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베네수엘라 '태양의 카르텔' FTO로 지정… 마두로 정권 정면 조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베네수엘라의 'Cartel de los Soles'(카르텔 데 로스 솔레스·태양의 카르텔)를 '외국 테러 단체'(FTO)로 지정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불법 마약 미국 반입에 관여한 혐의를 이유로 붙였다. 지난 7월에도 미 재무부는 '태양의 카르텔'을 '특별 지정 글로벌 테러리스트'로 지정해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미국인과의 거래를 금지했던 터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태양의 카르텔'이라는 건 존재하지도 않는 단체이며 미국이 FTO로 지정한 것도 "터무니없는 날조"라고 일축했다. '태양의 카르텔'은 1990년대 마약 카르텔과 연계됐던 베네수엘라 고위 장교들을 일컫는 표현이다. 당시 이들의 제복에 태양을 상징하는 계급장이 붙은 것에서 따왔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범죄 연루 의혹을 일관되게 부인해왔다. 오히려 미국이 막대한 석유 등 천연자원을 보유한 베네수엘라를 통제하기 위해 정권 교체 시도에 나섰다고 비난했다.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부통령 겸 석유부장관은 "그들은 베네수엘라의 석유와 가스, 금, 다이아몬드, 철광석, 보크사이트 등 천연자원을 아무 대가 없이 원한다"고 주장했다. 이반 질 베네수엘라 외무장관도 "이번 조치가 베네수엘라에 대한 불법적 개입을 정당화하기 위한 비열한 거짓말의 재탕"이라며 "이전 공격들과 마찬가지로 실패로 끝날 것"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베네수엘라 때리기는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마약 밀매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카리브해 등 공해상에서 베네수엘라 마약운반선으로 추정되는 선박을 공습하는가 하면 베네수엘라 인근 해역으로 군사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앞서 지난 9월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 갱단 '트렌 데 아라구아'를 FTO로 지정한 바 있다. 마두로 정권 축출 명분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FTO 지정을 "미국에 새로운 옵션들을 대거 가져올 것"이라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미국 온라인 정치 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마두로 대통령과 직접 대화할 계획을 보좌진에게 밝혔다고 보도하면서 갈등의 실마리가 양국 정상 간 만남으로 풀릴 가능성도 열어뒀다.
2025-11-25 16:16:51
완화된 종전안 도출한 美·우크라이나, 공은 美-우 정상에게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기존 종전안을 대폭 수정, 완화한 새 종전안 초안을 작성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들이 전했다. 다만 우크라이나의 영토 양보 등 핵심 쟁점에 합의한 것은 아니어서 종전 협상 타결을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관측이 나온다. 24일(현지시간) WSJ에 따르면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전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대표단 협상 등을 통해 기존 종전안의 28개 항목을 19개 항목으로 줄인 새 종전안 초안을 내놨다. 돈바스 등 러시아가 점령한 동남부 지역 영토 양보 등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두 정상이 결정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의 입장을 일부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모두 긍정적인 협상 결과로 평가하고 있다. WSJ는 우크라이나군의 규모를 기존 60만 명으로 제한하던 걸 80만 명으로 완화한 내용을 담았다고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제네바 협상에 참여한 세르히 키슬리차 우크라이나 외무부 제1차관과 인터뷰한 내용을 실으며 협상 결과에 양쪽 모두 긍정적으로 느낄 만한 초안이 나왔으며 수정폭이 컸다고 전했다. 키슬리차 차관은 "원래 안에서 남은 게 거의 없다"며 "미국 대표단이 우리의 견해를 경청하고, 제안에 개방적인 태도를 보였고, 우리가 제안한 거의 모든 걸 (고려 대상에) 포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영토 양보나 나토와의 관계 등 논쟁의 여지가 있어 민감한 항목은 정상 간 협상 테이블에 남겨뒀다. 기존 종전안에는 우크라이나가 동부 돈바스(도네츠크 및 루한스크) 지역 등을 러시아에 양보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때문에 수정된 종전안을 러시아 측이 수용할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와 합의를 도출한 뒤 러시아 측과 협상을 모색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영상 연설을 통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새 초안은 정말로 올바른 접근 방식"이라며 "민감한 사안들, 가장 섬세한 부분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2025-11-25 16:14:48
헤즈볼라 참모총장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숨졌다. 이스라엘군은 23일(현지시간) 베이루트의 한 아파트를 공습해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정파 헤즈볼라 참모총장 하이탐 알리 타바타바이를 제거했다고 밝혔다. 레바논 국영 NNA통신은 이번 공습으로 타바타바이를 포함한 헤즈볼라 고위급 대원 5명이 숨지고 28명이 다쳤다고 레바논 보건부의 발표를 전했다. 공습은 이날 오후 2시 50분쯤 이뤄졌다. 베이루트 남부 교외의 한 아파트가 표적이었다. 헤즈볼라의 거점으로 알려진 곳이다. 타바타바이는 2016년 미국에서 테러리스트로 지정된 바 있다. 관련 제보에 500만 달러(약 74억 원)의 현상금이 걸려 있었다. 이스라엘군은 타바타바이가 1980년대 헤즈볼라에 합류해 특수부대인 라드완부대를 지휘했고 시리아 등지에서도 활동하며 여러 고위직을 맡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스라엘군이 지난해 9월부터 레바논 남부에서 벌인 '북쪽의 화살' 군사작전 때 헤즈볼라의 전투 관리 역할을 맡았고, 두 달 뒤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휴전하자 참모총장에 올라 조직 재건을 이끌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헤즈볼라는 별도의 성명에서 타바타바이의 사망을 확인하며 그를 "위대한 지하드 지휘관" "축복받은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적에 맞서 싸운 인물"로 추모했으나 그의 정확한 역할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스라엘군이 베이루트를 공습한 것은 지난 6월 이후 5개월 만이다. 그러나 1년 전 휴전 이후에도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무기고, 전투원, 조직 재건 시도 등을 겨냥해 레바논을 공습해 왔으며 최근 몇 주 동안에는 공격 강도와 빈도를 더욱 높였다. 