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카페·꽃집 종사자들에게 앞치마는 단순히 오염을 막는 작업복이 아니다. 하루 8시간 이상 몸에 걸치는 옷이자, 매장의 분위기와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유니폼이다. 실용성은 물론 편안한 착용감부터 세련된 디자인까지 중요한 이유다.
대구의 '케이블랑(K.BLANC)'은 이 같은 수요에 주목했다. 작업환경과 취향을 반영한 앞치마로 국내외 판로를 넓힌 데 이어, 지역 섬유산업 인프라를 활용한 원단 개발로 또 한번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 고객의 요구를 경쟁력으로
2018년 맞춤제작 앞치마로 출발한 케이블랑은 2023년 '펙스코 패션 디자이너 육성사업'에 선정되면서 워크웨어 브랜드로 방향을 새롭게 잡았다. 그간의 주문에서 선호도가 높았던 디자인과 색상 조합을 추려 '시그니처 라인'을 선보였다.
무엇보다 작업복에도 일상복처럼 패션의 흐름을 반영하고자 했다. 그 일환으로 2024년 봄 컬렉션부터 발레복에서 영감을 받은 '발레코어' 등 트렌드를 입혔다. 작업에 필요한 기능성과 개성을 살린 디자인을 함께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혔다.
권소해 케이블랑 대표는 "디자인과 생산, 마케팅을 모두 내부에서 해결하기 때문에 고객이 원하는 기능을 빠르게 제품에 반영할 수 있는 게 강점"이라며 "창업 초기부터 이어온 맞춤제작 서비스는 지금도 핵심 사업이다"고 설명했다.
맞춤제작 고객층도 다양하다. 브랜드 로고를 담은 작업복을 원하는 소상공인부터 매년 직원들의 단체 유니폼을 주문하는 프랜차이즈 수요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지자체와 학교, 미술관에서도 제작 의뢰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경상북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추진한 'K-하이진 프로젝트'에 참여해 도내 음식점 위생복 3천벌을 제작·납품했다.
단 한 번의 판매로 끝나지 않는다. 매달 고객 한 명을 '케이블랑 뷰어'로 선정하고, 착용 경험을 담은 인터뷰를 소개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은 매출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지난해 케이블랑 매출은 2024년보다 25.4%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배 가까이 늘었다.
◆ 지인을 위한 앞치마에서 해외시장까지
사업의 출발은 거창하지 않았다. 2018년 꽃집을 운영하던 지인에게 줄 앞치마를 만든 것이 창업으로 이어졌다. 당시 지인은 허리 아래까지 내려오는 길이에 착용 부담이 적고, 원단이 두꺼운 앞치마를 찾고 있었다. 하지만 시중 제품으로는 원하는 조건을 충족하기 어렵다고 보고 직접 제작에 나섰다.
권 대표는 "연극의상 디자이너 출신인 어머니와 함께 만든 앞치마를 지인에게 선물한 뒤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게시물을 본 사람들의 구매 문의가 이어졌다"며 "기능성과 디자인을 함께 갖춘 작업복을 원하는 수요가 있다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해외 진출의 문을 열어준 것도 인스타그램이었다. 국내에서 올린 제품 사진과 이야기가 외국 고객들에게 닿기 시작했다. 현재는 일본을 비롯해 미국·호주·벨기에 등으로 제품을 보내고 있다. 수출바우처 사업을 활용해 상표 등록과 번역, 현지화 작업도 차근차근 준비했다. 그 결과 지난해 수출액은 전년보다 187.5% 늘었다.
향후에는 출퇴근용으로도 손색이 없는 '올데이 워크웨어' 제품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 중소벤처기업부 등이 주최한 '혁신 소상공인 통합 오디션'에 지원해 선정됐으며, 지역 섬유산업 인프라를 활용한 나일론 원단 개발에도 나섰다.
해당 원단에 정전기 방지부터 발수·방오 기능을 더해 고객들이 편하게 착용할 수 있는 워크웨어를 선보이겠다는 구상이다.
권 대표는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편하고 멋지게 일할 수 있는 기능성 워크웨어의 표준을 만드는 게 목표"라며 "특히 지역 섬유 원단을 활용해 글로벌 유니폼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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