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 '성범죄자 엡스타인 파일 공개' 압도적으로 통과
미국 의회가 18일(현지시간)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 사건 자료 공개 법안을 만장일치 수준으로 통과시켰다. 엡스타인은 생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오랜 기간 인연을 맺어왔고 성매매 알선 등의 의혹을 사고 있었다. 미성년자 성범죄 혐의로 체포됐다 구치소에서 숨진 엡스타인이 살아있는 현재 권력을 흔들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힐 재료로 엡스타인 사건 자료 공개를 줄곧 주장해왔다. 법안 통과로 미 법무부가 관련 자료를 공개하는 데 걸림돌은 사실상 없어졌다. 법안의 정식 발효까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서명이라는 절차만 남게 됐다. ◆대세가 된 사건 자료 공개 이날 하원은 본회의에서 찬성 427표, 반대 1표로 법안을 가결했다. 엡스타인 사건과 트럼프 대통령의 연계 의혹을 제기해 온 민주당은 당연하고 공화당에서도 찬성 몰표가 나온 것이다. 클레이 히긴스 공화당 의원이 유일한 반대 표를 던졌다. 히긴스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열혈 지지자로 알려져 있다. 상원은 아예 만장일치 찬성이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지도부는 그동안 민주당의 엡스타인 사건 자료 공개 요구를 "민주당의 사기극"이라 일축하며 법안 표결을 막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대세가 기울었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으로 분류되는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 내에서도 자료 공개가 마땅하다는 목소리가 컸다. MAGA 진영 친트럼프계로 꼽히던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도 동참했을 정도였다. 트럼프 대통령도 여론을 넘어서지 못했다. 지난 16일 돌연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화당 의원들에게 찬성 표를 던지라고 촉구했다. 여당인 공화당 내에서도 적잖은 이탈표가 예측된 터였다. 대세가 기울었음을 직감한 트럼프 대통령이 내린 나름의 결단으로 풀이된다. 이미 그는 여론을 의식해 법안이 통과될 경우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서명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 "난 결백" 트럼프 대통령은 법안 통과와 관련해 "나는 엡스타인과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했다. 백악관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만나던 중 관련 질문을 받은 그는 "난 그가 역겨운 변태라고 생각해 오래전에 내 클럽에서 쫓아냈고, 결국 내 판단이 맞았던 셈"이라며 "엡스타인 이슈는 민주당의 사기"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엡스타인이 돈을 건넨 정치인 목록이 담긴 보고서를 입수했다며 "그는 나에게는 돈을 전혀 주지 않았지만 민주당 인사들에게는 줬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적극적인 부인에도 엡스타인과 연결 고리가 적잖다. 엡스타인이 트럼프 대통령 부부와 친밀감을 과시하며 함께 찍은 사진이나 지난 9월 민주당이 공개한 이메일 내용도 의심을 사는 대목이다. 일부 시위자들은 2000년 2월 플로리다 팜비치 마러라고 클럽에서 트럼프 내외와 엡스타인, 그리고 당시 그의 연인 길레인 맥스웰이 함께 포즈를 취한 사진으로 피켓을 만들어 들어 보이기도 했다. 한편 의회를 통과한 법안은 엡스타인 사건 관련 비밀 해제 가능 자료 모두를 공개하도록 했다. 미 법무부는 법안 발효 30일 내에 ▷미공개 기록과 문건 ▷수사 자료 ▷이메일 등을 피해자 보호 기준에 따라 수정한 뒤 일반에 공개해야 한다.
2025-11-19 16:34:47
폼페이오 "북핵 협상 상대는 사실상 시진핑이었다" 회고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이 17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발로파크 콘퍼런스룸에서 국내 언론 간담회를 가졌다.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CIA(중앙정보국) 국장과 국무장관 등 요직을 지내며 주요 정책 결정에 참여했던 인물이다. 정부 관계 및 전략 자문 회사인 CNQ그룹을 이끌고 있는 그는 법무법인 대륙아주와 맺은 파트너십을 계기로 마련된 간담회에서 한미 통상 관련 조언은 물론 트럼프 1기 시절 대북 협상 과정에서 받은 인상과 노하우 등을 전했다. 국내 언론의 관심을 끈 대목은 단연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의 대북 협상 관련 경험이었다. 대북 협상을 총괄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수차례 만났던 그는 김 위원장에 대해 "정말 불쾌한 인물이다. 무례하다는 게 아니라 끔찍하고 악랄하다는 뜻"이라며 "김정은을 핵 포기로 설득할 '당근'이나 '채찍'은 없다. 궁극적으로 북핵 문제는 베이징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8년 3월 CIA 국장 자격으로 평양을 극비리에 방문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과 북미정상회담 안건을 논의했다. 당시 김 위원장에 대해 받은 인상을 회상한 그는 "한반도가 자신의 것이라고 믿고 있고 북한이 부당하게 대우받아 왔다고 믿었으며 그것을 되찾기 위한 방법을 찾으려 결심하고 있었다"고 했다. 특기할 만한 것은 북한이 핵무기 포기 단계에 이르지 못한 이유다. 그는 중국이 배후에 있고 북한과 중국이 깊숙이 엮여 있다고 봤다. 그는 "우리는 핵무기 포기라는 궁극적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내 판단에 따르면 김정은은 싱가포르, 하노이, 판문점 회담 전후로 나나 트럼프를 만날 때마다 항상 베이징을 먼저 찾았고, 회담이 끝난 뒤에도 베이징에 보고했다"며 "우리가 교섭한 상대는 김정은이 아니라 사실상 시진핑이었다"고 했다. 북미 정상회담 재개 가능성에 대해서도 "특별히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무엇을 해야 진전이 있겠느냐는 질문에 중국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 문제는 베이징에서 해결해야 한다. 핵무기를 북한에서 제거하는 것이 목표라면 그것은 시진핑의 허락과 지시 없이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며 "중국에 집중하고 중국이 북한을 전략적 도구로 사용하는 것을 억제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네바 합의, 6자 회담 등 북한 관련 협상의 역사를 모두 생각해 보면 새롭게 시도해 볼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북한 내부에서 무언가 벌어지지 않는 이상 현실적으로 활용 가능한 지렛대가 없다"고 관측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원자력 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것과 관련해서는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그는 "그 부분이 포함된 건 놀라웠지만 긍정적으로 본다. 한국은 엄청난 첨단 기술과 막대한 인적 자원이 존재한다"며 "김정은은 핵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 국민이 충분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상황이 악화되면 미국 본토를 포함한 전 세계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했다.