조제프 아운 레바논 대통령은 국제사회에 이스라엘의 공격 중단을 위한 개입을 촉구했다. 특히 이번 공습은 교황 레오가 첫 해외 순방으로 레바논을 찾기 일주일 전에 일어난 것이다. 이에 대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성명에서 이스라엘이 "헤즈볼라가 전력을 재건하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며 "레바논 정부가 헤즈볼라의 무장을 해제할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5-11-24 16:35:35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 후 경색된 중국·일본 관계가 군사적 긴장감 고조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17일부터 서해 중부·남부에 이어 북부에서도 군사 활동에 나서며 자국민을 대상으로 선전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일본도 맞불을 놨다.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은 23일 대만과 110km 떨어진 최서단 요나구니섬에 주둔한 육상 자위대 시찰에 나섰다. 중국군은 최근 서해상에서 군사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 해사국 홈페이지에 따르면 랴오닝성 다롄 해사국은 23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2주간 다롄 인근 보하이 해협과 서해 북부 일부 해역의 선박 출입 금지 조치를 내렸다. 군사 훈련 등의 활동을 위해서다. 랴오닝성 후루다오 해사국도 21∼23일 군사 훈련을 이유로 보하이 일부 해역의 출입을 금지한 바 있다. 일련의 군사 훈련은 17일부터 지속되고 있다. 장쑤성 옌청 해사국은 17∼19일 서해 중부 일부 해역에서 실탄 사격 훈련 이유로 항행 경고를 발령했고, 장쑤성 롄윈강 해사국은 18∼25일 서해 남부에서 사격 훈련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항공모함 푸젠함도 최근 서해에서 취역 후 첫 해상 실전 훈련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도 군사 활동 점검에 들어갔다. 일본 아사히신문 등 주요 매체에 따르면 고이즈미 방위상은 23일 오키나와현 요나구니섬에 있는 육상 자위대 주둔지를 시찰하는 한편 마을 촌장 등 관계자들과 만나 미사일 부대 배치 계획에 대한 이해를 구했다. 일본은 향후 요나구니섬에 지대공미사일 부대를 배치해 적의 항공기와 순항미사일을 요격하는 '03식 중거리 지대공 유도탄'을 배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서해 군사 훈련에 맞불을 놓는 것은 물론 자위대의 군사적 건재를 과시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요나구니섬은 일본 최서단 영토로 오키나와현의 중심인 나하시에서 500km 정도 떨어져 있다. 하지만 대만과는 불과 110km 거리에 있어 대만 유사시 최전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 중국의 해양 진출과 대만 유사시를 염두에 두고 자위대 증강을 도모하는 이른바 '남서 시프트'를 추진하면서 2016년 요나구니섬, 2019년 미야코섬, 2023년 이시가키섬에 육상자위대를 배치한 바 있다.
2025-11-24 15:58:30
미국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비책이라며 꺼내든 종전안에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러시아에게만 유리하게 만들어졌다는 국내외 비판의 목소리다. 반발이 커지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수정도 가능하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런 가운데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대안 제시를 예고했다. ◆美 새 종전안, 러시아만 환영 4년 가까이 이어진 러-우전쟁을 끝내자며 트럼프 대통령은 '28개항 평화계획' 초안을 내놨다. 그러고는 오는 27일이 평화협상안 체결 최종시한으로 적절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가 이 말을 한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유럽 정상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전했다. 우크라이나의 영토 양보 등 러시아에 유리한 조항이 상당 부분 반영된 탓이다. CNN은 트럼프 행정부가 평화협상안 체결 속도전에 나섰다고 전했다. 다만 평화협상안이 러시아의 요구에 집중됐다는 비판도 다뤘다. CNN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루한스크·도네츠크 지역과 크림반도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여기에 러시아가 합병을 주장하는 남부 헤르손, 자포리자 지역도 현재 전선을 기준으로 하자는 내용도 들어갔다. 초안대로라면 이 지역 역시 러시아의 영토가 된다. 이외에도 '28개항 평화계획' 초안에는 ▷전후 재건을 위한 국제 자금 조달 ▷트럼프가 의장으로 이끄는 평화위원회 설치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차단 ▷우크라이나 군 규모 제한 ▷미국의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초안의 상당 부분이 과거 우크라이나가 협상 과정에서 거부한 바 있던 조항이라는 점이다. 유럽 주요국 정상들도 평화협상안에 의구심을 드러내며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상당히 익숙한 아이디어를 포함하고 있다"며 "단순히 미국의 제안만으로는 될 수 없는, 더 광범위한 협의가 필요한 많은 것들이 있다"고 말해 추가 논의가 반드시 있어야 함을 시사했다.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자 캐롤라인 레빗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이고 유동적"이라고 밝히며 한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였다. ◆평화협상안에 극심한 온도차 보인 러-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특사인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직접투자펀드(RDIF) 대표는 협상안을 두고 "우크라이나를 구하기 위한 것"이라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민 '28개항 평화계획'을 막후에서 조율한 인물로 알려진 그는 21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평화 계획을 공격하는 사람들이 끝없는 전쟁에서 어떻게 이익을 취하는지 주의 깊게 지켜보라. 전쟁광들은 아마도 '황금 변기'를 원할 뿐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에서 평화 계획이 최종 합의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하며 미국과 세부 내용을 논의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러시아 측 심중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 협상안에 우크라이나는 즉각 난색을 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존엄성을 잃거나 핵심 동맹국을 잃을 위험을 감수하거나 어려운 조항 28개를 받아들이거나 혹독한 겨울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에둘러 비판했다. 이어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적에게 우크라이나가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구실은 절대 주지 않을 것"이라며 "최소한 우크라이나인의 존엄성과 자유가 박탈되지 않도록 싸울 것"이라고 했다. 국민들에게는 국가적 단결도 촉구했다. 최근 최측근이 연루된 에너지 기업 부패 사건으로 여론의 불만이 높아진 상황을 잠재우려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2025-11-23 17:31:19
