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정치 내전(內戰)'
정치권 내전(內戰)이 시작됐다. 6·3 전국 지방선거가 끝나고, 여야 모두 권력 재편을 둘러싼 치열한 주도권 경쟁에 돌입했다. 문제는 여야 모두 민생(民生)보다 계파 투쟁 양상이 뚜렷하다. 경기 침체와 고물가, 청년 취업난, 저출산과 지방 소멸 등 국가적 난제가 산적해 있지만 여야의 관심은 당권과 차기 권력 구도에 집착하고 있다. 국민들이 바라보는 현실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
국민의 피로감도 극에 달하고 있다. 온·오프 라인에서 진영간 극한 대립은 일상이 된 지 오래다. 곳곳에서 상대를 비방하는 원색적인 비난과 혐오가 난무하고, 정치적 갈등이 국민들 사이까지 깊숙이 파고 들었다. 정치가 국민을 통합하기는커녕 오히려 분열을 확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정책과 입법을 둘러싼 생산적인 토론보다 정치적 공방이 더 큰 관심을 받고 있다.6·3 지방선거후 여야의 당권 싸움이 격해지고 있다. 특히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친노(親盧)·친문(親文) 정통 민주 계열과 친명(親明)으로 대표되는 뉴 이재명 계의 물러설 수 없는 한판 대결 양상이다.
야당인 국민의힘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강성파와 중도파의 대결로 장동혁 대표의 사퇴 문제로 연일 시끄럽다. 현 지도부로 대표되는 강성 보수(당권파)와 중도 보수(오세훈, 한동훈 등)의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보수는 현 시점에서 단일대오로 똘똘 뭉친다면 확실한 반등의 기회가 찾아올 수 있겠지만, 바람잘 날이 없다. 차기 주자를 중심으로 한 계파 갈등도 멈출 기미가 없다.
국민들이 정치권에 바라는 것은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민생 안정과 국가 경쟁력 향상을 위해 일하는 모습이다. 당내 권력 투쟁에만 골몰하는 모습이 때론 한심하게 느껴진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 내전'이 아닌 '민생 내전'이다.
◆계파 정치의 폐해, 분열로 망한다
정치의 수레바퀴는 쉼 없이 돌아간다. 한 때는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이 정치권의 통설처럼 회자된 문장이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서는 양상이 달라졌다. 오히려 보수는 분열과 내부 갈등을 반복하며 세 차례나 정권을 진보 진영에 내줬다.
현재도 진행중이다. 이회창·이인제의 대선 경쟁을 시작으로 친이(이명박)계와 친박(박근혜)계의 극한 계파 대립,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유승민 전 의원의 '배신' 논란, 윤석열 정부 시절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 간 당정 갈등까지 보수 내부의 권력투쟁은 끊이지 않았다.
이러한 보수의 분열은 진보 진영에는 새로운 기회가 됐으며, 실제로 정치적 반사이익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분열'이라는 정치의 고질병은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거대 집권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권력 재편을 둘러싼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민주당은 과거 '친노·친문' 세력과 새로운 주류로 부상한 '친명' 세력 간 미묘한 힘겨루기가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2003년 노무현계 개혁세력이 창당했던 열린우리당이 계파 갈등 끝에 3년 9개월 만에 정치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던 기억이 소환된다.
◆더불어민주당, 계파 갈등 가속화
이른바 명청대전(明淸大戰), 집권 여당에 계파 갈등이 본격 시작됐다. 양쪽 계파의 선을 넘는 발언들이 오가고 있다. 지난 20 여년 동안 좀체 볼 수 없었던 양상이다. 6·3 지방선거 결과가 양측의 갈등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소위 이재명 대통령의 이른바 '명픽(明 Pick)' 으로 분류됐던 인사(정원오·김용남·하정우 등)들이 잇따라 낙선했고, 당내에선 친명계와 친청계가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다.
집권 1년 동안 60~70%대를 유지하며 견고했던 대통령 국정 지지율도 최근 들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6월 3주차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부정 평가(49.7%)가 긍정 평가(46.7%)를 앞서는 '데드크로스'가 일어났다. 이후 지지율은 2~3% 정도 반등해 현재는 긍정 평가가 다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집권 2년 차에 접어든 시점에서 양측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이유는 2년 뒤 치러질 총선 때문이다.당권을 누가 장악하느냐에 따라 공천권의 향배가 결정되고, 이는 곧 정치적 생존과 직결된다. 이 대통령과 정 전 대표에겐 공천 주도권이 걸린 한판 승부다. 청와대는 집권 중반 이후 찾아올 수 있는 레임덕을 최소화하려 하고, 친청계 역시 정치적 입지를 지키기 위해 총력전을 펼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겉으로는 서로를 예우하는 모습도 보인다.이 대통령의 유럽순방 귀국행사에서 정 전 대표가 악수하며 협력하는 모습을 연출하지만, 내부에서는 치열한 주도권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전 대표는 지난달 초 "정권은 짧고, 국민은 영원하다"고 선전포고에 가까운 말을 내뱉았고, 이 대통령은 도발에 가까운 그 발언에 격노했다고 한다. 당권주자인 송영길 의원은 정 전 대표를 향해 "옛날로 치면 역적"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국민의힘, 누가 보수의 간판인가?
보수 세력인 국민의힘은 오랫동안 특정 정치인을 중심으로 세력이 형성되는 구조를 보여 왔다. 정책이나 노선보다 인물을 중심으로 계파가 결집하는 경향이 강했고, 그 과정에서 극심한 내부 갈등과 '배신' 논란이 반복됐다. 현재도 4년 후 차기 대권주자를 누구로 할 것인지가 최대의 관심사다.
친이계와 친박계의 대립은 결국 보수 진영의 분열을 심화시켰고, 의회 권력을 진보 세력에 넘겨주는 결과를 낳았다. '박근혜를 배신한 유승민', ' 윤석열을 버린 한동훈' 등 배신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배신 프레임은 진보 세력에겐 상대를 흔들 수 있는 정치적 공격의 결정적 빌미가 했다.손자병법에 나오는 '이이제의'(以夷制夷, 오랑캐를 이용해 다른 오랑캐를 제압)에 해당한다.
6·3 지방선거 이후 보수진영의 차기 대권 구도는 사실상 3파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천신만고 끝에 서울시장을 지켜낸 오세훈 서울시장과 보수 재건을 주창하며 부산 북갑에서 승리하며 존재감을 키운 한동훈 의원, 그리고 현 당권파로 당을 이끌고 있는 장동혁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장동혁 대표는 당권파를 대표해 보수의 정체성을 강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당 대표직을 쉽게 내려놓을 뜻이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에는 다시 징계 카드를 꺼내며 당 기강 확립을 명분으로 강경한 당 운영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반면, 비당권파 세력들은 현 지도부가 당의 외연확장에 한계를 노출했다며, 중도층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끊임없이 교체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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