2025-11-18 16:39:01
주한미군 사령관 "지도 뒤집으면, 韓·日·필리핀 전략지"
시각을 바꾸면 '길'이 보인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군사령관이 16일 주한미군사령부 홈페이지에 올린 '사령관 칼럼'에는 한 장의 지도가 첨부됐다. '동쪽이 위로 향한 지도(East-Up Map·이하 지도)'로 위아래가 뒤집힌 동아시아 지도다. '인도-태평양의 숨겨진 전략적 이점 공개'라는 부제가 붙은 A4용지 3장 분량의 칼럼은 지도 해설에 상당량을 할애하고 있다. 칼럼에서 브런슨 사령관은 "관점을 바꾸면 한반도는 접근성, 도달성, 영향력을 갖춘 전략적 중심축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배치된 전력은 가장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억제력이며 동북아 안정의 핵심 기반을 이루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지도의 노림수는 명확하다. 한반도가 동아시아의 중심에 있으며 지정학적·군사적 이점을 최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지도는 올해 초부터 주한미군 교육용으로 활용돼 왔다. 대만과 필리핀이 지도의 오른쪽 위에 있어 '동쪽이 위로 향한 지도'라 불렸다. 이 지도에는 주한미군사령부가 있는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주요국의 근거지까지의 거리가 표시돼 있다. 브런슨 사령관은 지난 5월에도 한국을 "일본과 중국 사이에 떠 있는 항공모함"에 비유하며 이 지도를 언급한 바 있다. 특히 브런슨 사령관은 이 지도를 통해 한국과 일본, 필리핀 3개 국의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아마 이 지도가 제공하는 가장 중요한 통찰은 한국·일본·필리핀을 연결하는 전략적 삼각형의 존재"라며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세 파트너 국가를 각각 삼각형의 꼭짓점으로 보면 이들의 집단적 잠재력은 분명해진다"고 밝혔다. 또 "한국은 중심부에서의 깊이, 일본은 기술 우위와 해양 도달 범위, 필리핀은 남쪽 해양 축의 접근성을 제공하며 각자 고유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북한 위협에 대비하는 신뢰성 있는 연합 억제력, 다시 말해 한반도에서 시작되는 동맹의 기본 임무를 더욱 공고히 한다"고 덧붙였다. 주한미군 주둔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한국의 역할은 자연스러운 전략적 중심축(pivot)이다. 캠프 험프리스는 평양에서 약 158마일(255km), 베이징에서 약 612마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약 500마일 거리로 잠재적 위협과 가깝다"며 "베이징의 관점에서 보면 전략적 가치는 더 분명해진다. 주한미군 오산 공군기지는 원거리 위협이 아니라 가까운 위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재명 정부가 임기 내를 목표로 추진하는 전시작전 통제권 전환에 대해서는 "조건에 기초로 한 전작권 전환이 진행되면서 (연합사) 지휘부 내 보직 및 역할은 변할 수 있으나 연합 방위의 기본 토대는 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2025-11-17 16:43:17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로 향하는 북한의 탄약 공급을 끊기 위해서다.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 키이우포스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국(HUR)은 지난 13일 러시아 동부 하바롭스크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발이 자신들의 공격임을 텔레그램을 통해 밝혔다. HUR은 "13일 밤 러시아 하바롭스크주 소스노브카 마을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정보 요원들이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공격해 화물 열차를 탈선시켰다"며 "이 노선은 북한에서 공급받은 무기와 탄약을 비롯한 군수 물자 수송에 활용되고 있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해외정보국(FISU)은 지난 7월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 650만 발을 공급했으며, 사실상 러시아군이 쓰는 탄약의 주요 공급국이라고 밝힌 바 있다.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9천여㎞를 잇는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러시아 동부에서 우크라이나 전선까지 군사 물자를 공급하는 주요 경로다. HUR은 이번 공격이 러시아의 물류 역량을 무너뜨리기 위한 작전 중 하나라고 밝히면서 러시아의 정보력을 깎아내렸다. 이들은 "러시아 특수정보기관은 가장 중요한 기반 시설조차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한편 난방 수요가 늘어나는 겨울을 앞두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에너지 기반 시설 공격에 집중하고 있다.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 전력시설에 대한 공격을 이어갔다. 우크라이나 현지 전기 생산이 중단되고 각지에서 전력 공급이 끊겼다. 우크라이나도 러시아의 전쟁 자금 조달 등에 타격을 주기 위해 석유 저장고 등 시설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2025-11-16 16:35:39
중일 관계가 급격하게 경색되는 분위기다. 중국이 당장이라도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는 듯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7일 국회에서 한 발언을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 다카이치 총리는 대만 유사시 집단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다고 했다. 일본의 존립 위기 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인데 현직 총리가 이렇게 공식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16일 중국이 대일 관계를 강경 일변도 자세로 고쳐 잡은 배경으로 다카이치 총리 발언을 결부해 보도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다지만 중국과 일전도 불사하겠다는 뜻으로 들렸을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라는 것이다. 중국이 이 발언을 내정 간섭으로 해석한 것은 물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체면을 뭉갰다는 판단이 깔렸다는 게 일본 언론의 시각이다. 실제로 중국은 즉각적으로 반발했다. 쉐젠 주오사카 중국 총영사는 X(엑스·옛 트위터)에 "'대만 유사가 일본 유사'라는 건 일본의 일부 머리 나쁜 정치인이 선택하려는 죽음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들이민 더러운 목을 벨 수밖에 없다"는 글도 올렸다가 지웠다. 자국민 일본 방문 자제 카드에서도 격분이 드러났다. 중국은 다카이치 총리가 관련 발언을 철회하도록 압박을 가하고 있다.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이진 않는다는 게 일본 주류 언론의 분석이다.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과 보수층 지지가 직결돼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중일 관계 갈등 확산을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입장차가 있는 만큼 양국 간 중층적 의사소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주 APEC 정상회담에서 중일 관계는 유화모드로 마무리된 듯했다. 중국은 이달 3일 한국·일본 등에 대한 무비자 조치를 내년 말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고, 5일에는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방류 이후 금지했던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2년여 만에 재개했다. 불과 2주 전 있었던 일이다. 향후 전망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아사히신문은 이번 갈등의 중심에 대만 문제가 있다는 점을 꼽으며 최악의 경우 장기간 갈등 양상이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일본과 중국이 더 강경한 조처를 단행한다면 '국교정상화 이후 최악'이라 불린 2012년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둘러싼 관계 악화가 재발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2025-11-16 16:32:54
