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조직이 사상 초유의 장기 직무대행 체제 후유증을 겪고 있다. 조지호 경찰청장의 직무가 정지된 이후 1년 6개월 넘게 경찰청장 공백이 조직 리더십 부재를 넘어 치안 현장까지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광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23) 사건에서 드러난 경찰의 부실수사와 증거인멸 의혹, 최근 경북 경산 흉기살인 사건의 초동 대응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치안에 대한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특히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으로 경찰의 권한과 책임이 대폭 확대되는 상황에서 경찰 수장 공백이 장기화돼서는 안 된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년6개월여 '직무대행', 치안 공백 우려
경찰청은 12·3 계엄 가담 혐의로 2024년 12월 조지호 전 청장이 탄핵 소추된 뒤 직무가 정지된 이후 현재까지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 중이다. 직무대행 체제로 1년6개월이 넘게 이어지고 있는 상황은 국가 치안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말에는 박성주 국가수사본부장이 정년퇴임하면서 국가수사본부도 일시적으로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됐으나, 이후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이 임명되며 경찰 '투 톱'이 모두 공석인 상황은 면했다.
6·3지방선거 이후 유 대행과 박 전 국가수사본부장, 박정보 서울경찰청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며 경찰청장 인선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였지만 감감무소식이다. 이미 정년퇴임한 박 본부장에 이어 유 대행도 오는 12월이 정년인만큼 해당 기간까지 신임 경찰청장 선임을 유보할 가능성도 관측된다. 박 청장 역시 선관위 사태와 관련 '패가망신' 발언과 국민의힘 의원 보좌진 무력 충돌 논란 등에 휩싸인 바있다.
경찰청장 공백은 단순한 인사 지연을 넘어 조직 운영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현장에서는 장기 대행 체제의 한계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경찰청장은 조직 인사와 치안 정책, 수사 구조 개편 등 굵직한 현안을 책임지는 자리지만 직무대행 체제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을 앞두고 경찰은 인력 재배치와 수사권 조정, 교육 시스템 개편 등 대형 과제를 동시에 추진해야 하지만 수장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조직 전체가 방향을 잃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리더십 부재 부작용 곳곳
리더십 부재 속에서 경찰의 위기 대응 능력도 도마에 올랐다. 한 달 가까이 이어진 서울 잠실 개표소 시위 대응 논란에 이어 광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은 경찰 신뢰에 치명상을 입혔다.
경찰은 장윤기를 일반 살인 혐의로 송치했지만 검찰은 보완수사를 통해 강간 등 살인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이후 검찰 보완수사 과정에서 경찰의 수사 유착, 증거인멸 정황 등이 드러났다. 유재성 직무대행도 미국 출장 일정을 중단하고 급히 귀국해 대국민 사과에 나섰지만 여론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다.
특히 경찰 조직 내부의 기강 해이 논란도 불붙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관 징계 건수는 2020년 426건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부터 연간 500건을 넘어섰다. 올해도 6월까지 이미 300건에 달해 현재 추세라면 연말에는 600건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강남경찰서에서는 성 비위 의혹으로 간부가 대기발령됐고, 광진경찰서에서는 수사 정보를 피의자 측에 유출한 경찰관이 수사를 받고 있다. 장윤기 사건에서는 현직 경찰관인 피의자의 부친에게 수사 정보가 전달됐다는 의혹과 담당 형사의 증거인멸 혐의까지 불거지며 경찰의 공정성과 내부 통제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크게 흔들렸다.
지역에서도 경찰 기강 해이 사례는 이어지고 있다. 올해 초 달서구에서는 현직 경찰관이 음주운전 단속을 거부하고 달아난 사건이 발생했고, 지난 13일에는 대구경찰청 소속 A경장이 술을 마신 채 차량을 운전하다 주차된 차량을 들이받고 현장을 벗어난 혐의로 입건됐다. 앞서 지역 한 지구대에서는 경찰 간 부적절한 관계를 둘러싼 논란도 불거지며 지역사회 비판을 받았다. 최근 경북 경산에서 발생한 흉기살인 사건 역시 경찰의 초동 대응을 둘러싼 논란으로 번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경찰 권한 확대에 앞서 조직 리더십과 내부 통제 체계를 정상화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박동균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청장이 1년 6개월 넘게 공석인 상황은 정상적인 국가 치안체계에서는 보기 어려운 일"이라며 "검찰청 폐지, 중대범죄수사청 출범 등을 앞두고 직무대행 체제로는 조직 쇄신과 신규 정책 추진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리더십 공백이 길어질수록 조직 기강은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그 피해는 국민 치안으로 돌아간다는 점을 정부와 경찰 모두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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