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자국 현지 은행에 개설한 원화 계좌를 통해 다른 외국인과 원화를 주고받는 길이 열린다. 정부가 발표한 '원화 국제화 로드맵'에 따라 역외원화결제기관 제도가 신설되고, 오는 9월 시범 운영을 앞둔 한국은행의 '원화국제결제망'이 내년 1월부터 24시간 가동될 예정이다. 외환시장 24시간 개장에 이어 글로벌 기준 매매기준율(TWAP) 도입, 현지통화직거래(LCT) 활성화, 원화 표시 스테이블코인 거래 근거 마련까지 원화 거래의 진입장벽을 대폭 낮추는 전향적 조치들이 잇따르고 있다. 1992년 자본시장 개방 이후 약 30년간 위기 예방과 통제에 집중되었던 외환 정책의 패러다임이 원화의 활용성을 고평가하고 영토를 넓히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중대한 계기다.
세계 외환 거래에서 원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1.8% 수준으로 세계 12위에 그친다. 무역과 경제 체급에 비해 원화의 국제적 통용성이 크게 떨어졌던 배경에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며 형성된 달러 유동성 경색의 트라우마가 자리 잡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시장 중심의 까다로운 신고·규제 체계가 유지되었고, 글로벌 투자자들은 계좌 개설 마찰과 야간 환전의 불통을 지속적으로 지적해 왔다. 결과적으로 원화 환위험 헤지 수요가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으로 몰리면서, 투기성 거래가 국내 현물환율을 흔드는 기형적 구조가 고착화되기도 했다.
이번 로드맵이 지닌 가장 큰 의의는 이러한 접근성 한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했다는 점이다. 과거 호주가 외환 규제를 철폐하고 역외 시장을 키워 소규모 개방경제의 한계를 극복했던 사례와 궤를 같이한다. 특히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 걸림돌을 해소해 만성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하는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시장 개방의 길목에는 감내해야 할 리스크가 공존한다. 원화의 역외 유동성이 커질수록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거나 위기 상황 시 환투기 세력의 공세에 무방비로 노출될 위험을 배제하기 어렵다. 외환당국이 전면 개방 단계적 자유화를 채택한 이유다. 정밀한 모니터링 체계를 바탕으로 단계적 규제 완화를 차질 없이 진행하는 과정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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