보스니아판 오징어게임, '사라예보 포위전' 조사 착수한 伊 검찰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 시즌2에는 게임에서 진 참가자들을 총으로 쏴 죽이는 주최 측 일꾼, 그리고 일꾼으로 위장해 총격을 일삼는 'VIP'들이 등장한다. VIP들은 게임 패배자들을 사냥하기 위해 골목길을 휘젓고 다니며 총을 쏜다. 게임에서 지면 어차피 죽을 패배자들이니 죽이는 데 서슴없다. 반인륜적 가책은커녕 쾌감을 느낀다. 1992~95년 보스니아 전쟁의 '사라예보 포위전' 동안 오징어게임에 버금가는 '인간 사냥'이 있었다는 주장과 정황이 이탈리아에서 나왔다. 일명 '저격수 사파리(sniper safaris)'가 있었다는 것이다. ◆보스니아판 '오징어게임' 이탈리아 밀라노 검찰은 11일(현지시간) 이탈리아인은 물론 미국, 러시아 등 다른 나라에서 온 이들이 사라예보 시내에 갇힌 시민들을 저격해 죽인 의혹과 관련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일명 '저격수 사파리'에 참가한 이들은 우리 돈 1억 원이 넘는 거액을 참가비를 지불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탈리아 현지 언론인 라 레푸블리카(La Repubblica) 등에 따르면 밀라노 검찰청의 조사는 언론인이자 작가인 에지오 가바체니가 고발장을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가바체니는 "무기를 좋아하는 매우 부유한 사람들이 무방비 상태의 민간인을 죽일 수 있는 권리를 사기 위해 돈을 냈다"고 했다. 그는 라 레푸블리카와 가진 인터뷰에서 "적어도 100명 정도가 그 행위에 가담했다"며 "현재 가치로 최대 10만 유로(약 1천700만 원 남짓)의 참가비를 냈다"고 주장했다. 인간 사냥에는 '가격표'도 달렸다. 어린이, 군복 입은 무장 군인, 여성 순으로 돈을 많이 걸었으며 노인은 무료로 죽일 수 있었다고 한다. 이른바 '인간 사냥꾼'으로 불린 외국인들이 보스니아 전쟁 중 사라예보에 있었다는 의혹은 수차례 제기됐던 터다. 완전히 부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탈리아 ANSA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군사정보기관 시스미(Sismi·군사정보보안국)도 이런 의혹을 사실로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스미는 저격수 사파리 참가자들이 이탈리아 북부 트리에스테에서 항공편으로 출발해 사라예보 시내를 내려다보는 언덕 지역으로 이동한 사실을 알아냈다고 한다. ◆영화 '사라예보 사파리'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수도 사라예보는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다. 시쳇말로 가둬놓고 공격하기 용이했다. 세르비아계 민병대는 1천425일에 걸쳐 이 지역을 포위했다. 현대사에서 가장 긴 포위전으로 기록됐다. 이 기간 동안 1만1천 명이 넘는 민간인이 살해됐다. 이탈리아 언론은 약 30년 전에도 이 사건을 다룬 바 있다. 당시에는 구체적인 증거가 없었다. 이번에 고발장을 검찰에 제출한 가바체니는 영화 한 편을 본 뒤 이 주제에 재차 관심을 가졌다고 했다. 2022년 슬로베니아 출신 영화감독 미란 주파니치가 내놓은 다큐멘터리 영화 '사라예보 사파리'였다. 영화에는 여러 나라에서 온 외부인들이 사라예보 포위전에 보였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민간인에게 총구를 들이댄 증거는 이전에도 있었다. 1992년에는 러시아의 극우 민족주의 작가이자 정치인이었던 에두아르드 리모노프(2020년 사망)의 기관총 난사 장면이었다. 그는 당시 보스니아의 세르비아계 지도자 라도반 카라지치의 안내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카라지치는 2008년 체포된 뒤 헤이그 국제재판소에서 집단학살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반론도 있다. BBC는 1990년대 사라예보에 주둔했던 영국군 관계자들로부터 '괴담'에 가깝다는 증언을 전했다. 민간인에게 총을 쏘려고 외국인을 들여오는 시도는 수많은 검문소 때문에 물리적으로 실행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2025-11-13 16:57:03
인도네시아 고교 폭발 사건 용의자, 집에서 혼자 폭탄 제조
지난 7일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 있는 고등학교 내 모스크에서 예배 도중 폭발물을 터뜨려 90여 명을 다치게 한 17세 용의자가 사제 폭탄을 집에서 혼자 만들었던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12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경찰은 지난 7일 자카르타 북부 SMA 72 고교에서 폭발물을 터뜨린 17세 용의자는 자신의 집에서 소형 폭발 장치를 조립했다고 밝혔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용의자는 6V(볼트) 배터리, 플라스틱 용기, 리모컨, 못 등 간단한 재료들로 폭탄 7개를 만들었고 이 가운데 4개가 모스크 내부에서 폭발했다. 용의자는 인터넷에서 본 제조법에 따라 혼자서 폭탄을 만들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터지지 않은 나머지 폭탄을 확보해 조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범행 동기는 학교폭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만 이마누딘 자카르타경찰청 형사수사국장은 기자회견에서 "용의자는 가족뿐 아니라 학교와 지역사회 어디에도 불만을 토로할 곳이 없다고 느꼈다고 한다"고 했다. 다만 용의자는 폭발물이 터진 고교 인근 학교에 다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폭발 사건으로 학생 96명이 다쳤는데 절반 이상은 청력이 손상됐고, 4명은 갑작스러운 난청을 겪었으며 11명은 여전히 치료 중이다. 화상을 입은 1명은 위중한 상태다. 경찰은 용의자가 온라인에서 알게 된 극단주의자들을 모방하려 한 것 같지만 무장단체와 연관성은 없다고 전하면서도 폭발 현장에서 확보한 장난감 기관단총에서 '복수'라 쓰인 글자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백인 우월주의 구호를 상징하는 문구인 '14개 단어'(14 words)와 2019년 뉴질랜드에서 51명을 숨지게 한 반이슬람 테러범의 이름도 새겨져 있었다고 전했다. 마인드라 에카 와르다나 경찰 대테러부대 대변인은 "해당 문구와 이름은 모방을 부추긴 폭력적 이념이나 인물일 뿐 용의자와 테러 조직 사이에 연관성은 없다"고 했다. 그는 용의자에게 테러방지법을 적용할 수는 없지만 최대 징역 12년을 선고할 수 있는 계획적 중상해 혐의로 기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25-11-12 16:21:29
