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한국문학관협회로부터 전국 최우수문학관으로 선정된 대구문학관. 규모는 크지 않지만 전국 지자체와 문화재단, 문학관 관계자들이 운영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찾는 곳으로 자리 잡았다. 그 중심에는 콘텐츠를 기획해 온 박미영 기획실장이 있다.
시인, 문예지 편집장, 작가콜로퀴엄 사무국장, 아트센터 달 관장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진 그는 지역 문화예술계에서 '기획자'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수십 년 동안 문학과 예술, 인문학을 시민들에게 전달하는 콘텐츠를 만들어 왔고 그 과정에서 쌓인 경험은 오늘날 대구문학관의 경쟁력이 됐다.
"저는 스스로를 수성못 오리에 비유합니다."
박 실장은 자신의 기획 철학을 묻자 뜻밖의 답을 내놓았다. 수면 위에서는 유유히 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물밑에서는 쉼 없이 발을 움직이는 오리처럼, 하나의 프로그램이 탄생하기까지는 수많은 고민과 시뮬레이션이 뒤따른다는 것이다. 대구문학관과 이육사기념관, 한국전선문화관 등 대구시 문학진흥시설에서 선보이는 수많은 프로그램과 행사 뒤에는 늘 그의 치밀한 기획이 자리하고 있다.
그는 "사실 사소한 포맷에서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시뮬레이션을 한다.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필터링한 뒤 다른 장르 프로그램과도 비교해 보고, 발생 가능한 상황과 대응 방안까지 미리 생각해 둔다"며 "무엇보다 '내가 시간을 내서라도 참여하고 싶은 프로그램인가'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고 설명했다.
대구문학관이 지난해 전국 120개 문학관 가운데 최고 문학관으로 평가받은 것에 대해서도 박 실장은 '역발상'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구문학관은 규모에 비해 협소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래서 공간의 한계를 이야기하기보다 '문학을 어떻게 보여줄까'보다 '어떻게 경험하게 할까'를 고민하게됐다"고 말했다.
그 고민은 다양한 시도로 이어졌다. 시민과 작가, 예술가, 과학자가 함께 만나는 인문예술과학 특강을 비롯해 문학방송국 운영, 지역 작가들의 신간 낭독 콘서트, 전국 문학관 최초의 '보이는 수장고' 등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 시기에는 전국 최초로 특강을 유튜브로 실시간 중계하며 비대면 소통 방식을 도입하기도 했다. 이육사기념관에서는 독립과 저항의 가치를 조명하는 낭독 프로그램을, 한국전선문화관에서는 예총 산하 단체들과 협력해 한국전쟁 시기 문화예술을 재현하는 행사도 진행했다.
박 실장의 문화기획 인생은 1999년 대구시 1호 사단법인으로 출범한 작가콜로퀴엄에서 사무국장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후 1천여 회에 이르는 인문예술과학 특강을 운영했다.
그 과정에서 만난 인물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김춘수, 박완서, 김지하, 이성복, 등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문인들은 물론 영화감독 봉준호와 장준환, 과학자 김상욱, 외상외과 전문의 이국종, 방송인 윤형주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강단에 섰다.
아울러 그는 시 전문지 '시와반시', '낯선시' 편집장을 맡아 잡지와 단행본을 제작했고, 복합문화공간 아트센터 달 관장으로도 활동했다. 2003년에는 시집 '비열한 거리'를 출간하기도 했다.
다양한 자리를 거쳐가면서 그가 문학을 더욱 특별하게 생각하게 된 경험이 있다. 2000년대 초 작가콜로퀴엄에서 진행한 '세계문학제를 위한 한국문학인대회'다. 당시 뉴베리상 수상자인 린다 수 박과 아쿠타가와상 수상 작가 현월을 비롯해 국내외 문인들이 대구를 찾았다. 비록 후속 사업은 이어지지 못했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그는 "솔제니친이나 움베르토 에코, 밀란 쿤데라 같은 세계적인 작가들이 대구를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에 시민들이 정말 열광하는 것을 보고 그때 깨달았다"며 "문학은 문학만의 영역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음악과 미술, 영화, 연극 등 모든 예술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지자체와 문화재단, 국공립 문학관 관계자들이 대구문학관을 찾는 이유도 이런 철학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대구문학관에는 벤치마킹을 위한 방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박 실장은 대구에 대해 "피란문단의 역사와 이상화, 현진건, 이육사, 김춘수, 김원일, 이문열 등으로 이어지는 독특한 문학적 토양을 가진 도시"라며 "지역 각자의 문화적 특성을 콘텐츠로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우수문학관 선정 이후에도 그의 목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세계적인 작가들이 참여하는 대구세계문학제 개최, 문학과 첨단 기술의 융합, 한국전선문화관의 발전, 이육사 시인 기념사업 등 구상하고 있는 일들도 적지 않다.
박 실장은 "공간의 크기나 시설의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콘텐츠"라며 "앞으로도 시민들이 문학을 보다 쉽고 친근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새로운 시도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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