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신탁운용이 최근 국내 증시를 떠나 미국 등 해외 시장으로 향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 이동을 반전의 계기로 삼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내자산 상장지수펀드(ETF)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가는 반면 해외자산 ETF로는 투자금이 유입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해외 투자 ETF에 강점을 가진 한투운용이 최근 KB자산운용에 내준 ETF 시장 3위 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2일 코스콤 체크(CHECK)에 따르면 지난 3~6일 국내 ETF 시장에서는 4100억 원이 순유출됐다. 지난달 증시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에서도 국내 ETF 시장에 한 달간 19조2000억 원이 순유입됐던 것과 대조적이다.
자산별로는 국내자산 ETF에서 7150억 원이 빠져나간 반면 해외자산 ETF에는 3230억 원이 순유입됐다. 해외자산 ETF에는 지난 7월에도 5조1000억 원이 들어왔다. 국내 ETF 시장 전체에서 투자 수요가 줄었다기보다 국내 자산에서 빠져나온 자금 일부가 해외 자산으로 이동하는 모습으로 해석된다.
개인 투자자들의 직접투자에서도 해외 증시 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을 46억 달러어치 순매수했다. 지난해 월평균 순매수액인 27억 달러를 크게 웃도는 규모다. 특히 지난달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지난 2월 이후 처음으로 국내 주식 매수액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증시 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미국 증시의 상대적인 강세가 이어진 점이 투자자들의 자금 이동을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달 31일 기준 국내시장복귀계좌(RIA) 총잔고도 2조1214억 원으로 전월보다 5268억 원 감소했다. 지난 3월 출시 이후 월간 잔고가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운용업계에선 이 같은 흐름이 최근 ETF 시장 점유율 경쟁에서 고전하는 한투운용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날 기준 KB자산운용의 ETF 시장 점유율은 7.78%로 한투운용(7.41%)을 0.37%포인트 앞선다. 앞서 한투운용은 지난 5월 KB운용에 ETF 시장 3위 자리를 내줬다.
올해 초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1월 말 한투운용의 점유율은 8.4%로 KB운용(6.8%)보다 1.6%포인트 높았다. 이후 한투운용의 점유율은 3월 8.0%, 4월 7.4%, 5월 7.0%로 하락세를 보이면서 KB운용과 순위가 바뀌었다.
한투운용의 강점으로 꼽히는 것은 해외 투자 ETF다. 한투운용이 현재 운용하는 ETF는 총 110여 개로 이 가운데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상품은 70여 개다. 상품 수 기준 해외 투자 ETF가 전체의 약 63%를 차지한다.
특히 미국 대표지수와 빅테크, 배당주 등을 겨냥한 상품 라인업이 강점이다. '미국S&P500', '미국나스닥100'을 비롯해 '미국배당다우존스', '미국빅테크TOP7 Plus' 등 미국 증시를 대표하는 다양한 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선호가 국내 상장 ETF를 통한 투자로 이어진다면 해외 투자 상품 비중이 높은 한투운용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선호가 곧바로 국내 운용사의 해외주식형 ETF 수혜로 이어질지는 변수다. 미국 현지 ETF나 개별 종목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투운용도 해외 투자 수요에만 의존하는 모습은 아니다. 최근 국내 투자 ETF 라인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면서 국내 시장 공략에도 힘을 싣고 있다. 지난 6월 이후 출시한 6개 ETF가 모두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같은 기간 출시한 해외 투자 ETF 2개보다 많다.
실제 회사는 '고배당주Plus커버드콜액티브', 'K휴머노이드로봇산업TOP2+', 'K수출핵심TOP10산업액티브', '리츠부동산인프라액티브' 등 국내 증시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테마를 겨냥한 상품을 잇달아 출시했다. 국내 증시 강세와 함께 국내 주식형 상품을 확대하며 점유율을 끌어올린 KB운용에 대응하고, 국내 시장에서 새로운 투자 수요를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최근 선보인 'ACE 반도체Plus전략산업 ETF'도 한투운용의 국내 시장 공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상품이다. 지난 11일 상장한 이 ETF는 반도체·조선·방산·원자력 등 4대 핵심 전략산업에 자동차·휴머노이드 등 유망 산업을 더해 총 5개 산업의 대표 기업 10개 종목에 집중 투자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HD한국조선해양,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두산에너빌리티, 현대차 등이 편입됐다.
그동안 미국 빅테크와 나스닥100에 대한 장기 투자를 강조해 온 배재규 한투운용 대표도 최근에는 국내 제조업의 경쟁력을 함께 강조하고 있다. 배 대표는 최근 세미나에서 "대한민국은 반도체, 자동차, 조선, 방산, 원전 등 5개 산업에서 세계적인 경쟁력과 촘촘한 생태계를 갖춘 독보적인 국가"라고 강조했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국내 투자자들의 자금이 향하는 시장에 따라 한투운용의 ETF 사업 전략과 점유율 경쟁의 향방도 달라질 전망"이라며 "최근의 자금 흐름 변화가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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