미국과 베네수엘라 두 나라의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중남미 카리브해가 새로운 화약고로 떠오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명분으로 카리브해에 미군 항공모함(항모) 전단을 배치한 데 맞서 베네수엘라도 예비군까지 동원한 대규모 군사 훈련에 나선 것이다. 특히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이런 움직임이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겨냥하고 있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정권 전복을 위한 미국의 음모라는 것이다. 미 해군은 11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세계 최대 항모인 제럴드 포드 항모 전단이 미군 남부사령부 작전구역(멕시코 이남 중남미 지역과 주변 해역, 카리브해 등)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포드 항모는 그동안 지중해에서 작전을 수행해왔다. 앞서 미국은 미국으로 마약을 밀수하려는 베네수엘라 마약 카르텔을 테러단체로 지정한 바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군은 이 지역에 군함 8척, 원자력 추진 잠수함, F-35 전투기 등을 배치하고 지난 9월부터 최근까지 카리브해와 동태평양에서 '마약 운반선'으로 의심되는 선박을 상대로 최소 19차례 공습을 가한 바 있다.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의도가 다른 데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 축출이 미국의 진짜 목적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미국의 군사적 조치에 맞서겠다며 항전 의지를 밝히고 있다. CNN 방송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로페스 베네수엘라 국방장관은 미군의 군사력 증강에 맞서 자국의 병력, 무기, 군사장비 등을 대규모로 동원한다고 선언했다. 또 정규군뿐 아니라 예비군에 해당하는 볼리바르 민병대도 참여한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군의 군사적 행동이 현실화할 경우 베네수엘라군은 현실적 전력 차를 고려해 '게릴라 전술'을 수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소규모로 편성된 부대가 전국 280여 곳으로 흩어져 각개전투식 대응을 한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도 베네수엘라의 전력 보강 상황을 전했다. 마두로 대통령이 2000년대 러시아 측으로부터 수입했던 수호이 전투기 수리, 레이더 시스템 개선, 미사일 체계 공급 지원을 러시아에 요청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2025-11-12 16:04:19
미국의 온라인 사전 사이트 딕셔너리닷컴(Dictionary.com)이 올해의 단어로 '67'을 선정했다. 알파세대(2010년 이후 태어난 세대) 사이에 유행한 표현이다. '67' 또는 '6-7'이라고 쓴다. 음절 하나씩 따로 읽어야 한다. '식스티세븐'이 아니라 '식스-세븐'이라 발음한다. 의미는 명확하게 정의하기 힘들다. 딕셔너리닷컴은 이 단어를 모호한 속어라 설명했다. 메리엄-웹스터 사전은 10대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무의미한 표현이라고 정의했다. 다만 이 단어가 올해의 단어로 선정된 과정과 관련해 딕셔너리닷컴은 "올해 여름부터 '67'에 대한 검색량이 급격히 증가했고 6월 이후 검색량은 6배 이상 늘었으며 현재까지 상승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정컨대 이 표현은 미국 가수 스크릴라의 노래 'Doot Doot(6 7)'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키가 6피트 7인치(약 200.6㎝)인 NBA 농구 선수 라멜로 볼이 등장하는 틱톡 영상에 이 노래가 등장한 뒤로 '67'이 크게 유행하기 시작했고 알파세대의 은어로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틱톡은 최근 들어 알파세대들의 '밈'(meme·온라인에서 흥미를 끌 만한 말, 행동, 춤 등을 넣어 올린 콘텐츠) 전파 창구가 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드뮤어'(demure)가 올해의 단어로 선정됐었다. '얌전한'이라는 뜻의 이 단어는 틱톡 크리에이터 줄스 르브론이 올린 영상을 통해 유행했었다. 한편 딕셔너리닷컴이 선정한 올해 영향력이 있었던 단어에는 인공지능(AI)을 조롱하는 표현으로 사용된 'Clanker'(클랭커)와 관광지에 관광객이 몰려 문화적·경제적 부담이 커지는 'Overtourism'(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도 포함됐다.
2025-11-11 16:54:36
美中 '부산 회담 합의' 이행, 무역보복 1년 유예 발효
'무역전쟁 확전 자제'에 합의했던 미중 양국이 10일부터 서로를 겨냥한 추가 관세와 무역 보복 조치 일부를 유예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30일 부산에서 가진 정상회담에서 양국 사이의 훈풍이 감지된 터였다. 미국은 이날 0시 1분(현지시간) 올 들어 중국산 제품에 부과해온 이른바 '펜타닐 관세'를 종전 20%에서 10%로 낮춘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관세율은 평균 57%에서 47%로 내려간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중국이 합성 마약의 일종인 펜타닐의 대미 유입 차단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른바 '펜타닐 관세'를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시진핑 주석과 회담을 가진 뒤 유화적인 태도로 돌아섰다. 중국이 미국으로 유입되는 펜타닐 전구물질 등의 차단에 협력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중국도 이날 오후 1시 1분(현지시간)을 기해 미국산 닭고기·밀·옥수수·면화에 15%, 수수·대두·돼지고기·쇠고기·수산물 등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해온 조치를 중단한다. 미국의 '펜타닐 관세'에 상응한 보복 관세였기 때문이다. 두 나라는 또 지난 4월 양측에 100% 넘게 부과했던 '관세 공방 휴전'을 1년 연장하는 방안도 이날부터 시행한다. 앞서 미국은 지난 5월 중국 상품에 부과한 추가 관세 125% 중 91%는 취소하고 24%는 90일간 유예하기로 제네바 미중 고위급 회담에서 중국과 합의했었다. 양측은 지난 8월 유예기간을 90일 더 연장한 데 이어 지난달 미중 정상회담 때 1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중국이 칼자루를 쥔 것으로 보였던 희토류 관련 조치도 유예됐다. 희토류 등 수출 통제 조치는 당초 이달 8일 발효 예정이었지만 내년 11월 10일까지 1년 유예한 것이다. 반도체와 태양광 패널, 레이저, 배터리, 무기 등에 활용되는 갈륨·게르마늄·안티몬·흑연의 대미 수출 통제도 내년 11월 27일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미국산 대두 등 농산품 구매와 원목 수입도 재개했다. 대만과의 무기 판매 등을 이유로 미국 군수기업들을 제재했던 조치 역시 향후 1년간 실행하지 않기로 했다. 이와 함께 최근 새로운 무역 갈등 요인으로 떠올랐던 상호 선박에 대한 항만 수수료 징수도 이날부터 중단한다. 합의에 따라 미국이 중국 해사·물류·조선업에 대한 무역법 301조 조사 최종 조치 실시를 멈추면서 중국 역시 자국 산업 피해 상황 조사를 1년 동안 중단하기로 했다.
2025-11-10 16:40:17
필리핀이 잇단 대형 태풍 상륙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태풍 '갈매기'로 22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지 나흘 만에 또 다른 슈퍼 태풍 '풍웡'이 상륙하면서 120만명 가까이가 대피했다. 사안의 심각성을 감지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수도권과 인근 지방정부의 업무뿐 아니라 모든 교육기관의 수업을 11일까지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 10분쯤 26호 태풍 '풍웡'이 필리핀 루손섬 동부 오로라주에 상륙했다. 이번 태풍으로 동남부 사마르섬 등에서 2명이 숨졌고 전국적으로는 118만 명이 대피했다. 사망자 가운데 한 명은 임시 목조 다리에서 추락해 물살에 휩쓸려 숨진 것으로 전해졌으며 다른 한 명은 잔해에 깔려 숨졌다. 현지 기상전문가들은 태풍 '풍웡'이 최근 몇 년 사이 필리핀에 상륙한 태풍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필리핀에서는 풍속 185km/h 이상의 열대성 저기압을 '슈퍼 태풍'으로 분류한다. 태풍 '풍웡'의 중심 최대 풍속은 185km/h에 달했고, 순간 최대풍속은 230km/h를 기록했다. 필리핀 기상청은 최대 200mm의 폭우가 광범위한 지역에 내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지붕을 뜯어내거나 나무를 쓰러뜨릴 수 있는 강풍이 동반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또 "앞으로 48시간 안에 저지대나 해안에 가까운 지역에서는 최대 3m가 넘는 치명적 폭풍 해일이 발생할 위험도 높다"고 경고했다. 한편,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는 태풍 '풍웡'이 필리핀 북부 해안 쪽으로 중심을 이동한 뒤 13일에는 세력이 다소 약해진 상태로 대만 남서부 해안에 접근할 것으로 예상했다. '풍웡'은 봉황(鳳凰)의 광둥어로 홍콩이 제출한 이름이다.
