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대운기로연회도'는 핵심 장면인 두 폭만 남았으나 원래는 8폭 병풍이었을 것이다. 전체가 온전한 8폭의 또 다른 '권대운기로연회도'가 서울대학교박물관에 소장돼있기 때문이다. 같은 병풍을 여러 벌을 제작해 주요 참석자들이 각각 소장하며 일시동사(一時同事)의 기념물로 삼았을 것이다. 서울대본의 제1폭 서문과 제8폭 참석자 명단인 좌목(座目)을 통해 이 그림을 파악할 수 있다.
권대운(1612~1699)은 숙종 때 영의정을 지낸 고위 관료이고, 기로연은 기로소(耆老所)의 잔치다. 기로소는 기로사(耆老社), 기사(耆社)라고도 했다. 나이 칠십을 넘기고 정2품 이상을 지낸 문관을 소속시켜 양로(養老)의 윤리를 실천하며 나라의 원로를 예우하는 상징적 권위를 지닌 기관이었다. 관복(官福)과 수복(壽福) 두 가지를 모두 누려야 가능한 일이므로 기로소에 들어가는 것은 개인과 가문의 명예였다.
그림 중앙의 권대운, 목내선, 이관징, 오정위 네 분은 모두 기로소에 입소했고 같은 붕당인 남인이다. 좌우로 이들의 후손 넷이 배석했고, 제일 오른쪽은 권대운의 손자다. 상중하 삼단으로 차등을 줘 자리를 배치했고, 옷의 색깔로도 구분되게 했다. 인물도 중요도에 따라 대중소가 다른 주대종소(主大從小) 표현법이다. 여성들은 더욱 작게 그렸다. '기로연회도'로 제목이 붙여졌지만 기로연은 원래 궁궐이나 관청에서 베풀어지는 공식적인 국가 행사다. 이 연회는 서울 남산 아래 권대운의 집에서 열린 사적인 잔치였다.
화의(畵意)가 특이하다. 행사를 기록한 그림이면서, 참석자 각각의 얼굴이 분명하고, 고사인물화의 감상성까지 중첩시켰으며, 한중이 섞였다. 집은 조선 기와집이고, 도홍색(桃紅色) 관복을 비롯해 9명의 남성은 분명 현장의 당사자들인데 정원의 조경과 집기, 시중드는 10명의 여성은 중국 고사화의 모티브를 가져왔다. 당 아래 뜰에서 한 여성이 술잔을 올리며 권주가를 부르는 장면으로 그렸다.
'권대운기로연회도'는 행사기록화인 동시에 길상적인 감상화이고, 참석자들의 얼굴이 모두 8분면으로 정면을 향하는 집단 초상화인 다기능적인 교묘한 작품이다. 윗분들의 요구사항을 모두 만족시킨 숙종시대 화원화가의 실력 만세다.
대구의 미술사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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