 도시 방문객 수를 제한하는 정책까지 논의되고 있다.

1882년 착공 이후 144년 동안 공사가 이어진 성당은 단순한 종교 건축을 넘어, 도시 역사와 전쟁, 신앙과 집념, 예술과 기술이 응축된 장대한 시간의 기록이다.

가우디 사망 100주년이 되는 2026년 6월은, 144년 미완성 건축이 완성되는 역사를 맞게 된다. 또한 첨탑 완성으로 세계 가장 높은(172.5m) 종교건축이라는 기록이 세워진다.

144년 공사의 건축은 건축가 가우디 서거 100주년을 맞는 6월 완공이 된다. 인터넷 갈무리
144년 공사의 건축은 건축가 가우디 서거 100주년을 맞는 6월 완공이 된다. 인터넷 갈무리

◆혼란의 시대, 성당의 출발

19세기 후반 유럽은 산업혁명 이후의 변화 속에 있었다. 철도와 공장 굴뚝이 솟아오르고 도시 인구 급증은 사회구조를 변화시켰다. 풍요와 혼란의 시대에 전통적 종교 질서도 급변하였다.

유럽 예술 건축은 신고전주의 양식 이후, 세기말에 이르는 새로운 흐름이 태동하고 있었다. 아르누보(Art Nouveau), 유기적 생태, 자연의 곡선을 강조하는 새로운 예술 정신이 건축을 중심으로 움트고 있었다.

이러한 시대 상황에서 종교 서적상 보카벨라는 시민들의 기부로 세워지는 '속죄의 성당' 건립을 주도한다. 중세적 종교권력의 과시가 아닌 회개신앙으로 복귀하는 이름도 '성 가족교회'이다.

1882년 시작된 최초 설계는 당시 일반적이던 신고딕 양식이었고, 공사 초기 의견 충돌로 설계자는 사임한다. 31세 젊은 건축가 가우디가 후임자로 선임, 그 당시 누구도 젊은 건축가가 평생을 바쳐 건축의 역사를 남기게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스테인드글라스 빛과 함께, 기둥은 나무처럼 천장은 숲처럼 살아있는 공간 분위기이다. 인터넷 갈무리
스테인드글라스 빛과 함께, 기둥은 나무처럼 천장은 숲처럼 살아있는 공간 분위기이다. 인터넷 갈무리

◆생명과 자연, 실험의 건축

가우디는 1852년 카탈루냐 구리 세공업자 아들로 태어나 성장했다. 그러한 환경은 훗날 건축적 감각에 큰 영향을 미쳤으리라. 일찍이 그의 천재성을 알아본 구엘은 후원자이자 건축주가 되었다. 구엘의 후원 아래 가우디의 독창적 건축 세계를 펼칠 수 있었고, 건축을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처럼 바라보는 건축 철학은 사그라다 파밀리아에서 그 절정에 이르게 된다.

가우디는 고딕 양식의 날카롭고도 차가운 수직성을 넘어 자연의 곡선을 건축 속에 끌어들이는 아르누보를 설계한다. '인간의 건축은 신의 창조물 자연을 넘어서는 안 된다'며 첨탑 높이를 도시 상징 몬주익 언덕보다 낮추어 설계한다.

그의 건축에는 직선이 거의 없다. 벽은 살아 움직이는 생물처럼 휘어지고, 기둥은 나무 가지처럼 갈라지며, 천장은 숲의 캐노피처럼 퍼진다. 내부 공간에서는 울창한 숲 속에 있는 듯하다. 고딕양식의 버팀벽과 플라잉 버트레스 대신, 자연의 힘으로 스스로 균형을 이루는 불규칙구조, 기둥은 나무처럼 바람과 무게를 스스로 견디고 자립하는 자연이다. 스테인드글라스 추상의 빛은 시간의 변화까지 반영하는 공간예술임을 보여준다.

쌍곡면, 나선형 계단, 복합 곡면 등의 실험을 거듭하며 '내 의뢰인은 신(神)이므로 시간을 서두르지 않는다.' 라며 재촉을 거부했다.

