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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심강우] 생각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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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우 시인·소설가

심강우 시인·소설가
심강우 시인·소설가

#물방울의 생각

똑똑똑. 쉼 없이 부딪쳐 마침내 구멍을 냈다. 나보다 백 배 천 배는 단단한 바위를 기어이 굴복시켰다. 구멍이 넓어질 때마다 내 동료들의 규합도 쉬워진다. 역시 뭔가를 이루기 위해선 세력을 키워야 한다. 보는 게 많아 아는 것도 많은 구름이 말하길 당위성은 승리한 자의 문패 같은 것이라고 했다. 언젠가 바위가 완전히 쪼개져 작은 샘이 생길 것이다. 샘이 커져 저수지가 되고 나아가 광대한 호수가 될 수도 있겠지. 그렇다. 우리네 의도가 곧 정도(正道)이다.

#바위의 생각

똑똑똑. 오랜 시간 눈물방울 떨구는 모습이 가여워 방 한 칸 내 주었다. 눈물방울의 몸에 꼭 맞는 둥글고 예쁜 방을. 내 겨드랑이에 해당하는 몸통 어딘가에 틈입하여 웅크리고 있다가 조금씩 떨어지는 저 연약한 감정의 부스러기들. 그런데 이 무슨. 방을 넓히는 것도 모자라 차제에 지하실이라도 내겠다는 심산인지 이즈음엔 노골적으로 칭얼거리고 두드린다. 바람이 전하는 건너편 강물의 성정은 이렇지 않았다. 물이라고 다 같은 물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소나무의 생각

똑똑똑. 그 소리가 갈수록 빨라지고 커진다. 그래도 바위 틈새에 빌붙어 사는 내 신세보다는 나을 성싶다. 물방울의 꿍꿍이를 안 바위의 심기가 불편해질수록 내 불안도 커진다. 이럴 바엔 물방울의 발원지가 막혔으면 싶다가도 직박구리 가족을 보고 마음을 고쳐먹는다. 어미 직박구리와 새끼들이 바위의 발등에 난 움푹한 상처를 둘러싸고 있다. 그들은 거기 고인 물로 목을 축이고 있다. 저쪽의 아픔이 이쪽의 해갈로 치환되는 경이로운 장면을 목도하는 중이다.

#직박구리의 생각

똑똑똑. 다 좋은데 바위에 고인 물의 양이 찔끔찔끔, 성에 차지 않는다. 대부분 바위를 타고 흘러내려 땅 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게다가 금세 말라버린다. 바위 몸통에 묻은 저것을 쪼아 마실 수 있으면 좋으련만. 벌레도 많고 열매도 많아 취식엔 최적의 환경인데 다만 물이 문제다. 벼락이라도 떨어져 바위가 쪼개진다면, 그리하여 콸콸 물이 쏟아지면 얼마나 좋으랴.

#사람의 생각

똑똑똑. 물이 떨어지는 소리에 고개를 젖히고 올려봤다. 다시 봐도 놀랍다. 저런 규모의 암벽이 있을 줄 몰랐다. 아무튼 저것 때문에 길이 막혔다. 우회해서 가기엔 지형이 너무 가파르다. 벌레가 많은 것도 저것이 드리운 그늘 때문으로 보인다. 저것만 없으면 트레킹 코스를 연장할 수 있을 것이다. 암벽 중턱에 붙어 있는 말라비틀어진 소나무 좀 보라지. 사람으로 치면 영락없는 중환자 몰골이다. 이거야 원, 산행할 기분이 싹 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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