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이창환] 호남 800조 투자의 숨은 의도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이창환 사회2부장
이창환 사회2부장

이재명 대통령이 호남에만 반도체 공장을 짓는 것은 정치 행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400조원씩 투자해 반도체 팹(fab·공장)을 만들어 수급 부족을 대비하는 건 경제 논리다. 이 대통령은 반도체 공장 유치를 위해 목을 매는 여타 지방 정부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공모 절차도 밟지 않고 광주를 콕 찍어 800조원 투자를 발표했다. 이를 "호남에 대한 역사적 보상"이라고 했다. 정무적 판단에 따른 결정임을 인정했다. 대기업을 압박해 국가 1년 예산보다 큰 금액을 특정 지역에 쏟아붓는 배경을 한마디로 퉁치는 건 여타 지방 정부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주변에서는 미래의 정치 지형을 고려한 계산된 투자라는 분석을 한다. 800조원을 투입해 팹 4기 건립에 따른 유입 인구를 분석하면 문제의식이 선명해진다. 국책연구기관이 내놓은 자료는 아직 없다. 전문가들의 분석을 보면 대략적인 수치가 나온다. 직접 고용과 협력 업체·장비·소재·물류 등 간접 고용, 지역 서비스업 추가 고용 등 30만~50만 명 정도의 인구 유입이 가능하다고 분석한다. 공장 자동화 수준, 협력 업체의 지역 정착 정도, 주거·교통 인프라, 정부 정책 등에 따라 인구 유입 규모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반도체 생태계가 제대로 자리를 잡을 경우 100만 명이 넘는 인구가 유입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호남에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타운이 생기는 건 현실이 될 전망이다.

한국 정치는 좌파와 우파가 치열한 진영 싸움을 벌이고 있다. 국회의원 선거는 수도권 싸움이 중요하다. 다수당이 되려면 수도권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 영남과 호남은 승패에 크게 영향을 주지 못한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 다수당이 된 데는 수도권의 압승이 배경이다. 대통령 선거는 메커니즘이 다르다. 영남과 호남 간 싸움이 주축이다. 최근 수도권 민심이 중요한 변수로 등장했지만 전통적으로 영호남 간 경쟁이었다. 역대 대통령의 출신을 보면 대부분 영남이다. 우파는 영남의 지지를 받거나, 영남 출신이 대통령 후보가 됐다. 좌파 진영이 배출한 대통령 DJ(김대중 전 대통령)를 제외하고 모두 영남 출신이다.

21대 대선의 경우 영남(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과 호남(광주·전남·전북) 간 유권자 수를 보면 TK 420만 명, 부·울·경이 650만 명이 넘는다. 호남은 420만여 명에 불과하다. 영남과 호남 간 유권자 수를 단순 비교하면 승패의 결과는 뻔하다. 득표수를 분석하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영남과 호남에서 얻은 득표수를 합치면 이재명 대통령은 572만여 표를, 김문수 후보는 521만여 표를 얻었다. 이 대통령이 앞선 이유는 호남에서 열렬한 지지를 얻었고, 부울경에서 10명 중 4명 이상의 표를 얻어서다.

반도체 공장으로 호남에 생길 50만 명 도시의 유권자는 좌파 진영 지지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박은식 호남대안포럼 대표는 호남에서 다른 목소리는 '이단'으로 취급받으며 침묵을 강요받는다고 했다. 대통령 선거에서 좌파와 우파 간 득표율 차이는 1~2% 안팎이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49.42%, 김문수+이준석은 49.49%였다. 앞선 20대 대선은 두 후보 간 격차가 불과 0.73%포인트에 불과했다. 천당과 지옥이 갈리는 대통령 선거에서 50만 명 도시를 품은 진영은 상대의 목을 겨냥한 날카로운 무기를 가슴에 품고 있는 것과 같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구조적 다수"라는 말을 했다. 반도체 팹 공장 건설이 대통령 선거를 겨냥해 좌파가 구조적 다수가 되기 위한 고도의 전략적인 판단이라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아 시장직 상실 위기에 처해있으며, 항소를 밝힌 그는 법원의 판...
이재명 대통령이 '코스피 5000 시대'를 공약으로 내건 가운데, 코스닥 시장은 취임 1년 만에 초기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정부는 국민성장펀...
배재고등학교는 5·18 민주화운동 비하 응원 논란으로 1개월 출전 정지를 받은 후 민주시민교육을 실시했으나, 학생들이 대부분 잠을 자는 등 ...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