2025-11-10 16:36:03
러시아가 드론 458대와 미사일 45발을 동원해 우크라이나의 원자력발전소와 변전소 등 에너지 기반시설 등을 공격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 과정에서 7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8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러시아가 또 흐멜니츠키와 리브네 지역 원전에 전력을 공급하는 변전소들을 공격했다"며 "이번 공격은 우연이 아닌 치밀하게 계획된 타격이며 러시아는 유럽의 핵 안전을 의도적으로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비하 장관은 그러면서 "러시아 공습이 또다시 사람들의 일상을 겨냥했다"며 "그들은 지역사회로부터 전력과 물, 난방을 빼앗았고 중요 기반 시설을 파괴했으며 철도망을 부쉈다"고 비난했다. 전날 밤사이 이어진 공습에 발전소 곳곳의 전기 생산이 중단되고 각지에서 전력 공급이 끊겼다. 수도 키이우와 하르키우 지역에서 화력발전소를 운영 중인 국영 에너지 업체 센트레네르고는 2022년 러우전쟁이 시작된 이후 최대 규모의 공습을 받아 전력 생산을 중단했다고 페이스북에 밝혔다. 우크라이나 최대 민간 에너지 업체 DTEK도 텔레그램에서 화력 발전소 한 곳의 설비가 파손됐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는 러시아의 드론 공격을 받아 에너지 기반시설이 파손됐으며 크레멘추크에서도 전력과 수도가 끊겼다고 당국이 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의 군·산 복합기업 단지와 우크라이나군 작전을 지원하는 에너지 시설을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난방 수요가 증가하는 겨울을 앞둔 때를 노려 우크라이나의 전력망을 집중적으로 공격해왔다. 이와 관련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서 "겨울을 앞두고 민간인들을 해치려는 러시아의 에너지 기반시설 공습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며 "지금까지 러시아의 원자력 부문은 제재를 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석유와 가스 무역에도 더 큰 압박이 필요하다"며 "미국, 유럽, 주요 7개국(G7)의 관련 결정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2025-11-09 16:45:16
"새벽 3시 출근, 세비 절반만" 日 다카이치 총리 파격 행보
집권 3주차의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를 상징하는 한마디는 단연 '일하고, 일하는'이다. 새벽 출근도 마다치 않고 세비는 절반만 받겠다고 천명하면서 유능한 총리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있다. 80%가 넘는 여론 지지율도 등에 업었다. "우리 사나에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될 법한 전폭적 지지다. 지난달 4일 다카이치 총리가 자민당 신임 총재로 선출됐을 때만 해도 그의 총리직을 의심하는 시선이 우세했다. 연립 공명당이 연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야당의 합종연횡에 따라 얼마든지 정권이 넘어갈 수 있던 터였다. 이때 그는 총재 선출 직후 양원 의원총회 연단에 서게 되는데 여기에서 지금의 다카이치 정권을 압축하는 문장, '일하고(働いて),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겠습니다'가 나왔다. '일하겠다'는 표현만 다섯 차례 연달아 말하는 모습에는 결연함이 묻어났다. '일하는' 총리 이미지는 연출 여부를 떠나 일본 국민들에게 긍정적인 요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입장이나 견해를 소셜미디어에 공개하듯이 다카이치 총리 역시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를 십분 활용해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주말인 8일 저녁 "스스로 머리카락을 자르다가 실패해 남편의 웃음거리가 됐다"는 글을 계정에 올렸다. 그러면서 "숙소에서 나오면 경호 요원이나 운전사에게 민폐가 되기 때문에 공식 행사가 없는 주말은 숙소에서 일을 하기로 했다. 현재 고민은 야간이나 주말에 미용실에 가지 못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문구만 보면 머리카락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다는 푸념으로 보이지만, 행간을 풀이하면 주말에도 '일하고' 있다는 데 방점이 찍혔다. 요미우리신문은 이에 대해 일명 '직장 갑질' 지적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7일 국회 답변 준비 회의를 새벽 3시쯤 연 적이 있는데 이로 인해 직원에 대한 배려 부족, 과로 우려 등을 지적당한 바 있다. 실제 그는 과로사 등을 막기 위해 벌여온 노동시간 상한 규제를 완화할 생각을 내비치기도 했다. 세비 자진 삭감 방침을 밝힌 것도 우호적 분위기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으로 받는 129만4천 엔(약 1천229만 원)과 총리로 받는 115만2천 엔(약 1천94만 원)을 줄이겠다고 했다. 이 경우 총리 급여는 월 최대 1천만 원 남짓 줄어든다. 여론은 호의적이다. 이달 3일 일본 TBS와 계열 지방방송사의 네트워크인 JNN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다카이치 내각 지지율은 82%로 한 달 전 있은 이시바 내각 지지율에 비해 38.3% 포인트 높았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여론은 14.3%에 그쳤다. 2001년 이후 정권 가운데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88%)에 이은 두 번째로 높은 지지율이다.