그의 설계도면 스케치는 당시 기술로는 실현이 어려운 구조였다. 미래를 예측했을까? 오늘날의 디지털 3D 모델링, CNC 석재 절단 기술로서야 비로소, 정확하고도 빠른 시공이 가능해진 것이다.

파사드와 첨탑은 성경 속 인물과 스토리를 표현하는 거대한 성경책이다. 인터넷 갈무리
파사드와 첨탑은 성경 속 인물과 스토리를 표현하는 거대한 성경책이다. 인터넷 갈무리

◆건축가의 죽음, 전쟁의 상처

가우디 생애 후반 43년을 성당 공사에 바쳤다. 평생 독신자로 지하 작업실에서 오로지 건축과 신앙에 몰두한 수도자의 삶이었다. 1926년 6월 오후 산책길에서 전차 사고를 당했다. 초라한 행색에 신원미상 노숙자로 병원 이송도 늦어졌다. 73세로 세상을 떠났을 때, 성당은 겨우 4분의 1의 공정이었다. 유언에 따라 성당 지하에 묻혔고 결국 건축가와 건물은 하나의 운명체가 되었다.

세계대전과 스페인 내전 속에서 공사는 중단이 거듭되었다. 특히 1936년 스페인 내전 당시 무정부주의자들이 성당과 작업실을 습격해 작업 모형과 설계도를 불태웠다. 수많은 자료가 소실되고 공사 노동 기술자들도 희생되었다. 전쟁 후, 잔존하는 파편적 모형과 스케치, 구술기록 으로 설계의도를 추정해야 했다. 오늘날, 지하 작업실은 당시 복원된 모형과 일부 자료들이 보존된 기념관이 되었다.

◆디지털 시대에 완공

20세기 말 이후부터 공사는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과거 장인의 경험에 의존하던 작업이 컴퓨터 3D 설계(CAD), 디지털 기술 도입으로 가우디가 상상했던 복잡한 형태 구조들이 실현 가능해진 것이다. 그러나 현대 도시 시스템과 충돌하기 시작했다. 관광객 폭증, 지하철 공사, 주민 이주 문제, 젠트리피케이션 등 도시적 갈등이 나타났다.

놀라운 사실이 2016년에 등장한다. 130년 넘게 건설되던 건물이, 세계적 유명한 건물이, 건축 허가를 받지 않은 무허가 현장이었다는 것이다. 137년 만에 법적 허가를 받은 것이다. 이미 2010년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성당봉헌식이 있었던 것이다.

◆3개의 파사드, 18개의 탑

로마 베드로성당은 실내 천정화로 성경을 표현하며,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18개 첨탑 성경 속 인물들로 표현하는 거대한 성경이다.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중앙 높은 첨탑, 3개 파사드는 탄생, 수난, 영광과 12제자의 탑과 조형으로 표현한다. 천상(天上)에 바치는 형상들은 인간의 눈높이를 벗어나 있다.

가우디 생전에 거의 완성된 부분은 정면 탄생의 파사드이다. 인간의 탄생과 생명의 상징 식물 동물이 조각되어 있다. 수난의 파사드는 예수의 고난과 죽음을 단순하면서 날카로운 표현이다. 탄생이 생명의 축제라면 수난은 죽음과 침묵이다. 영광의 파사드는 인간 구원과 천국을 상징하는 조형이다. 세계를 여행 중이던 일본인 조각가는 감명 받은 이곳에 정착하여 조형 작업에 헌신한다고 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스케치
사그라다 파밀리아 스케치

◆가우디의 도시

산업혁명에서, 제1,2차 세계대전, 스페인 내전, 독재정권, 민주화, 디지털 혁명까지 3세기의 시간을 관통하는 건축이다. 상처받고, 멈추고, 다시 이어진 건축은 일찍이 완성된 건축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진다.

최장 공사 기록의 쾰른 대성당 600년은 수많은 중단 기간이 포함되어, 실제 연속 공사기간만 보면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세계 최장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포함하여 가우디 7개 건축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그 6개가 있는 바르셀로나는 바로'가우디의 도시'이다. 한 건축가가 평생 바친 꿈, 세기를 이어온 건축을 찾는 세계인들은 끊임없이 바르셀로나로 향하고 있다.

건축가·전 대구경북건축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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