北 인권결의안 12월 유엔총회 상정…한국도 제안국에 포함
북한 인권결의안이 21년 연속 유엔총회 산하 인권 문제 담당 위원회에서 채택됐다. 북한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 침해 규탄과 인권 상황 개선 조치 촉구 등의 내용이 담겼다. 다음 달 열릴 예정인 유엔총회 본회의에 상정돼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인권 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유엔총회 제3위원회는 19일(현지시간)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고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등 61개 회원국이 공동으로 제안한 북한 인권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해 본회의로 넘겼다. 결의안은 "북한의 심각한 인권 상황, (침해 행위에 대한) 만연한 불처벌 문화, 그리고 인권 침해 및 남용에 대한 책임 부재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북한이 과도한 자원을 복지 분야보다 군사비 지출과 불법적인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전용하고 있음을 규탄한다"고 적시했다. 북한 인권결의는 북한의 인권 침해 상황을 공개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를 담는다. 구속력은 없지만 한목소리로 국제사회가 북한의 변화를 촉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이번 결의안에는 ▷국제기구·인도주의 직원 복귀를 위한 기회 마련 ▷국제기구 직원 즉각 복귀 허용 등 인도주의 기관과의 협력 개선 등도 포함돼 있다. 북한은 2020년 1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경을 폐쇄한 뒤 2021년을 마지막으로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 직원들의 재입국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 우리 외교부는 결의안 채택에 대해 "우리 정부는 북한 주민의 인권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협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당사자인 북한은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에 강력히 반발해왔다. 지난해에는 외무성 대변인 명의로 "미국과 그 추종 세력들이 주도하는 인권 결의 채택 놀음"이라며 "국가의 존엄과 자주권을 침해하는 엄중한 정치적 도발"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2008년부터 2018년까지 북한 인권결의안의 공동제안국으로 이름을 올렸다. 문재인 정부 때는 달랐다. 남북 관계 경색 등을 우려해 불참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다시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다. 올해 출범한 이재명 정부 역시 대북 관계 보폭이 전임 민주당 정권과 비슷할 것으로 관측되며 인권결의안에서 빠질 가능성도 점쳐졌으나 공동제안국에 포함됐다.
2025-11-20 16:40:33
美의회 '성범죄자 엡스타인 파일 공개' 압도적으로 통과
미국 의회가 18일(현지시간)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 사건 자료 공개 법안을 만장일치 수준으로 통과시켰다. 엡스타인은 생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오랜 기간 인연을 맺어왔고 성매매 알선 등의 의혹을 사고 있었다. 미성년자 성범죄 혐의로 체포됐다 구치소에서 숨진 엡스타인이 살아있는 현재 권력을 흔들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힐 재료로 엡스타인 사건 자료 공개를 줄곧 주장해왔다. 법안 통과로 미 법무부가 관련 자료를 공개하는 데 걸림돌은 사실상 없어졌다. 법안의 정식 발효까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서명이라는 절차만 남게 됐다. ◆대세가 된 사건 자료 공개 이날 하원은 본회의에서 찬성 427표, 반대 1표로 법안을 가결했다. 엡스타인 사건과 트럼프 대통령의 연계 의혹을 제기해 온 민주당은 당연하고 공화당에서도 찬성 몰표가 나온 것이다. 클레이 히긴스 공화당 의원이 유일한 반대 표를 던졌다. 히긴스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열혈 지지자로 알려져 있다. 상원은 아예 만장일치 찬성이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지도부는 그동안 민주당의 엡스타인 사건 자료 공개 요구를 "민주당의 사기극"이라 일축하며 법안 표결을 막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대세가 기울었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으로 분류되는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 내에서도 자료 공개가 마땅하다는 목소리가 컸다. MAGA 진영 친트럼프계로 꼽히던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도 동참했을 정도였다. 트럼프 대통령도 여론을 넘어서지 못했다. 지난 16일 돌연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화당 의원들에게 찬성 표를 던지라고 촉구했다. 여당인 공화당 내에서도 적잖은 이탈표가 예측된 터였다. 대세가 기울었음을 직감한 트럼프 대통령이 내린 나름의 결단으로 풀이된다. 이미 그는 여론을 의식해 법안이 통과될 경우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서명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 "난 결백" 트럼프 대통령은 법안 통과와 관련해 "나는 엡스타인과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했다. 백악관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만나던 중 관련 질문을 받은 그는 "난 그가 역겨운 변태라고 생각해 오래전에 내 클럽에서 쫓아냈고, 결국 내 판단이 맞았던 셈"이라며 "엡스타인 이슈는 민주당의 사기"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엡스타인이 돈을 건넨 정치인 목록이 담긴 보고서를 입수했다며 "그는 나에게는 돈을 전혀 주지 않았지만 민주당 인사들에게는 줬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적극적인 부인에도 엡스타인과 연결 고리가 적잖다. 엡스타인이 트럼프 대통령 부부와 친밀감을 과시하며 함께 찍은 사진이나 지난 9월 민주당이 공개한 이메일 내용도 의심을 사는 대목이다. 일부 시위자들은 2000년 2월 플로리다 팜비치 마러라고 클럽에서 트럼프 내외와 엡스타인, 그리고 당시 그의 연인 길레인 맥스웰이 함께 포즈를 취한 사진으로 피켓을 만들어 들어 보이기도 했다. 한편 의회를 통과한 법안은 엡스타인 사건 관련 비밀 해제 가능 자료 모두를 공개하도록 했다. 미 법무부는 법안 발효 30일 내에 ▷미공개 기록과 문건 ▷수사 자료 ▷이메일 등을 피해자 보호 기준에 따라 수정한 뒤 일반에 공개해야 한다.
