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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도 문학도 아닌] 현명한 거짓말과 침묵의 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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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희 변호사
김계희 변호사

어떤 칸(Khan)이 자기 초상화를 그리라고 화가를 불러왔다. 그 명령은 아주 간단한 것 같지만 사실은 문제가 있었다. 칸은 절름발이였고 한쪽 눈은 사시였던 것이다. 화가는 칸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그렸다가 즉각 처형되었다. 칸은 말했다. "중상모략가는 필요 없어."

두 번째 화가가 불려왔다. 그는 똑똑하게 굴어야겠다고 판단하고 칸의 모습을 완벽한 신체로 그렸다. 독수리 같은 눈과 양쪽이 똑같은 다리. 그러나 그도 즉시 처형되었다. 칸은 말했다. "사탕발림하는 놈도 필요 없어."

어떤 우화에서나 항상 그렇듯이 가장 현명한 사람은 세 번째 사람이다. 그는 사냥하는 모습의 칸을 그렸다. 그림에서 칸은 활과 화살을 가지고 사슴을 쏘고 있다. 그는 사팔뜨기인 눈을 감고 있고 절름발이인 다리로 바위 위를 짚고 있었다. 화가는 상을 받았다.

쇼스타코비치는 이 우화가 동양에서 온 게 아니라 자신이 사는 곳 가까이에서 쓰인 게 아닐까 의심한다. 자신이 보기에 이 칸이란 사람은 아무래도 스탈린 같다는 것이다. 영화 <잊을 수 없는 1919년>를 보고 스탈린은 "스탈린이 저렇게 젊고 미남이었나. 아아, 정말 스탈린은 잘 생겼단 말이야."라고 자신을 3인칭으로 지칭하며 외모에 대한 의견을 내놓았다고 한다. 그러나 쇼스타코비치가 직접 만난 스탈린은 그냥 평범한 사람으로, 붉은 머리카락에 꾀죄죄하며 덩치도 작고 키도 작고 뚱뚱한 남자였다.

이제는 기억에도 가물가물한 코로나-19 시절. "확찐자"라는 말이 형법상 모욕죄의 "모욕"에 해당하는지가 국민참여재판까지 벌어지면서 크게 논란이 되었다."확찐자"라는 말은 코로나-19에 감염된 확진자가 증가하자, 전국적으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하여 대외적인 외출 및 사회활동이 위축되어 주로 집에만 있다가 살이 찐 사람을 빗대어 "살이 확 쪘다"는 의미의 신조어이다.

'살이 쪘다'는 내용을 포함한 직․간접적 표현은 아직까지 한국사회에서 주로 타인의 외모를 비하하거나, 건강관리를 잘 하지 못하였다는 취지의 부정적인 사회적 평가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100만 원의 벌금형이 선고되었다. 이 사건에 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7명 전원은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을 하였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당시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 입 모양이나 표정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상대로 "확찐자"라는 말을 했는지가 불분명한 데다, 설령 그러한 말을 했다고 하더라도 마스크 때문에 그 소리가 크지 않아 공연성이 없다고도 주장했으나 대법원에서까지 위 결론은 바뀌지 아니하였다.

그렇다면 "기레기"는 어떠한가? 이는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로서 자극적인 제목이나 내용 등으로 홍보성 기사를 작성하는 행위 등을 하는 기자들 또는 기자들의 행태를 비하한 용어이므로 기자인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한, 모욕적 표현에 해당한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다. 다만 그것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경우 모욕죄가 되지 않을 뿐이다.

쇼스타코비치는 피카소를 쓰레기에 겁쟁이라고 하면서 "공산주의 밑에서 살지 않으면서 공산주의자가 되기란 얼마나 쉬운가!"라고 개탄했다고 한다. 그가 본 피카소는 거지같은 그림을 그리고 소비에트 권력에 환호하며 평생을 보냈다. 그러나 신은 소비에트 권력 밑에서 고통받는 불쌍한 화가는 그 누구도 피카소처럼 그림을 그릴 수 없게 하셨다.

피카소는 자유로이 진실을 말할 수 있었다. 그러니 진실을 말할 수 없는 사람들을 대신하여 말해 주면 안 되는가? 하지만 그는 그러는 대신 파리와 남프랑스에 부유한 사람처럼 앉아서 역겨운 평화의 비둘기를 그리고 또 그렸다. 쇼스타코비치는 그 망할 비둘기의 모습에 혐오를 느꼈다.

세상 물정 모르는 예술가인 척할 수 있는 능력, 어떤 희생을 치르고서라도 자신의 음악과 가족을 보호하겠다는 결의가 겁쟁이로도 그를 살아남게 하였는지 모른다. 논란은 많지만, 그가 말이 감시되고 거짓말이 보상받고 침묵이 생존의 비결인 시대를 살았다는 것만은 움직일 수 없는 진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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