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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 가정의 달, 어떤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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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소현 주간본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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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날을 맞아 어린이집 알림장에 짧은 감사 인사를 남겼다. "우리 아이를 예뻐해주시고 따뜻하게 돌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복직 후에도 안심하고 하루를 보낼 수 있습니다."

짧은 문장이었지만 쓰고 나니 마음이 조금 뭉클했다. 누군가 우리 아이를 함께 돌봐주고 있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큰 안심이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있는 동안 만큼은 "잘 지내고 있겠지"라고 믿고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것. 어쩌면 평범한 부모들의 일상은 그런 믿음 위에서 굴러가는지도 모르겠다.

감사 인사를 적고 나니 문득, 그런 안심을 쉽게 누리지 못하는 부모들이 떠올랐다. 취재 현장에서 만났던 장애 아동 부모들이다.

장애 아동 부모들 역시 아이를 학교와 어린이집, 돌봄기관에 맡긴다. 다만 그 과정은 훨씬 어렵고 절박하다. 특수학교는 여전히 '하늘의 별 따기'에 가깝고, 일반학교 특수학급 역시 과밀 상태다. 자리가 없어 일반학급에 먼저 배치된 채 특수학급 자리를 기다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 부담은 가족의 삶 자체를 바꿔놓기도 한다. 부모들은 아이에게 맞는 교육 환경을 찾아 삶의 터전을 옮긴다. 실제 한 가족은 특수학급과 돌봄 자리를 따라 범어동에서 칠곡으로, 다시 중구와 남구로 이사를 반복했다. 어렵게 학교를 보내고 나서도 마음을 놓기는 어렵다. 새 학기마다 어떤 인력이 배치될지, 아이가 안정적으로 학교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지 마음을 졸인다. 인력이 부족할 때면 부모가 직접 학교를 오가며 아이의 이동과 화장실 이용을 돕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한 어머니는 결국 일을 그만뒀다고 했다. 수업 중 돌발 상황이 생기거나 아이의 이동, 안전 문제로 부모가 직접 와야 하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언제 학교에서 연락이 올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직장생활을 이어가는 건 쉽지 않았다고 했다. "늘 상시 대기 상태 같았다"는 말이 오래 남았다.

물론 현장에도 현실적인 어려움은 존재했다. 특수교사와 실무 인력은 충분하지 않고, 학교 역시 제한된 인력 안에서 운영된다. 통합교육이 확대되고 있지만 학생별 특성과 지원 수준은 모두 다르다. 교사와 실무사, 부모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버티고 있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른다. 실제 현장에서는 "누가 더 지원을 받아야 하는가"를 두고 서로의 자리를 걱정하는 일도 벌어진다. 구조가 감당해야 할 문제들이 종종 개인 사이의 갈등처럼 흘러가는 셈이다.

그럼에도 변화의 움직임은 이어지고 있다. 최근 교육 현장에서는 학교 단위 통합지원 체계를 강화하려는 시도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대구에서도 통합교육지원단 운영과 수준별 특수학급 확대 같은 변화가 진행 중이다. 해외처럼 학교 안에서 교사 지원과 학부모 상담, 외부기관 연계를 함께 조정하는 체계의 필요성 역시 꾸준히 제기된다. 결국 중요한 건 부모 개인의 희생만으로 버티는 구조에서 벗어나는 일일 것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함께 웃고 여행을 떠나고, 아이 손을 잡고 추억을 만드는 가족의 풍경이 넘쳐난다. 하지만 어떤 가족에게 하루는 여전히 긴장과 대기, 미안함 속에서 흘러간다.

알림장에 남겼던 편지를 다시 읽어봤다. "덕분에 안심하고 하루를 보낼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너무 당연한 이 문장이, 언젠가는 어떤 가족에게도 당연한 말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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