2025-11-19 16:34:47
폼페이오 "북핵 협상 상대는 사실상 시진핑이었다" 회고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이 17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발로파크 콘퍼런스룸에서 국내 언론 간담회를 가졌다.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CIA(중앙정보국) 국장과 국무장관 등 요직을 지내며 주요 정책 결정에 참여했던 인물이다. 정부 관계 및 전략 자문 회사인 CNQ그룹을 이끌고 있는 그는 법무법인 대륙아주와 맺은 파트너십을 계기로 마련된 간담회에서 한미 통상 관련 조언은 물론 트럼프 1기 시절 대북 협상 과정에서 받은 인상과 노하우 등을 전했다. 국내 언론의 관심을 끈 대목은 단연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의 대북 협상 관련 경험이었다. 대북 협상을 총괄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수차례 만났던 그는 김 위원장에 대해 "정말 불쾌한 인물이다. 무례하다는 게 아니라 끔찍하고 악랄하다는 뜻"이라며 "김정은을 핵 포기로 설득할 '당근'이나 '채찍'은 없다. 궁극적으로 북핵 문제는 베이징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8년 3월 CIA 국장 자격으로 평양을 극비리에 방문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과 북미정상회담 안건을 논의했다. 당시 김 위원장에 대해 받은 인상을 회상한 그는 "한반도가 자신의 것이라고 믿고 있고 북한이 부당하게 대우받아 왔다고 믿었으며 그것을 되찾기 위한 방법을 찾으려 결심하고 있었다"고 했다. 특기할 만한 것은 북한이 핵무기 포기 단계에 이르지 못한 이유다. 그는 중국이 배후에 있고 북한과 중국이 깊숙이 엮여 있다고 봤다. 그는 "우리는 핵무기 포기라는 궁극적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내 판단에 따르면 김정은은 싱가포르, 하노이, 판문점 회담 전후로 나나 트럼프를 만날 때마다 항상 베이징을 먼저 찾았고, 회담이 끝난 뒤에도 베이징에 보고했다"며 "우리가 교섭한 상대는 김정은이 아니라 사실상 시진핑이었다"고 했다. 북미 정상회담 재개 가능성에 대해서도 "특별히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무엇을 해야 진전이 있겠느냐는 질문에 중국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 문제는 베이징에서 해결해야 한다. 핵무기를 북한에서 제거하는 것이 목표라면 그것은 시진핑의 허락과 지시 없이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며 "중국에 집중하고 중국이 북한을 전략적 도구로 사용하는 것을 억제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네바 합의, 6자 회담 등 북한 관련 협상의 역사를 모두 생각해 보면 새롭게 시도해 볼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북한 내부에서 무언가 벌어지지 않는 이상 현실적으로 활용 가능한 지렛대가 없다"고 관측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원자력 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것과 관련해서는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그는 "그 부분이 포함된 건 놀라웠지만 긍정적으로 본다. 한국은 엄청난 첨단 기술과 막대한 인적 자원이 존재한다"며 "김정은은 핵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 국민이 충분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상황이 악화되면 미국 본토를 포함한 전 세계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했다.
2025-11-18 16:39:01
주한미군 사령관 "지도 뒤집으면, 韓·日·필리핀 전략지"
시각을 바꾸면 '길'이 보인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군사령관이 16일 주한미군사령부 홈페이지에 올린 '사령관 칼럼'에는 한 장의 지도가 첨부됐다. '동쪽이 위로 향한 지도(East-Up Map·이하 지도)'로 위아래가 뒤집힌 동아시아 지도다. '인도-태평양의 숨겨진 전략적 이점 공개'라는 부제가 붙은 A4용지 3장 분량의 칼럼은 지도 해설에 상당량을 할애하고 있다. 칼럼에서 브런슨 사령관은 "관점을 바꾸면 한반도는 접근성, 도달성, 영향력을 갖춘 전략적 중심축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배치된 전력은 가장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억제력이며 동북아 안정의 핵심 기반을 이루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지도의 노림수는 명확하다. 한반도가 동아시아의 중심에 있으며 지정학적·군사적 이점을 최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지도는 올해 초부터 주한미군 교육용으로 활용돼 왔다. 대만과 필리핀이 지도의 오른쪽 위에 있어 '동쪽이 위로 향한 지도'라 불렸다. 이 지도에는 주한미군사령부가 있는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주요국의 근거지까지의 거리가 표시돼 있다. 브런슨 사령관은 지난 5월에도 한국을 "일본과 중국 사이에 떠 있는 항공모함"에 비유하며 이 지도를 언급한 바 있다. 특히 브런슨 사령관은 이 지도를 통해 한국과 일본, 필리핀 3개 국의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아마 이 지도가 제공하는 가장 중요한 통찰은 한국·일본·필리핀을 연결하는 전략적 삼각형의 존재"라며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세 파트너 국가를 각각 삼각형의 꼭짓점으로 보면 이들의 집단적 잠재력은 분명해진다"고 밝혔다. 또 "한국은 중심부에서의 깊이, 일본은 기술 우위와 해양 도달 범위, 필리핀은 남쪽 해양 축의 접근성을 제공하며 각자 고유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북한 위협에 대비하는 신뢰성 있는 연합 억제력, 다시 말해 한반도에서 시작되는 동맹의 기본 임무를 더욱 공고히 한다"고 덧붙였다. 주한미군 주둔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한국의 역할은 자연스러운 전략적 중심축(pivot)이다. 캠프 험프리스는 평양에서 약 158마일(255km), 베이징에서 약 612마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약 500마일 거리로 잠재적 위협과 가깝다"며 "베이징의 관점에서 보면 전략적 가치는 더 분명해진다. 