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 다니면서 부모와 함께 살며 생활비를 정기적으로 내는 청년은 34.2%에 그쳤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4년 말 내놓은 '초기 성인기의 부모 자녀 관계와 사회계층적 차이' 보고서에 담긴 수치다. 나머지 셋 중 둘은 형편이 될 때만 얼마를 건네는 비정기 부담이다. 분담 기준이 말로만 오가는 사이 가족은 감정 문제로, 세무당국 앞에서는 증여 문제로 넘어간다.
◆ 경제독립 75.4%, 주거독립은 30.4%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달 낸 고용동향브리프를 보면 2024년 기준 취업 청년의 경제적 독립 비율은 75.4%였다. 부모 집을 떠나 사는 주거 독립 비율은 30.4%에 머물렀다. 돈은 스스로 벌지만 잠은 본가에서 자는 청년이 다수라는 뜻이다.
국무조정실이 이달 발표한 2024년 청년 삶 실태조사를 보면 만 19~34세 청년의 부모 동거 비율은 54.4%였다. 이 가운데 62.0%는 구체적인 독립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적정한 독립 시기로는 '자산을 어느 정도 모은 뒤'가 36.3%로 가장 많았다.
동거는 30대와 40대로도 번졌다. 서울연구원이 2024년 5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수도권에 사는 1980년대 초반생의 41.1%가 부모와 살고 있었다. 1970년대 초반생(22.8%)의 두 배 수준이다.
◆ 정기 34.2%, 비정기 58.8%, 주거비는 25.7%
보사연 보고서는 기여의 내용도 쪼갰다. 취업한 동거 청년의 58.8%는 비정기적으로 생활비를 부담했고, 월세나 관리비 같은 주거비를 일부라도 나눠 내는 비율은 25.7%였다. 식사·청소·빨래 등 가사를 분담한다는 응답은 70.0%, 부모에게 신체적 돌봄을 제공한다는 응답은 15.9%였다.
돈을 낼 여력이 생기면 분담도 는다. 같은 조사에서 월소득 400만원 이상인 동거 청년의 69.8%가 생활비를 일부 댔고, 30~34세는 61.3%였다. 문제는 액수와 시기를 정해 두지 않은 나머지다.
부모 쪽 부담은 통계로 남아 있다. 보사연이 2023년 말 내놓은 자료에서 성인 자녀를 둔 부모는 연평균 1천409만원을 자녀 지원에 썼다.
◆ 무상 동거는 법적 권리가 아니다
민법 제974조에 따라 자녀가 성년이 되면 부모의 1차 부양의무는 끝난다. 자녀가 스스로 생활할 능력이 없을 때만 2차 의무가 인정된다. 소득이 있는 성인 자녀가 공짜 숙식을 요구할 법적 근거는 없다는 뜻이다.
가사·민법을 다루는 법조계에서도 만 19세 성인이 된 자녀에게 부모가 무조건적인 양육·부양 의무를 지지는 않는다고 본다. 소득이 있는 자녀에게 부모가 생활비를 요구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해석이다.
◆ 부모 카드로 산 생활비, 증여세로 돌아온다
세무 문제는 더 차갑다. 국세청이 지난 6월 펴낸 책자를 보면 비과세 생활비는 소득이 없어 부양의무가 성립하는 가족에게 직접 지출된 비용으로 제한된다. 대상과 용도, 수준의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채워야 한다. 이 책자를 만들 때 국민참여단 144명에게 물었더니 가장 확인하고 싶은 주제 1위가 생활비·용돈 계좌이체(16%)였다.
직장인 자녀가 급여를 전액 저축하고 부모 카드로 생활비를 썼다가 적발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국세청은 자금출처 조사에서 이를 증여세 과세 대상으로 처분했다. 무이자 차용증을 썼지만 자녀의 상환 능력과 이체 내역이 없어 금전대차가 부인되고 가산세까지 물린 사례도 있다.
직계존비속 증여공제는 10년간 5천만원이다. 가족 간 금전 대차는 법정 적정 이자율 연 4.6%로 계산한 이자 상당액이 연 1천만원 미만이면 과세에서 빠진다. 한 세무법인 대표세무사는 지난 5월 자금출처 세무 분석 자료에서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거래의 이름보다 실질을 보므로, 실제로 갚지 않거나 갚을 능력이 없으면 세무상 증여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라고 짚었다.
◆ "정산이 가족을 해친다"는 반론도
가족학계와 청년 당사자 사이에서는 집안일까지 계약서로 정산하면 가족 본연의 유대와 정서적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는 반론이 나온다. 청년 주거복지 연구진은 청년 실업과 주거비 급등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개별 가정의 생활비 분담으로 떠넘기는 접근이라고 비판한다.
정부도 공급 쪽을 손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027년도 예산안 편성방향에서 청년 자립·주거 지원 예산을 43조3천억원으로 잡았다. 국토교통부도 보증금 최대 2억4천만원 수준의 청년 보편형 전세주택을 신설하기로 했다. 청년 주거복지·자립지원 대책의 후속 실태평가는 오는 11월 나온다.
가계경제를 다루는 한 금융교육업체 대표는 지난해 2월 라디오 방송에서 "취업한 자녀에게 생활비를 받지 않는 것은 자녀의 경제관념 형성을 해치고 부모의 노후를 위태롭게 만든다"며 "월급의 15~20% 수준이라도 고정적인 생활비나 주거 분담금을 납부하도록 명확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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