2025-11-09 16:42:03
맘다니 "트럼프는 독재자" vs 트럼프 "맘다니는 "공산주의자"
미국 뉴욕시장 선거에서 당선된 '민주사회주의자' 조란 맘다니(34)의 일성은 매서웠다. 자신의 당선을 막으려 색깔론을 펼쳤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독재자'라는 비난의 화살을 날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맘다니를 향해 '공산주의자'라며 일전을 벼르고 있다. 상대 후보 지원에 바빴던 월가도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향후 정국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맘다니-트럼프, 말싸움에 그칠까 조란 맘다니 뉴욕주 의원이 뉴욕시장 당선 확정 직후 지지자들 앞에서 했던 승리 연설 일성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도발이나 다름없었다. 맘다니는 "트럼프에게 배신당한 국가에 그를 어떻게 물리칠 수 있을지 보여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바로 그가 태어난 이 도시"라며 "독재자를 가장 두렵게 만드는 방법이 있다면 그가 권력을 쌓을 수 있게 해준 조건 자체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했다. 이유 있는 도발이었다. 뉴욕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기간 내내 맘다니를 '공산주의자'라 칭하며 색깔론을 펼치는가 하면 뉴욕시장에 당선된다 해도 연방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사실상 협박에 가까운 선거 개입도 서슴지 않았던 터다. 유세 기간 이민 정책을 화두로 삼아 트럼프 행정부에 정면으로 맞선 맘다니의 돌직구는 이어졌다. 그는 "뉴욕은 앞으로도 이민자의 도시로 남을 것"이라며 "이민자들이 세우고 움직여왔으며 오늘 밤부터 이민자가 이끄는 도시"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잠자코 있지 않았다. 맘다니 당선 확정 이후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그래서 이제 시작이다!"(…AND SO IT BEGINS!)라고 올렸다. AP통신은 이를 맘다니의 도전장에 응수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로이터통신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발언권을 쥐고 있으며 공격적인 정치를 즐기는 트럼프와 정면으로 맞붙는 능력을 시험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당선 직후 자세 고쳐 잡는 월가 월가 부유층 등 주요 인사들이 맘다니에 반감을 가진 이유 중 첫 번째로 꼽은 것은 그의 종교다. 시아파 무슬림인 맘다니의 친팔레스타인 정책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를 실눈으로 봐온 터였다. 또 월가 자본의 큰손인 유대인들에 대한 반감마저 감지했기에 맘다니를 곱게 볼 수가 없었다. 여기에 저소득층 지원을 위한 무상버스·무상보육 확대 공약 실현에 부유층 증세를 수반한다는 것도 탐탁지 않았다. 월가가 조직적으로 나선 것은 당연해 보였다. 억만장자 투자자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캐피털 회장 등 월가의 부유층들은 정치자금 모금단체까지 만들어 쿠오모 후보 띄우기에 나섰지만 무위에 그쳤다. 자산관리회사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와 헤지펀드 '시타델' 등은 직원들에게 투표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모두 수포로 돌아가면서 맘다니를 받아들이고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로 한 움직임도 포착된다. 한때 맘다니를 '마르크스주의자'라 했던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는 맘다니를 돕겠다는 의사를 피력했고, 투자은행 에버코어의 랠프 슐로스타인도 정치적 견해가 다르더라도 맘다니와 협력하겠다고 했다. 제인 프레이저 시티그룹 최고경영자도 "당선된 시장과 협력해 더 나은 도시를 만들겠다"며 자세를 낮췄다. ◆맘다니의 핵심 지지층, 서민 '민주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조란 맘다니의 미국 뉴욕시장 당선은 저소득층과 유색인종 유권자들의 압도적인 지지 덕분인 것으로 확인됐다. 5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뉴욕시의 인구통계 자료와 선거 결과를 분석한 내용을 게재했다. 관련 기사들은 맘다니가 특정 유권자층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는 걸 보여줬다. 맘다니 당선의 일등공신은 저소득층 우대 공약이었고 이는 선거 결과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자가를 보유하지 못한 유권자들은 맘다니에게 앤드루 쿠오모 무소속 후보보다 24% 포인트 더 많은 득표율을 안겼다. 연소득에 따른 유의미한 득표율 격차도 나왔다. 맘다니는 연소득 5만 달러(약 7천200만원) 이하 지역에서 쿠오모를 9% 포인트 이상 앞섰다. 유색인종들의 압도적 지지도 맘다니 당선에 기여했다. 맘다니는 흑인 다수 지역에서 약 30% 포인트, 히스패닉 다수 지역에서 20% 포인트 이상 쿠오모를 앞섰다. 반면 쿠오모 후보는 백인 다수 지역에서 9% 포인트 가량 우세했다.
2025-11-06 16:38:51
중국 인민해방군이 '늑대 로봇'을 실전용으로 선보이면서 국제사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늑대 로봇은 '대만해협 작전' 주력 부대의 훈련 과정에서 등장했다. 중국군의 양서(兩棲·수륙양용) 작전 체계가 인간과 무인장비의 혼합 편성 단계로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관영 중국중앙TV(CCTV)는 군사채널을 통해 인민해방군 동부전구 육군 제72집단군 산하 중대급인 '황초령 영웅련'(黃草嶺 英雄連)의 상륙 훈련을 보여줬다. 상륙한 부대원들과 함께 적진을 향해 돌격한 물체는 사족의 늑대 로봇이었다. 중국병기장비그룹(CSGC)이 개발한 늑대 로봇은 약 70㎏으로 20㎏의 무기 등을 탑재할 수 있으며 5대의 카메라로 360도 전방위 스캔이 가능하다. 특히 지난 9월 중국의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무인 헬기, 무인 함선 등 무인 장비들과 함께 등장해 존재감을 알린 바 있다. 다만 주요 부품이 외부에 대체로 노출돼 있어 쉽게 파괴될 수 있다는 점은 치명적인 단점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정찰병과 돌격병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꼬집는다. 한편 중국군이 상륙 훈련에서 늑대 로봇을 투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중국군은 최근 가진 각종 훈련에서 폭발물을 탑재한 '고속 자살 드론'을 선보이는 등 각종 무인 장비를 동원하며 신기술을 뽐내고 있다.