주한미군 오산 공군기지는 원거리 위협이 아니라 가까운 위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재명 정부가 임기 내를 목표로 추진하는 전시작전 통제권 전환에 대해서는 "조건에 기초로 한 전작권 전환이 진행되면서 (연합사) 지휘부 내 보직 및 역할은 변할 수 있으나 연합 방위의 기본 토대는 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2025-11-17 16:43:17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로 향하는 북한의 탄약 공급을 끊기 위해서다.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 키이우포스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국(HUR)은 지난 13일 러시아 동부 하바롭스크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발이 자신들의 공격임을 텔레그램을 통해 밝혔다. HUR은 "13일 밤 러시아 하바롭스크주 소스노브카 마을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정보 요원들이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공격해 화물 열차를 탈선시켰다"며 "이 노선은 북한에서 공급받은 무기와 탄약을 비롯한 군수 물자 수송에 활용되고 있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해외정보국(FISU)은 지난 7월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 650만 발을 공급했으며, 사실상 러시아군이 쓰는 탄약의 주요 공급국이라고 밝힌 바 있다.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9천여㎞를 잇는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러시아 동부에서 우크라이나 전선까지 군사 물자를 공급하는 주요 경로다. HUR은 이번 공격이 러시아의 물류 역량을 무너뜨리기 위한 작전 중 하나라고 밝히면서 러시아의 정보력을 깎아내렸다. 이들은 "러시아 특수정보기관은 가장 중요한 기반 시설조차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한편 난방 수요가 늘어나는 겨울을 앞두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에너지 기반 시설 공격에 집중하고 있다.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 전력시설에 대한 공격을 이어갔다. 우크라이나 현지 전기 생산이 중단되고 각지에서 전력 공급이 끊겼다. 우크라이나도 러시아의 전쟁 자금 조달 등에 타격을 주기 위해 석유 저장고 등 시설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2025-11-16 16:35:39
중일 관계가 급격하게 경색되는 분위기다. 중국이 당장이라도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는 듯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7일 국회에서 한 발언을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 다카이치 총리는 대만 유사시 집단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다고 했다. 일본의 존립 위기 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인데 현직 총리가 이렇게 공식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16일 중국이 대일 관계를 강경 일변도 자세로 고쳐 잡은 배경으로 다카이치 총리 발언을 결부해 보도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다지만 중국과 일전도 불사하겠다는 뜻으로 들렸을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라는 것이다. 중국이 이 발언을 내정 간섭으로 해석한 것은 물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체면을 뭉갰다는 판단이 깔렸다는 게 일본 언론의 시각이다. 실제로 중국은 즉각적으로 반발했다. 쉐젠 주오사카 중국 총영사는 X(엑스·옛 트위터)에 "'대만 유사가 일본 유사'라는 건 일본의 일부 머리 나쁜 정치인이 선택하려는 죽음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들이민 더러운 목을 벨 수밖에 없다"는 글도 올렸다가 지웠다. 자국민 일본 방문 자제 카드에서도 격분이 드러났다. 중국은 다카이치 총리가 관련 발언을 철회하도록 압박을 가하고 있다.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이진 않는다는 게 일본 주류 언론의 분석이다.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과 보수층 지지가 직결돼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중일 관계 갈등 확산을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입장차가 있는 만큼 양국 간 중층적 의사소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주 APEC 정상회담에서 중일 관계는 유화모드로 마무리된 듯했다. 중국은 이달 3일 한국·일본 등에 대한 무비자 조치를 내년 말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고, 5일에는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방류 이후 금지했던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2년여 만에 재개했다. 불과 2주 전 있었던 일이다. 향후 전망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아사히신문은 이번 갈등의 중심에 대만 문제가 있다는 점을 꼽으며 최악의 경우 장기간 갈등 양상이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일본과 중국이 더 강경한 조처를 단행한다면 '국교정상화 이후 최악'이라 불린 2012년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둘러싼 관계 악화가 재발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2025-11-16 16:32:54
