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절반이 지나가는 6월이면 연초에 세운 목표들을 점검해본다. 해마다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목표 중 하나는 운동하기다. 하지만 현실은 아직 등록도 하지 않고 퇴근하면 집으로 향하기 바쁘다. 오늘 하루 너무 지쳤고, 에너지가 없다는 핑계를 대면서 말이다.
요즘 주변만 봐도 무기력하고 에너지가 고갈됐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AI(인공지능)가 일과 삶의 방식을 빠르게 바꿔놓은 가운데 우리는 더 많은 정보 속에서 끊임없이 선택해야 하는 시대를 살고있다. 그래서인지 온전히 내 생각대로 판단하고 집중하는 데 예전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가 쓰이게 된다. 실제로 직장인들이 '머릿속이 윙윙거리고 판단이 느려진다'고 호소하는 현상을 일컫는 '브레인 프라이(Brain Fry)'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말 그대로 뇌가 튀겨지는 듯한 피로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피로를 느끼지 못하지만 인간은 여전히 몸을 가진 존재라, 우리의 마음 역시 몸의 에너지와 회복력 위에서 움직인다.
그래서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Z세대를 중심으로 억지로 마음을 다잡는 기술보단, 마음이 무너지지 않도록 몸의 기반을 회복하는 활동에 일찍이 관심을 갖고 참여한다. 명상과 달리기, 다도 열풍은 물론 웰니스 시장의 성장 역시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에 있다. 예전에는 마음이 힘들 때 다 잘 될 거라는 긍정 확언, 마인드 컨트롤을 통해 스스로를 달래는 방식이 주요했다면, 이제는 "잘 먹고 잘 자고 누워 있지 말고 움직이는 것"이 실질적인 마음 관리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몸의 시스템을 회복하는 것이 결국 마음을 회복하는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스탠퍼드 의대를 비롯한 의학계에서도 마음의 문제를 혈당, 염증, 호르몬, 장 건강, 대사 상태 등 몸 전체의 변화와 함께 이해하려는 '대사정신의학'이 주목받고 있다. 유퀴즈에도 출연했던 윤대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신간도 이러한 흐름에 기반한다. 저자는 내과 외래와 건강증진센터가 연계된 멘탈 클리닉에서 20년 넘게 진료하며 환자들의 마음 상태와 혈액 검사 수치를 함께 살펴왔다. 이 과정에서 몸과 마음은 결코 따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을 충분히 확인했다.
뇌는 몸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쓰는 기관이다. 혈당이 불안정하고 염증 수치가 높아지며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떨어지면, 뇌는 필요한 에너지를 충분히 공급받지 못한다. 그 결과 피로, 집중력 저하, 무기력, 감정 기복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그래서 '멘탈이 약해졌다'라고 느낄 땐 에너지 대사를 회복하는 일이 가장 근본적인 해결법이 된다.
책은 마음이 힘들 때 무엇을 먹고, 어떤 신호를 살피며, 어떤 행동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주며 몸과 마음의 대사 시스템을 다시 세우는 방법을 알려준다. ▷마음이 어수선할 때 공원 20분 걷기를 하며 코르티솔을 감소시키고 ▷별일 없는데 불안이 커질 땐 일주일 평균 수면 시간을 점검하고 ▷무기력할 땐 곰탕 한 그릇으로 단백질을 보충하는 등 즉각적인 '신체 개입'이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특히 과거의 경험과 생각을 계속 되짚으며 그 안에 머무르는 사고 패턴을 뜻하는 '반추'를 반복하면, 몸이 지나간 일을 현재의 스트레스로 받아들여 몸 전체 시스템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다만 생각은 쉽게 멈출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대신 추상적인 생각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바꾸고, 어떤 상태에서 어떤 생각이 반복되는지 패턴을 파악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가수 아이유는 한 인터뷰에서 우울할 때면 설거지를 하거나 택배 상자를 뜯는 등 몸을 먼저 움직인다고 말했다. 감정에 매몰되기보다 행동을 통해 상태를 전환하려는 것이다. 충분히 자고, 제대로 먹고, 꾸준히 움직이는 일. 가장 단순해 보이는 이 행동들이 가장 현실적인 회복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252쪽, 1만9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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