2025-11-04 16:32:57
미국이 일명 '국제안정화군(ISF·International Stabilization Force)'을 가자지구 현지에 주둔시키는 방안을 추진한다. 주둔 기간은 최소 2년으로 가자지구 전쟁 휴전 유지가 임무다. 늦어도 내년 1월까지는 ISF 첫 병력이 진주할 것으로 관측된다. 3일(현지시간) 악시오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유엔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 초안을 회원국들에 보냈다고 전했다. 초안에는 미국을 비롯한 참여국들이 2027년 말까지 가자지구 관리 및 안보 제공과 관련한 광범위한 권한을 갖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내년 1월까지 첫 병력 배치가 목표라는 관계자의 전언도 함께 실렸다. 다국적 평화유지군 성격의 ISF는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국경이 있는 가자지구 접경지역을 지키는 동시에 민간인 및 구호물자 반입 통로 보호 임무를 맡게 된다. 이와 함께 팔레스타인 경찰의 훈련을 담당하면서 이들과 협력하는 것도 주요 역할이다. 초안은 "군사·테러 (움직임) 방지, 공격 관련 인프라에 대한 파괴 및 재건 방지, 비국가 무장단체의 무기 영구 폐기 등을 포함한 가자지구의 비무장화 과정을 보장함으로써 안보 환경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점도 명확히 했다. 적시된 문구 그대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자발적으로 무장해제에 비협조적일 때를 가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경우 ISF가 강제로 하마스를 무장해제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악시오스는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구상에서 제시된 '평화위원회'의 구체적 역할에 대해서도 다뤄졌다. 가자지구 임시 통치기구인 평화위원회는 가자지구 재건 추진을 담당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으며 '과도적 행정관리' 권한을 갖는다. 종전 이후 가자지구 통치 주체로 거론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개혁을 완료하고 승인을 받을 때까지 가자지구 재건을 위한 우선순위 설정과 자금 유치 등의 업무를 맡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미국은 안보리 결의안 초안을 토대로 회원국들과 며칠간 협상한 뒤 몇 주 내 결의안 채택을 위한 표결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결의안은 ISF를 위한 각국의 파병과 평화위원회의 가자지구 활동 등에 관한 법적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25-11-04 16:28:02
미국 뉴욕시와 뉴저지주 등 각지에서 4일(현지시간) 있을 주지사·시장 선거를 앞두고 최대 도시인 뉴욕에 전 세계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30대 기수 조란 맘다니 민주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어서다. 그러나 민주당의 속마음은 편하지만은 않다.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맘다니의 극좌파 이미지가 중도층 표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시, 조란 맘다니 열풍 인도계 시아파 무슬림인 맘다니 민주당 후보는 인종적·종교적 소수계열에 속해 있지만 당선권에 가장 가까이 있는 후보다. 힙합아티스트이자 주택상담사로 시작해 2020년 정치에 첫 발을 디뎠을 만큼 정치 이력마저 짧다. 뉴욕주 3선 하원의원인 맘다니를 상대 후보들은 깔봤다. 커티스 슬리와 공화당 후보는 TV토론에서 "맘다니의 이력서는 냅킨 한 장에다 적을 수 있겠다"고 조롱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원들은 무명에 가까웠던 맘다니 후보를 민주당 후보로 정했다. 지난 6월 있은 민주당 뉴욕시장 후보 선출을 위한 예비선거에서 거물급인 쿠오모 후보를 꺾으면서 이름을 알렸다. 쿠오모 후보는 이에 불복해 무소속으로 이번 뉴욕시장 후보에 나선 것이다. 맘다니 후보를 향한 뉴욕시민들의 지지는 철옹성과 같다. 여론조사에서 2등인 무소속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에 10% 포인트 이상 지지율 격차를 줄곧 유지하고 있다. 이변이 없는 한 그의 시장직 등극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맘다니 후보의 당선은 확정적으로 보인다. 10월 24∼28일 실시된 폭스뉴스의 여론조사에서 맘다니 후보는 쿠오모 후보와 지지율 격차를 16% 포인트로 벌리고 선두를 유지했다. 뉴욕시민들도 높은 사전투표율로 화답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2일까지 진행된 사전투표에 73만5천 명이 투표권을 행사했다. 지난 2021년 선거(35만 명)에 비하면 배 이상 많은 숫자다. NYT는 대선이 아닌 선거의 사전투표 중 가장 높은 투표율이라고 전했다. ◆낙관론만 펼칠 수 없는 민주당 맘다니 후보가 민주당 후보로 선출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서민층을 겨냥한 공약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물가에 시달리는 서민층의 생활비 부담 완화와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보편적 아동보육을 비롯해 ▷보조주택 임대료 동결 ▷무료 시내버스 운행 ▷뉴욕시 운영 식료품점 설립 등을 약속했다. 특히 그는 버니 샌더스 연방 상원의원(버몬트·무소속),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연방 하원의원(뉴욕·민주) 등이 속한 미국 민주사회주의자(DSA) 진영에 소속돼 이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실제로 그는 스스로를 '민주적 사회주의자'라고 칭했다. 사회복지 확대를 위해 백만장자에게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공약도 내밀었다. 민주당이 우려하는 지점이다. 의회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CNN과 가진 인터뷰에서 맘다니 후보를 민주당의 미래로 보지 않는다고 했고, 조기 투표 직전 몇 시간 전에야 지지 의사를 밝혔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공개적으로 지지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무소속으로 뉴욕시장에 출마한 쿠오모 후보도 맘다니 후보의 공약을 "뉴욕을 망칠 반기업적 의제"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CBS와 가진 인터뷰에서 맘다니 후보를 겨냥해 "사회주의자가 아닌 공산주의자"라며 "그가 당선된다면 대통령으로서 뉴욕시에 돈을 주기 어려울 것"이라고 직격했다.
2025-11-03 17:25:51
미국이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영향력 줄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국은 중국에 맞선 필리핀을 지원하기 위해 '필리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 또 인도와는 10년 국방협력 프레임워크에 서명했고, 캄보디아와는 2017년 중단한 합동훈련 재개도 합의했다. ◆동남아시아 라인 챙기는 美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을 비롯해 미국 주요 언론들은 전날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길베르토 테오도로 필리핀 국방부 장관과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에서 만나 회담을 가졌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헤그세스 장관은 "오늘 여러분과 함께 필리핀 TF를 공식 발표한다. 이는 우리 협력의 또 다른 단계가 될 것"이라며 "(양국 간)상호운용성, 훈련, 비상사태 대비 태세를 강화해 남중국해에서 위기나 침략에 단호하게 대응하고 억지력을 재확립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남중국해에서 중국에 맞선 필리핀을 돕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그는 미국과 필리핀이 "남중국해, 특히 최근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에서 중국의 강압 행위에 대해 우려를 공유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은 지난 9월 스카버러 암초 일대를 자연보호구역이라 일방적으로 설정하는가 하면 이곳에 접근하는 필리핀 선박에 물대포 공격을 가하는 등 긴장 수위를 높여왔던 터다. 미군도 성명을 통해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시켜줬다. 성명에서 이들은 "필리핀 TF는 장성급이 이끄는 약 60명의 인원이 양국 공조의 효율성을 높이고, 작전·훈련 실행 개선을 비롯해 인도적 지원과 재난 대응 준비를 강화하게 된다"고 설명하면서도 "새로운 전투 병력 파견이나 배치 또는 영구적인 군사기지 설치를 포함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중국 군사력 과시, 美 "좌시 않을 것" 헤그세스 장관은 특히 중국의 군사적 행동을 "매우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도발적인 행동이 아세안 등 각국의 영토 주권을 위협한다면서 한 말이다. 그는 "(중국은) 선박에 물대포를 들이받고 발사한다"며 "여러분의 주권 수역과 남중국해 전역에서 발생하는 위협·괴롭힘·불법 행위의 사례들이 공유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중국의 광범위한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이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중국의 약속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한 국가의 해양이 위협을 받으면 공중·수중 드론 등을 이용해 비용과 위험을 줄이면서 모든 회원국에 경고하는 '공유 해양 영역 인식' 시스템 구축을 아세안 각국에 제안하기도 했다. "침략과 도발의 대상이 되는 사람은 누구든 그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보장해야 한다"고 설명한 것인데 사실상 중국의 도발에 공동으로 맞서자는 제안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AP통신은 미국·호주·뉴질랜드·필리핀 4개국 군이 지난달 30일부터 이틀 동안 남중국해에서 해상·공중 합동 순찰 훈련을 했다고 전했다. 훈련에는 ▷대잠수함전 시뮬레이션 훈련 ▷해상 보급·급유 ▷공중 작전·통신 훈련 등이 포함됐다. 미국의 중국 견제 기조는 일관된다. 아시아를 순방 중인 헤그세스 장관은 인도와 '10년 국방 기본협정'을, 말레이시아와 방위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각각 맺는 등 파트너 국가들과 협력 강화를 통해 중국 견제망을 촘촘히 다지고 있다.
