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50년간 한국 천주교 미사에 사용된 국산 포도주 '마주앙 미사주'가 공식 미사주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국내 포도농가의 고령화와 원료 수급난 등이 교체 배경으로 지목되면서 국산 포도산업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국내 최대 포도 주산지인 경북에서도 재배면적이 줄어드는 가운데 샤인머스캣에 대한 품종 편중이 심화하면서 산업 기반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미사주도 수입산으로 대체
12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등에 따르면 올해 대림 시기부터 전국 성당에서 사용할 미사주가 국산 마주앙에서 호주 '세븐힐'과 이탈리아 '알라냐 비니'로 바뀐다. 한국 천주교회가 1977년부터 사용해 온 국산 미사주를 약 50년 만에 수입산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마주앙 미사주는 경북 포도산업과도 인연이 깊다. 1970년대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의 국산 미사주 개발 과정에서 탄생해 1977년부터 전국 천주교회에 공급됐다. 경북 의성과 영천 등지에서 생산된 포도가 미사주 원료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천주교 측은 국내 포도농가의 고령화와 재배면적 감소, 원료 품질 관리의 어려움, 생산공장 이전 문제 등이 겹치면서 국산 미사주 공급체계를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산 미사주 원료 수급의 어려움은 국내 포도산업의 재배구조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경북도가 올해 3월 실시한 과수재배실태 행정조사에 따르면 도내 포도 재배 농가 수는 2022년 1만7천328호에서 2024년 1만8천163호까지 증가했으나 지난해 1만7천691호로 줄었다. 1년 사이 472호(2.6%)가 감소한 것이다. 재배면적 역시 2023년 7천826.1㏊를 정점으로 2024년 7천692㏊, 지난해 7천562.2㏊까지 2년 연속 감소했다.
품종별로는 샤인머스캣에 대한 재배 집중 현상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도내 전체 포도 재배면적의 62.1%인 4천692.8㏊가 샤인머스캣으로 집계됐다. 캠벨얼리는 1천199.5㏊(15.9%), 거봉은 861.4㏊(11.4%), 기타 품종은 808.5㏊(10.6%)에 그쳤다. 다만 샤인머스캣 재배면적도 2023년 4천743.6㏊에서 지난해 4천692.8㏊로 감소하는 등 특정 품종에 편중된 재배구조 속에서 포도산업의 생산 기반도 축소되는 양상이다.
전국적으로도 포도 재배구조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의 연도별 자료에 따르면 전국 샤인머스캣 재배면적은 2018년 953㏊에서 2023년 6천458㏊로 급증했다가 지난해 5천923㏊로 줄었다. 과거 주력 품종이었던 캠벨얼리는 2018년 6천747㏊에서 지난해 4천60㏊로 39.8% 감소했다. 적포도주 원료로도 사용되는 MBA 역시 같은 기간 1천206㏊에서 909㏊로 24.6% 줄었다.
◆기후 맞춤형 신품종 개발이 관건
와인용 포도는 국내 기후 여건상 재배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포도산업은 주로 생과일로 소비하는 생식용 포도에 맞춰 형성돼 있다. 반면 와인용 포도는 양조에 적합한 당도와 산도 등을 확보해야 하는데, 여름철 장마와 상대적으로 부족한 일조량이 걸림돌로 작용한다.
경북도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와인용 포도는 당도가 24~26브릭스(Brix) 수준까지 올라가야 하는 경우가 있지만, 국내에서는 여름철 강수량이 많고 흐린 날도 잦아 이런 조건을 충족하기 쉽지 않다"며 "MBA도 본래 와인용 품종이지만 국내에서는 생식용으로도 재배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국내 기후에 적합한 와인용 포도 품종을 개발하고 이를 활용한 국산 와인 생산을 확대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청포도 품종 '청수'가 대표적이다.
경북 안동에서는 청수 품종을 활용한 '264청포도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독립운동가이자 시인인 이육사의 대표작 '청포도'에서 착안한 지역 특화 와인으로 안동시 도산면에서 재배한 포도를 원료로 사용한다. 2019년 와이너리 시설을 갖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갔으며, 2021년과 2022년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수상하는 등 국산 와인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전문가들은 신품종 개발과 함께 기존 재배 품종을 분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정 품종의 재배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북도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는 특정 품종의 재배 비중이 30%를 넘어서면 과잉생산 문제가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며 "샤인머스캣의 재배 비중도 장기적으로 낮추고 다양한 품종으로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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