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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칼럼-김교영] 돌아온 오디세우스, 길 잃은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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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그리스 이타카의 군주(君主) 오디세우스가 20년 만에 고향에 돌아갔다. 트로이 전쟁에서 승리한 영웅이었지만 귀향길은 순탄치 않았다. 바다를 떠돌았다. 동료를 잃었다. 수많은 죽음과 고통을 겪었다. 영화 '오디세이'는 흥미롭다. 신화 속 영웅의 '귀환'(歸還)을 단순한 모험담으로 그리지 않았다. 전쟁에서 이긴 사람은 과연 어떤 얼굴로 집에 돌아가야 하는가? 영화는 이런 궁극의 질문을 던졌을지 모른다.

대한민국은 정치적 내전(內戰) 상태다. 여야가 맞붙고, 입법부와 사법부가 기싸움을 벌인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난 정권을 도륙한다. 내부 싸움도 죽기 살기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국민의힘의 계파 갈등에서 우리는 그 민낯을 목격했다. 예로부터 골육상쟁(骨肉相爭)이 더 잔인하다고 했던가. 어디를 가려고, 무엇을 위해 그렇게 싸우나? 참 열심이다.

오디세우스에게는 분명한 목적지가 있었다. 고향 이타카였다. 길을 잃고 폭풍을 만나도, 세이렌이 유혹을 해도 포기하지 않았다. 우리 정치에는 '이타카'가 보이지 않는다. 오직 정권을 잡는 것이, 정적(政敵) 제거가 목적이다. 정치적 견해가 다르면 그냥 적이다. 정책 토론은 없고 인신 공격만 난무하다. '국익'과 '민생'을 내세우나, 생각과 행동은 지지층만을 향한다. 정치는 전쟁이 아니다. 승자가 패자를 굴복시키는 게임도 아니다. 이긴 편이든, 진 편이든 모두를 같은 배에 태워야 하는 게 정치다.

오디세우스가 두려워했던 상대는 괴물이 아니었다. 괴물보다 길을 잃는 게 더 무서웠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에는 "죽기 마련인 인간들에게, 떠돌아다니는 것보다 더 고약한 게 없다"란 말이 나온다. 우리 사회는 너무 오래 떠돌고 있다. 저출생, 지방 소멸, 청년 실업, 노인 빈곤, 주거 불안, 의료·돌봄 대란처럼 나라의 미래가 걸린 현안들이 정처 없이 떠다니기만 한다. 정치권은 애초에 이런 대항해(大航海)에 관심이 없었던 것인가. 국민은 요동치는 배 안에서 고통받는데, 정치는 서로 키를 잡겠다고 드잡이한다.

오디세우스에게 승전(勝戰)은 영광이 아니었다. 자신 때문에 죽은 수많은 사람들을 떠올리며 고향으로 돌아간다. 영웅에게 필요한 것은 전리품만이 아니다. 승리의 책임과 희생자에 대한 애도도 영웅의 몫이다. 중국 철학자 노자도 이렇게 말했다. '살인지중(殺人之衆, 많은 사람을 죽였으면) 이애비읍지(以哀悲泣之, 슬퍼하고 비통해하고 눈물을 흘려야 한다) 전승이상례처지(戰勝以喪禮處之, 전쟁에서 승리하더라도 마땅히 장례의 예를 갖춰라).'

정치도 마찬가지다. 승자독식(勝者獨食)이 아니라 공존공영(共存共榮)이 필요하다. 집권당은 정치적 책임을 무겁게 여겨야 한다. 잘못된 개혁은 나라를 망친다. 정책의 실패로 일자리를 잃거나 궁지에 몰린 사람들도 생긴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책임을 서로 떠넘긴다. 잘된 일은 자기 공(功)이고, 잘못된 일은 상대의 탓이다. 오디세우스는 귀향길에서 부닥친 모든 불행을 신(神)의 탓, 남의 탓으로 돌리지 않았다.

정치는 평범한 시민 곁에 있어야 한다. 장사꾼의 한숨, 청년의 취업 고민,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불안, 노인의 병원비 걱정을 마주해야 한다. 그래야 정치가 무엇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오디세우스는 천신만고(千辛萬苦) 끝에 집에 돌아왔다. 그 순간, 그는 영웅이 아니라 남편이고 아버지며 한 명의 인간이 된다. 우리 정치도 그렇게 '사람의 얼굴'로 돌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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