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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수다]"호텔보다 절이 좋아요"… 팔공산 산사서 하룻밤 보낸 4개국 외국인 교환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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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국제처 썸머스쿨 15명…동화사 템플스테이서 숲길 명상·좌선·108배 체험

동화사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경북대 외국인 교환학생들이 혜문 스님을 따라 팔공산 숲길을 걸으며 명상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동화사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경북대 외국인 교환학생들이 혜문 스님을 따라 팔공산 숲길을 걸으며 명상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새벽 4시. 세상이 아직 어둠에 잠긴 시각, 팔공산 자락 동화사에 목탁 소리가 번졌다. 이국의 청년들이 하나둘 눈을 비비며 법당으로 들어섰다. 미국·영국·칠레·일본에서 온 교환학생들이다.

낯선 예불(禮佛) 앞에서 자세를 고쳐 앉았다. 곧 좌선(坐禪)이 이어졌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눈꺼풀은 무거웠지만, 마음은 이내 가라앉았다.

경북대 국제처 썸머스쿨 참가자 15명이 지난 1일부터 1박 2일간 동화사에서 템플스테이를 가졌다. 동화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 본사다.

경북대에는 한 학기에 200여 명의 외국인이 교환학생으로 들어온다. 인도·몽골부터 유럽·미국·멕시코·중국까지 국적도 다양하다. 절 문화가 낯선 이방인에게도, 산사의 새벽은 공평하게 찾아왔다.

동화사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경북대 외국인 교환학생들이 팔공산 숲길을 걸으며 명상 체험을 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동화사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경북대 외국인 교환학생들이 팔공산 숲길을 걸으며 명상 체험을 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 수련복 갈아입고 산사의 하루로

템플스테이는 체험형과 휴식형으로 나뉜다. 쉬어 가는 휴식형이 대세지만, 이번 교환학생들은 몸으로 부딪치는 체험형을 골랐다. 편히 쉬기보다 제대로 겪어 보겠다는 선택이었다.

첫날은 단출했다. 수련복으로 갈아입고 참선당에 모여 오리엔테이션과 입재식을 가졌다. 산길을 걷는 포행으로 마음을 골랐다.

둘째 날은 새벽 4시에 시작됐다. 묵언 속에 예불과 좌선이 45분간 이어졌고, 명상은 그중 10분이었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초심자에게는 만만치 않았다.

미국 오클라호마주립대 생명공학과 조나단 조셉(Jonathan Joseph·22) 씨는 "스님들이 새벽 일찍 하루를 열고 명상으로 수행에 집중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며 "미국의 절에서는 접하기 힘든 한국만의 문화였다"고 했다.

경북대 외국인 교환학생들이 참선당에서 108배를 올리고 있다. 80배를 넘기자 무릎이 후들거렸지만, 손은 멈추지 않았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경북대 외국인 교환학생들이 참선당에서 108배를 올리고 있다. 80배를 넘기자 무릎이 후들거렸지만, 손은 멈추지 않았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 숲길에서 나눈 삶, 108배로 다진 마음

아침 공양(供養)을 마친 학생들은 동화사 연수원장 혜문 스님과 숲길로 나섰다. 나무 사이를 천천히 걸으며 낙엽 소리와 새소리, 바람 소리에 호흡을 맡겼다. 걸음이 느려지자 말문이 트였다. '삶에서 죽음까지'를 주제로 문답이 오갔다. 저마다 마음속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한 미국 학생은 "양로원에서 일할 때 자기 인생을 후회한다는 어르신을 많이 봤다"며 "나는 후회 없이, 나에게 진실한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또 칠레 학생은 "지나간 뒤에야 감사할 줄 알게 됐다. 모든 것에 감사하며 살고 싶다"고 했다. 무거운 주제였지만, 오히려 서로의 속내가 담백하게 오갔다.

한 경북대 교환학생이 절을 올릴 때마다 염주를 한 알씩 꿰고 있다. 108번의 절이 끝나면 108알의 염주가 완성된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한 경북대 교환학생이 절을 올릴 때마다 염주를 한 알씩 꿰고 있다. 108번의 절이 끝나면 108알의 염주가 완성된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말로 마음을 나눴다면, 이번엔 몸으로 마음을 다스릴 차례였다. 학생들은 참선당으로 돌아와 108배를 올렸다. 절 한 번에 염주(念珠) 한 알씩 꿰었다. 80배를 넘기자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무릎이 후들거려도 손은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108번, 낮은 자세로 마음을 눌러 담았다. 108알의 염주가 손안에서 하나의 줄로 이어지자 학생들은 감탄했다.

문화의 결은 나라마다 달랐다. 일본 교토대 문학부 사사키 유(Sasaki Yu·20) 씨는 "일본 사찰은 소박한데 한국 절은 화려하다"며 "한옥에서 자는 건 처음인데 옛 문화가 잘 보존돼 있고, 한자(漢字)도 많이 볼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영국 허트퍼드셔대 광고마케팅학과 게팅스 모니크(Gettings Monique·23) 씨는 "콘크리트 도심의 소음을 벗어나 보낸 하룻밤을 잊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마지막은 회향식(回向式)과 소감문 작성이었다. 학생들은 하룻밤의 소회를 글로 남기며 여정을 맺었다.

동화사 템플스테이를 찾은 경북대 외국인 교환학생들이 혜문 스님과
동화사 템플스테이를 찾은 경북대 외국인 교환학생들이 혜문 스님과 '삶에서 죽음까지'를 주제로 문답을 나누며 팔공산 숲길 명상 체험을 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 월드컵이 연 산문(山門)

낯선 산사를 찾는 발길은 갈수록 늘고 있다. 템플스테이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이 계기였다. 외국인 방문객이 몰려 숙소가 부족해지자 조계종이 산문을 열었다.

대회 기간 30여 일간 외국인 1천여 명, 내국인 1만여 명이 산사에 머물렀고, 그 장면이 세계 언론을 타며 한국 불교가 알려졌다.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템플스테이를 한국의 대표 문화관광상품으로 꼽았다. 화려한 관광지 대신 조용한 산사를 찾는 외국인은 지금도 늘고 있다.

조나단 조셉(Jonathan Joseph·22) 학생이 혜문 스님과
조나단 조셉(Jonathan Joseph·22) 학생이 혜문 스님과 '삶에서 죽음까지'를 주제로 문답을 나누며 팔공산 숲길 명상 체험을 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칠레 출신으로 교토대 경영관리대학원 석사 2년 차인 바리오스 벨렌(Barrios Belen·30) 씨도 그중 한 명이다.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그는 "절에 잠깐 들른 적은 있어도 하룻밤 머문 건 처음"이라며 "한국 사찰은 평화롭고 아늑하다. 다시 오고 싶다"고 했다.

혜문 스님은 "해마다 연인원 1만여 명이 동화사 템플스테이를 찾는다. 언어와 문화는 달라도 부처님의 자비 안에서 세계의 청년은 하나가 된다"며 "이들이 마음의 평화를 안고 돌아가도록 산문을 활짝 열어 두겠다"고 말했다.

동화사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경북대 외국인 교환학생들이 팔공산 숲길을 걸으며 명상 체험을 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동화사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경북대 외국인 교환학생들이 팔공산 숲길을 걸으며 명상 체험을 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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