보스니아판 오징어게임, '사라예보 포위전' 조사 착수한 伊 검찰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 시즌2에는 게임에서 진 참가자들을 총으로 쏴 죽이는 주최 측 일꾼, 그리고 일꾼으로 위장해 총격을 일삼는 'VIP'들이 등장한다. VIP들은 게임 패배자들을 사냥하기 위해 골목길을 휘젓고 다니며 총을 쏜다. 게임에서 지면 어차피 죽을 패배자들이니 죽이는 데 서슴없다. 반인륜적 가책은커녕 쾌감을 느낀다. 1992~95년 보스니아 전쟁의 '사라예보 포위전' 동안 오징어게임에 버금가는 '인간 사냥'이 있었다는 주장과 정황이 이탈리아에서 나왔다. 일명 '저격수 사파리(sniper safaris)'가 있었다는 것이다. ◆보스니아판 '오징어게임' 이탈리아 밀라노 검찰은 11일(현지시간) 이탈리아인은 물론 미국, 러시아 등 다른 나라에서 온 이들이 사라예보 시내에 갇힌 시민들을 저격해 죽인 의혹과 관련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일명 '저격수 사파리'에 참가한 이들은 우리 돈 1억 원이 넘는 거액을 참가비를 지불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탈리아 현지 언론인 라 레푸블리카(La Repubblica) 등에 따르면 밀라노 검찰청의 조사는 언론인이자 작가인 에지오 가바체니가 고발장을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가바체니는 "무기를 좋아하는 매우 부유한 사람들이 무방비 상태의 민간인을 죽일 수 있는 권리를 사기 위해 돈을 냈다"고 했다. 그는 라 레푸블리카와 가진 인터뷰에서 "적어도 100명 정도가 그 행위에 가담했다"며 "현재 가치로 최대 10만 유로(약 1천700만 원 남짓)의 참가비를 냈다"고 주장했다. 인간 사냥에는 '가격표'도 달렸다. 어린이, 군복 입은 무장 군인, 여성 순으로 돈을 많이 걸었으며 노인은 무료로 죽일 수 있었다고 한다. 이른바 '인간 사냥꾼'으로 불린 외국인들이 보스니아 전쟁 중 사라예보에 있었다는 의혹은 수차례 제기됐던 터다. 완전히 부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탈리아 ANSA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군사정보기관 시스미(Sismi·군사정보보안국)도 이런 의혹을 사실로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스미는 저격수 사파리 참가자들이 이탈리아 북부 트리에스테에서 항공편으로 출발해 사라예보 시내를 내려다보는 언덕 지역으로 이동한 사실을 알아냈다고 한다. ◆영화 '사라예보 사파리'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수도 사라예보는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다. 시쳇말로 가둬놓고 공격하기 용이했다. 세르비아계 민병대는 1천425일에 걸쳐 이 지역을 포위했다. 현대사에서 가장 긴 포위전으로 기록됐다. 이 기간 동안 1만1천 명이 넘는 민간인이 살해됐다. 이탈리아 언론은 약 30년 전에도 이 사건을 다룬 바 있다. 당시에는 구체적인 증거가 없었다. 이번에 고발장을 검찰에 제출한 가바체니는 영화 한 편을 본 뒤 이 주제에 재차 관심을 가졌다고 했다. 2022년 슬로베니아 출신 영화감독 미란 주파니치가 내놓은 다큐멘터리 영화 '사라예보 사파리'였다. 영화에는 여러 나라에서 온 외부인들이 사라예보 포위전에 보였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민간인에게 총구를 들이댄 증거는 이전에도 있었다. 1992년에는 러시아의 극우 민족주의 작가이자 정치인이었던 에두아르드 리모노프(2020년 사망)의 기관총 난사 장면이었다. 그는 당시 보스니아의 세르비아계 지도자 라도반 카라지치의 안내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카라지치는 2008년 체포된 뒤 헤이그 국제재판소에서 집단학살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반론도 있다. BBC는 1990년대 사라예보에 주둔했던 영국군 관계자들로부터 '괴담'에 가깝다는 증언을 전했다. 민간인에게 총을 쏘려고 외국인을 들여오는 시도는 수많은 검문소 때문에 물리적으로 실행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2025-11-13 16:57:03
인도네시아 고교 폭발 사건 용의자, 집에서 혼자 폭탄 제조
지난 7일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 있는 고등학교 내 모스크에서 예배 도중 폭발물을 터뜨려 90여 명을 다치게 한 17세 용의자가 사제 폭탄을 집에서 혼자 만들었던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12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경찰은 지난 7일 자카르타 북부 SMA 72 고교에서 폭발물을 터뜨린 17세 용의자는 자신의 집에서 소형 폭발 장치를 조립했다고 밝혔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용의자는 6V(볼트) 배터리, 플라스틱 용기, 리모컨, 못 등 간단한 재료들로 폭탄 7개를 만들었고 이 가운데 4개가 모스크 내부에서 폭발했다. 용의자는 인터넷에서 본 제조법에 따라 혼자서 폭탄을 만들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터지지 않은 나머지 폭탄을 확보해 조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범행 동기는 학교폭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만 이마누딘 자카르타경찰청 형사수사국장은 기자회견에서 "용의자는 가족뿐 아니라 학교와 지역사회 어디에도 불만을 토로할 곳이 없다고 느꼈다고 한다"고 했다. 다만 용의자는 폭발물이 터진 고교 인근 학교에 다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폭발 사건으로 학생 96명이 다쳤는데 절반 이상은 청력이 손상됐고, 4명은 갑작스러운 난청을 겪었으며 11명은 여전히 치료 중이다. 화상을 입은 1명은 위중한 상태다. 경찰은 용의자가 온라인에서 알게 된 극단주의자들을 모방하려 한 것 같지만 무장단체와 연관성은 없다고 전하면서도 폭발 현장에서 확보한 장난감 기관단총에서 '복수'라 쓰인 글자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백인 우월주의 구호를 상징하는 문구인 '14개 단어'(14 words)와 2019년 뉴질랜드에서 51명을 숨지게 한 반이슬람 테러범의 이름도 새겨져 있었다고 전했다. 마인드라 에카 와르다나 경찰 대테러부대 대변인은 "해당 문구와 이름은 모방을 부추긴 폭력적 이념이나 인물일 뿐 용의자와 테러 조직 사이에 연관성은 없다"고 했다. 그는 용의자에게 테러방지법을 적용할 수는 없지만 최대 징역 12년을 선고할 수 있는 계획적 중상해 혐의로 기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25-11-12 16:21:29
