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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률 40%' 밀폐공간 질식사고…여름철 위험도 더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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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2025년 밀폐공간 질식 사고 154건…사상자 315명(사망 132·부상 183)
밀폐공간 보유해도 신고 의무 없어…현장에선 지켜지지 않아

6일 40대 남성 1명이 심정지 상태로 구조되고 50대 남성 1명이 실종된 인천시 계양구 병방동 맨홀. 연합뉴스
6일 40대 남성 1명이 심정지 상태로 구조되고 50대 남성 1명이 실종된 인천시 계양구 병방동 맨홀. 연합뉴스

지난달 22일 경남 창원에서 펌프장 준설 전 맨홀 점검에 나섰던 40대 인부가 질식 사고로 쓰러졌다가 이틀 만에 숨졌다. 해당 인부는 맨홀 내부에서 의식을 잃은 동료 작업자를 구조하기 위해 보호장비인 송기 마스크 없이 진입했다가 변을 당했다.

여름철 밀폐공간을 보유한 사업장의 안전 경고등이 켜졌다.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미생물 번식이 활발해져 발생한 유해가스가 질식사고로 이어질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밀폐공간 질식사고는 치사율이 높아 철저한 안전수칙 준수가 요구되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사례가 끊이질 않고 있다. 밀폐공간을 보유했더라도 별도 신고 의무가 없어 감시 밖의 사업장이 많아진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 10년간 사상자 315명

5일 안전보건공단이 펴낸 '밀폐공간 질식재해예방 안전작업 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6~2025년) 전국에서 발생한 밀폐공간 질식 사고는 모두 154건, 사상자는 315명으로 집계됐다.

밀폐공간은 산소결핍이나 유해가스로 인해 질식과 화재, 폭발 등의 위험이 있는 장소를 말한다. 고용노동부는 분해되기 쉬운 물질이 있는 맨홀과 오·폐수처리시설, 정화조 등 모두 18개 유형을 밀폐공간으로 규정하고 있다.

밀폐공간 질식 사고는 여름철에 집중됐다. 6~8월 발생한 사고는 50건으로 전체의 32%를 차지했다. 공단은 고온다습한 여름에 유기물이 하수관 등에 유입되면 미생물 분해 과정에서 유해가스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최근 10년간 발생한 재해자의 41.9%가 목숨을 잃을 정도로 치사율도 높다. 재해자를 구조하는 과정에서도 사망자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같은 기간 구조에 나섰다가 숨진 작업자만 30명으로 전체의 22%를 차지했다.

사고 원인으로는 황화수소가 61건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무색 기체로 계란 썩는 냄새가 특성인 황화수소는 맨홀과 정화조 등에서 슬러지가 분해하며 발생하는 대표적인 유해가스다.

황화수소에 노출되면 호흡이 마비되고 폐 조직이 손상될 수 있다. 농도 500~700ppm에서는 30분에서 1시간가량 노출될 경우 의식을 잃을 수 있으며, 1천ppm 수준에서는 수분 안에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실제 대구에서는 2022년 죽곡정수사업소 작업자가 황화수소에 노출돼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7월 죽곡정수사업소에서 발생한 황화수소 중독 사고로 쓰러진 공무원 김성배 씨의 아내 이현주 씨가 23일 대구 북구 모 병원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지난해 7월 죽곡정수사업소에서 발생한 황화수소 중독 사고로 쓰러진 공무원 김성배 씨의 아내 이현주 씨가 23일 대구 북구 모 병원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 신고 의무 없는 밀폐공간 사업장

단 한 번의 노출로 치사율이 높은 만큼 질식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수칙 준수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노동당국은 ▷밀폐공간 작업 전 30분 환기 및 산소·유해가스 농도 측정 ▷송기마스크 등 호흡용 보호구 착용 ▷작업 중 적정 산소 농도 유지 위한 환기 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 같은 기본 안전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인명 피해로 이어지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인천 한 맨홀에서 쓰러진 작업자를 구조하러 나선 인부가 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았다.

밀폐공간을 보유한 사업장이 별도로 신고 의무가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대구·경북 밀폐공간 사업장은 2천424개소로 집계됐는데, 신고하지 않은 사업장까지 고려하면 실제 현황은 통계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질식 재해가 인명 피해를 낳는 만큼 안전수칙 준수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신고체계를 마련해 노동당국이 관리·감독하는 밀폐공간 사업장을 확대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백찬수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밀폐공간에서 이뤄지는 작업을 위해선 가스 측정과 송기마스크 등 보호장비를 착용해야 하지만 그러지 못하면서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며 "안전관리자가 보는 앞에서 안전수칙들을 준수해야 한다는 그러한 법이 마련될 필요가 있고, 밀폐공간을 보유한 사업장의 신고 의무도 생기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구고용노동청은 지난 5월부터 질식사고 예방을 위한 총력을 쏟고 있다. 특히 폭염기간 동안 관계부처와의 협업을 통해 사고 위험이 높은 밀폐공간의 산소·유해가스 농도 측정, 환기 여부를 사전 확인하는 관리체계를 가동한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지난 3일부터 밀폐공간 보유 사업장 중 고위험으로 분류되는 곳들을 대상으로 질식사고 예방 3대 수칙 준수 여부에 대한 점검을 이어가고 있다"며 "결과는 14일 이후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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