2025-11-02 16:35:10
美·러·中 이어 佛도 신형 핵미사일…고삐 풀린 '핵' 경쟁
세계 주요 핵보유국들이 앞다퉈 핵전력 증강 경쟁에 나서고 있다. 최근 러시아가 핵추진 대륙간 순항미사일 '부레베스트니크' 시험 발사 성공을 알린 게 시작이었다. 뒤를 이어 프랑스가 핵전력을 공개했고, 미국마저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핵무기 시험 재개 방침을 밝혔다. 중국도 중국공산당 전체회의에서 핵무력 강화를 선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잠재적 핵전쟁에 대한 우려가 비등하고 있다. ◆핵보유국들, 핵전력 증강 경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고 핵 발전장치를 장착한 수중 무인기(드론) '포세이돈'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26일에도 무제한 사거리를 자랑하는 신형 핵추진 대륙간 순항미사일 '부레베스트니크' 시험 발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밝힌 바 있다. 타스 통신 등 러시아 주요 언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에서 다친 군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수중 무인기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밝혔다. 그는 "이 수중 무인기는 속도와 이동 깊이 면에서 세계에 유사체가 없고 가까운 미래에 나타날 가능성도 없다. 요격할 방법이 없다"면서 핵전력을 공개적으로 뽐냈다. 그러면서 포세이돈의 위력이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차세대 대륙간 탄도미사일 '사르마트'를 능가한다고 설명했다. 사르마트는 한 번에 10∼15개의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고, 사거리가 1만8천km에 달해 미국 뉴욕, 워싱턴 등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무기다. 주요 핵보유국인 프랑스도 핵전력 증강 대열에 합류했다. 미국의 군사전문지 디펜스뉴스에 따르면 프랑스 국방부는 지난 28일 M51 잠수함 발사 전략탄도미사일의 새 버전 도입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M51.3 미사일은 새로운 핵탄두를 탑재했을 뿐 아니라 사거리, 정확도, 적 방어선 관통 능력이 향상됐다고 프랑스 국방부는 전했다. 사거리 9천500km로 4~6개의 핵탄두가 장착돼 있고 핵탄두 1개가 100kt(킬로톤)의 폭발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1945년 미국이 히로시마에 투하한 리틀보이의 6배가 넘는 위력이다. ◆美 "핵무기 시험 재개"… 中 "격차 줄이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 러시아와 중국을 직접 거론하며 이들 국가처럼 미국도 핵무기 시험을 재개하도록 전쟁부에 지시했다고 발표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약 1시간 앞두고 내놓은 발언이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다른 국가들의 시험 프로그램에 따라 나는 동등한 기준으로 우리의 핵무기 시험을 개시하도록 전쟁부(옛 국방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중국도 앞으로 5년 동안 미국, 러시아와 격차를 줄이기 위해 핵무기 확장·현대화에 나서는 건 물론 2차 타격 능력 강화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0일 "중국공산당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승인된 제15차 5개년 계획기간(2026∼2030년)에 핵 능력 강화 방안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중국은 현재 약 60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으며 2023년 이후 매년 100개의 핵탄두를 늘리는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2035년까지 최대 핵탄두 1천500개를 보유하더라도 러시아와 미국의 3분의 1 수준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2025-10-30 16:12:50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깨지나…이스라엘, 휴전 19일 만에 공습 재개
이스라엘이 28일(현지시간) 가자지구 군사작전을 재개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휴전 합의 사항 미준수가 빌미다. 숨진 인질들의 시신 송환 지연 등을 이유로 꼽았다. 휴전 합의 19일 만에 감행된 공습에 수십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휴전 파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 "하마스가 시신 조작" 가자지구 공격 재개가 임박했음을 알린 전조는 있었다. 이스라엘 총리실이 28일 오후 낸 성명이었다. 총리실은 성명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안보 협의에 따라 가자지구에서 즉시 강력한 공격을 가할 것을 군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곧이어 바통을 이어받은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도 "하마스는 인질들을 돌려보내기로 한 합의를 위반했다"며 "엄중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이스라엘 정부의 강력한 경고가 있은 지 얼마 뒤 전조는 현실이 됐다. 로이터통신은 가자지구 민방위대의 전언을 인용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북부 가자시티에서 2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반면 AFP통신은 29일 새벽까지 수십 차례 이어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최소 50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붕괴된 건물 잔해에 깔려있는 이들도 있다는 보도도 잇따랐다. 사상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의 군사작전 재개는 전날 밤 하마스가 추가로 송환한 시신 1구의 신원이 가자지구에 아직 억류 중이던 나머지 인질 13명 중 1명이 아니라 2023년 12월 숨진 채 발견된 인질(오피르 차르파티)의 다른 신체 부위로 판명된 직후 나왔다. 하마스가 시신 송환을 의도적으로 늦추고 있다는 의심이 확신에 이른 것으로 읽힌다. 특히 전날 하마스 대원들이 한 건물에서 차르파티의 시신 일부를 가져와 미리 파 둔 구덩이에 넣은 뒤 흙으로 덮고, 국제적십자사(ICRC) 인력을 불러 시신을 찾았다고 거짓말하는 모습을 포착했다며 관련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하마스 측은 반박했다. 하마스 정치국의 수하일 알힌디는 알자지라방송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은 우리가 합의를 위반했다는 거짓 비난을 멈추라"며 "우리는 인질 시신을 숨기거나 인도를 지연하는 데 관심이 없으며, 합의를 전적으로 준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우리가 나서면 하마스 끝장날 수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감쌌다. 29일 전용기에서 가자지구 무력충돌 재발에 대해 묻는 기자들에게 "휴전이 위태로워질 이유는 전혀 없다"며 "저들이 이스라엘 군인 한 명을 죽여서 이스라엘이 반격했다. 그런 일이 일어나면 반격해야 한다"고 이스라엘의 하마스 공격을 합리화했다. 가자지구 남부 도시 라파에서 하마스가 이스라엘 부대를 공격한 정황을 근거로 적절한 대응이었음을 대변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마스를 향해 엄중한 경고 메시지도 전했다. 그는 "하마스는 중동 평화에서 매우 작은 일부분일 뿐"이라며 "우리가 해야 한다면 하마스를 아주 쉽게 제거할 수 있고 그러면 하마스가 끝장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AP통신은 익명의 미국 관리를 인용해 이번 공습을 미국이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공습 전 미국의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은 미국 정부 전체의 시각과 일치한다. 앞서 JD 밴스 부통령은 "사소한 충돌이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라며 "이스라엘이 대응할 것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는 지속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휴전 중 이스라엘의 무력 사용을 묵인하는 것과 동시에 두둔하는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2025-10-29 16: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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