미국과 베네수엘라 두 나라의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중남미 카리브해가 새로운 화약고로 떠오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명분으로 카리브해에 미군 항공모함(항모) 전단을 배치한 데 맞서 베네수엘라도 예비군까지 동원한 대규모 군사 훈련에 나선 것이다. 특히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이런 움직임이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겨냥하고 있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정권 전복을 위한 미국의 음모라는 것이다. 미 해군은 11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세계 최대 항모인 제럴드 포드 항모 전단이 미군 남부사령부 작전구역(멕시코 이남 중남미 지역과 주변 해역, 카리브해 등)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포드 항모는 그동안 지중해에서 작전을 수행해왔다. 앞서 미국은 미국으로 마약을 밀수하려는 베네수엘라 마약 카르텔을 테러단체로 지정한 바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군은 이 지역에 군함 8척, 원자력 추진 잠수함, F-35 전투기 등을 배치하고 지난 9월부터 최근까지 카리브해와 동태평양에서 '마약 운반선'으로 의심되는 선박을 상대로 최소 19차례 공습을 가한 바 있다.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의도가 다른 데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 축출이 미국의 진짜 목적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미국의 군사적 조치에 맞서겠다며 항전 의지를 밝히고 있다. CNN 방송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로페스 베네수엘라 국방장관은 미군의 군사력 증강에 맞서 자국의 병력, 무기, 군사장비 등을 대규모로 동원한다고 선언했다. 또 정규군뿐 아니라 예비군에 해당하는 볼리바르 민병대도 참여한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군의 군사적 행동이 현실화할 경우 베네수엘라군은 현실적 전력 차를 고려해 '게릴라 전술'을 수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소규모로 편성된 부대가 전국 280여 곳으로 흩어져 각개전투식 대응을 한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도 베네수엘라의 전력 보강 상황을 전했다. 마두로 대통령이 2000년대 러시아 측으로부터 수입했던 수호이 전투기 수리, 레이더 시스템 개선, 미사일 체계 공급 지원을 러시아에 요청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2025-11-12 16:04:19
미국의 온라인 사전 사이트 딕셔너리닷컴(Dictionary.com)이 올해의 단어로 '67'을 선정했다. 알파세대(2010년 이후 태어난 세대) 사이에 유행한 표현이다. '67' 또는 '6-7'이라고 쓴다. 음절 하나씩 따로 읽어야 한다. '식스티세븐'이 아니라 '식스-세븐'이라 발음한다. 의미는 명확하게 정의하기 힘들다. 딕셔너리닷컴은 이 단어를 모호한 속어라 설명했다. 메리엄-웹스터 사전은 10대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무의미한 표현이라고 정의했다. 다만 이 단어가 올해의 단어로 선정된 과정과 관련해 딕셔너리닷컴은 "올해 여름부터 '67'에 대한 검색량이 급격히 증가했고 6월 이후 검색량은 6배 이상 늘었으며 현재까지 상승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정컨대 이 표현은 미국 가수 스크릴라의 노래 'Doot Doot(6 7)'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키가 6피트 7인치(약 200.6㎝)인 NBA 농구 선수 라멜로 볼이 등장하는 틱톡 영상에 이 노래가 등장한 뒤로 '67'이 크게 유행하기 시작했고 알파세대의 은어로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틱톡은 최근 들어 알파세대들의 '밈'(meme·온라인에서 흥미를 끌 만한 말, 행동, 춤 등을 넣어 올린 콘텐츠) 전파 창구가 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드뮤어'(demure)가 올해의 단어로 선정됐었다. '얌전한'이라는 뜻의 이 단어는 틱톡 크리에이터 줄스 르브론이 올린 영상을 통해 유행했었다. 한편 딕셔너리닷컴이 선정한 올해 영향력이 있었던 단어에는 인공지능(AI)을 조롱하는 표현으로 사용된 'Clanker'(클랭커)와 관광지에 관광객이 몰려 문화적·경제적 부담이 커지는 'Overtourism'(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도 포함됐다.
2025-11-11 16:54:36
美中 '부산 회담 합의' 이행, 무역보복 1년 유예 발효
'무역전쟁 확전 자제'에 합의했던 미중 양국이 10일부터 서로를 겨냥한 추가 관세와 무역 보복 조치 일부를 유예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30일 부산에서 가진 정상회담에서 양국 사이의 훈풍이 감지된 터였다. 미국은 이날 0시 1분(현지시간) 올 들어 중국산 제품에 부과해온 이른바 '펜타닐 관세'를 종전 20%에서 10%로 낮춘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관세율은 평균 57%에서 47%로 내려간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중국이 합성 마약의 일종인 펜타닐의 대미 유입 차단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른바 '펜타닐 관세'를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시진핑 주석과 회담을 가진 뒤 유화적인 태도로 돌아섰다. 중국이 미국으로 유입되는 펜타닐 전구물질 등의 차단에 협력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중국도 이날 오후 1시 1분(현지시간)을 기해 미국산 닭고기·밀·옥수수·면화에 15%, 수수·대두·돼지고기·쇠고기·수산물 등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해온 조치를 중단한다. 미국의 '펜타닐 관세'에 상응한 보복 관세였기 때문이다. 두 나라는 또 지난 4월 양측에 100% 넘게 부과했던 '관세 공방 휴전'을 1년 연장하는 방안도 이날부터 시행한다. 앞서 미국은 지난 5월 중국 상품에 부과한 추가 관세 125% 중 91%는 취소하고 24%는 90일간 유예하기로 제네바 미중 고위급 회담에서 중국과 합의했었다. 양측은 지난 8월 유예기간을 90일 더 연장한 데 이어 지난달 미중 정상회담 때 1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중국이 칼자루를 쥔 것으로 보였던 희토류 관련 조치도 유예됐다. 희토류 등 수출 통제 조치는 당초 이달 8일 발효 예정이었지만 내년 11월 10일까지 1년 유예한 것이다. 반도체와 태양광 패널, 레이저, 배터리, 무기 등에 활용되는 갈륨·게르마늄·안티몬·흑연의 대미 수출 통제도 내년 11월 27일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미국산 대두 등 농산품 구매와 원목 수입도 재개했다. 대만과의 무기 판매 등을 이유로 미국 군수기업들을 제재했던 조치 역시 향후 1년간 실행하지 않기로 했다. 이와 함께 최근 새로운 무역 갈등 요인으로 떠올랐던 상호 선박에 대한 항만 수수료 징수도 이날부터 중단한다. 합의에 따라 미국이 중국 해사·물류·조선업에 대한 무역법 301조 조사 최종 조치 실시를 멈추면서 중국 역시 자국 산업 피해 상황 조사를 1년 동안 중단하기로 했다.
