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담보로 걸고, 나라도 위할 겸 돈 벌러 갔죠."
국군 맹호부대 박격포 부사수인 이택우(84) 월남전 참전용사는 1965년 11월 25일 베트남 전쟁터로 떠나, 정확히 1년 만에 돌아왔다. 이유는 간명했다. 독일 파병 광부나 간호사처럼 군인의 신분으로 한달 수입 45달러를 벌기 위함이었다. 당시로서는 생명 수당까지 합쳐져, 꽤나 많은 월급이었다. 2년 정도 있다 돌아오면, 고국에서 집을 살 정도였다.
지난달 28일 주간매일 취재진과 함께 국립영천호국원을 찾은 그는 목숨을 달리한 월남전 참전용사들의 묘지 앞에서 경건한 참배를 올렸다. 한 손엔 태극기, 한 손엔 꽃다발을 들고, 이곳 저곳 참전 용사들의 묘지에서 호국 영령을 위한 묵념을 하기도 했다. 그런 후에 61년 전 치열했던 전장(戰場)의 포화 속으로 잠시 상념에 잠겼다.
◆맹호부대 박격포 부사수 "병장 이택우"
"아직도 오른쪽 귀로는 작은 소리가 잘 들리지 않습니다."
이 용사는 베트남 전쟁에 투입된 1년 동안 거의 박격포 부사수라는 직책을 부여받고, 적진을 향해 수천-수만발의 포를 쏘았다. 지축을 울리는 포성을 매일 같이 듣다보니, 노후에 청력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당연지사. 그는 인터뷰 도중에도 가능하면 고함 치듯이 큰 소리로 질문을 해달라고 부탁했고, 다행히 기자의 목청이 높은 터라 의사소통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월남전 당시 생사를 오간 기억은 아직도 또렷하다. 실전 전투에 투입되고 난 후 맹호부대의 명사수 포병으로 베트콩(반정부 게릴라 조직의 통칭) 일당을 섬멸했는데 이후 치밀한 보복이 있었다. 베트콩 특수 부대원들이 아군 진지에 대전차 지뢰를 매설해 놓은 것. 중대장이 이 지뢰를 밟았고, 곁에 있던 소대장과 함께 온 몸이 산산조각이 났다. 다행히 다른 부대원들은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한창 더웠던 7월 여름에는 부대원 7명이 토벌 작전을 펼치다 베트콩들의 기습 공격을 받고, 뿔뿔이 흩어져 산악지대에서 생존 투쟁을 벌어야 했다. 하지만 천운(天運)일까? 7명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남아, 아군 진지로 무사히 돌아왔다. 그는 "우리는 언제 죽을 지 모르고 하루하루를 보냈다"며 "'돌격하라'는 명령이 떨어지면, 앞뒤 생각지 않고 진격했다. 살아남은 건 기적"이라고 회상했다.
참고로 이 용사에 따르면, 미국은 당시 월남전 참전용사들에게 병장 기준 월급을 100달러를 책정했다고 한다. 대한민국은 각자 개인에게 45달러씩 주고, 나머지 55달러는 국가 경제 재건 등에 투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둘째 아들, 대전현충원 안장
"참 모진 것인 인생이라고, 둘째가 군에서 다쳐 세상을 등졌습니다."
이 용사의 자녀는 2남1녀. 하지만 1남1녀가 됐다. 둘째 아들인 이현창 씨는 군에서 크게 다친 후 투병 끝에 14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났기 때문. 그는 특수부대 출신인 첫째 아들(이호상) 가족과 함께 현충일(6.6) 다음날인 7일 국립 대전현충원을 찾아갈 예정이다. 첫째 이호상 씨는 "우리 가족은 군대에서 참 많은 일을 겪었다"며 "참 신기하죠? 제 아들 선호가 내 동생 현창이를 꼭 닮았다"고 눈물을 꾹 참았다.
둘째 아들은 군에서 공병부대 내 도하 장비(임시 다리)를 설치하는 특수 임무병으로 활약했는데, 고된 훈련과 함께 부대 내 가혹행위(구타) 등으로 정신적으로 큰 문제가 생겼다. 전역 후에는 머리 정수리 쪽 숨골에 뇌종양이 생겨 거의 식물인간으로 지내다시피 했다. 처음에는 장애 5급 판정을 받았다가 국가와 싸워 결국엔 1급 판정을 받고, 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국립 영천호국원에 안장될 예정인 이 용사는 "돌이켜보면, 제가 월남전 파병을 다녀온 것부터 둘째 아들이 군대에서 큰 아픔을 겪은 일들이 우연하게 발생한 것이 아닌 것 같다"며 "분명한 것은 국가를 위해 일하고, 나라가 잘 사는데 보탬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라고 확신했다.
지천명(50세)이 넘은 나이에 늦깎이 결혼을 해 첫째 아들과 함께 아내가 또다른 생명을 잉태 중인 이호상 씨는 "아버지가 예쁜 며느리와 손자 둘을 보면서, 가슴에 사무친 한(恨)을 다소나마 달랠 수 있을 것"이라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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