2025-11-10 16:40:17
필리핀이 잇단 대형 태풍 상륙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태풍 '갈매기'로 22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지 나흘 만에 또 다른 슈퍼 태풍 '풍웡'이 상륙하면서 120만명 가까이가 대피했다. 사안의 심각성을 감지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수도권과 인근 지방정부의 업무뿐 아니라 모든 교육기관의 수업을 11일까지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 10분쯤 26호 태풍 '풍웡'이 필리핀 루손섬 동부 오로라주에 상륙했다. 이번 태풍으로 동남부 사마르섬 등에서 2명이 숨졌고 전국적으로는 118만 명이 대피했다. 사망자 가운데 한 명은 임시 목조 다리에서 추락해 물살에 휩쓸려 숨진 것으로 전해졌으며 다른 한 명은 잔해에 깔려 숨졌다. 현지 기상전문가들은 태풍 '풍웡'이 최근 몇 년 사이 필리핀에 상륙한 태풍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필리핀에서는 풍속 185km/h 이상의 열대성 저기압을 '슈퍼 태풍'으로 분류한다. 태풍 '풍웡'의 중심 최대 풍속은 185km/h에 달했고, 순간 최대풍속은 230km/h를 기록했다. 필리핀 기상청은 최대 200mm의 폭우가 광범위한 지역에 내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지붕을 뜯어내거나 나무를 쓰러뜨릴 수 있는 강풍이 동반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또 "앞으로 48시간 안에 저지대나 해안에 가까운 지역에서는 최대 3m가 넘는 치명적 폭풍 해일이 발생할 위험도 높다"고 경고했다. 한편,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는 태풍 '풍웡'이 필리핀 북부 해안 쪽으로 중심을 이동한 뒤 13일에는 세력이 다소 약해진 상태로 대만 남서부 해안에 접근할 것으로 예상했다. '풍웡'은 봉황(鳳凰)의 광둥어로 홍콩이 제출한 이름이다.
2025-11-10 16:36:03
러시아가 드론 458대와 미사일 45발을 동원해 우크라이나의 원자력발전소와 변전소 등 에너지 기반시설 등을 공격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 과정에서 7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8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러시아가 또 흐멜니츠키와 리브네 지역 원전에 전력을 공급하는 변전소들을 공격했다"며 "이번 공격은 우연이 아닌 치밀하게 계획된 타격이며 러시아는 유럽의 핵 안전을 의도적으로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비하 장관은 그러면서 "러시아 공습이 또다시 사람들의 일상을 겨냥했다"며 "그들은 지역사회로부터 전력과 물, 난방을 빼앗았고 중요 기반 시설을 파괴했으며 철도망을 부쉈다"고 비난했다. 전날 밤사이 이어진 공습에 발전소 곳곳의 전기 생산이 중단되고 각지에서 전력 공급이 끊겼다. 수도 키이우와 하르키우 지역에서 화력발전소를 운영 중인 국영 에너지 업체 센트레네르고는 2022년 러우전쟁이 시작된 이후 최대 규모의 공습을 받아 전력 생산을 중단했다고 페이스북에 밝혔다. 우크라이나 최대 민간 에너지 업체 DTEK도 텔레그램에서 화력 발전소 한 곳의 설비가 파손됐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는 러시아의 드론 공격을 받아 에너지 기반시설이 파손됐으며 크레멘추크에서도 전력과 수도가 끊겼다고 당국이 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의 군·산 복합기업 단지와 우크라이나군 작전을 지원하는 에너지 시설을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난방 수요가 증가하는 겨울을 앞둔 때를 노려 우크라이나의 전력망을 집중적으로 공격해왔다. 이와 관련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서 "겨울을 앞두고 민간인들을 해치려는 러시아의 에너지 기반시설 공습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며 "지금까지 러시아의 원자력 부문은 제재를 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석유와 가스 무역에도 더 큰 압박이 필요하다"며 "미국, 유럽, 주요 7개국(G7)의 관련 결정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2025-11-09 16:45:16
"새벽 3시 출근, 세비 절반만" 日 다카이치 총리 파격 행보
집권 3주차의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를 상징하는 한마디는 단연 '일하고, 일하는'이다. 새벽 출근도 마다치 않고 세비는 절반만 받겠다고 천명하면서 유능한 총리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있다. 80%가 넘는 여론 지지율도 등에 업었다. "우리 사나에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될 법한 전폭적 지지다. 지난달 4일 다카이치 총리가 자민당 신임 총재로 선출됐을 때만 해도 그의 총리직을 의심하는 시선이 우세했다. 연립 공명당이 연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야당의 합종연횡에 따라 얼마든지 정권이 넘어갈 수 있던 터였다. 이때 그는 총재 선출 직후 양원 의원총회 연단에 서게 되는데 여기에서 지금의 다카이치 정권을 압축하는 문장, '일하고(働いて),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겠습니다'가 나왔다. '일하겠다'는 표현만 다섯 차례 연달아 말하는 모습에는 결연함이 묻어났다. '일하는' 총리 이미지는 연출 여부를 떠나 일본 국민들에게 긍정적인 요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입장이나 견해를 소셜미디어에 공개하듯이 다카이치 총리 역시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를 십분 활용해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주말인 8일 저녁 "스스로 머리카락을 자르다가 실패해 남편의 웃음거리가 됐다"는 글을 계정에 올렸다. 그러면서 "숙소에서 나오면 경호 요원이나 운전사에게 민폐가 되기 때문에 공식 행사가 없는 주말은 숙소에서 일을 하기로 했다. 현재 고민은 야간이나 주말에 미용실에 가지 못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문구만 보면 머리카락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다는 푸념으로 보이지만, 행간을 풀이하면 주말에도 '일하고' 있다는 데 방점이 찍혔다. 요미우리신문은 이에 대해 일명 '직장 갑질' 지적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7일 국회 답변 준비 회의를 새벽 3시쯤 연 적이 있는데 이로 인해 직원에 대한 배려 부족, 과로 우려 등을 지적당한 바 있다. 실제 그는 과로사 등을 막기 위해 벌여온 노동시간 상한 규제를 완화할 생각을 내비치기도 했다. 세비 자진 삭감 방침을 밝힌 것도 우호적 분위기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으로 받는 129만4천 엔(약 1천229만 원)과 총리로 받는 115만2천 엔(약 1천94만 원)을 줄이겠다고 했다. 이 경우 총리 급여는 월 최대 1천만 원 남짓 줄어든다. 여론은 호의적이다. 이달 3일 일본 TBS와 계열 지방방송사의 네트워크인 JNN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다카이치 내각 지지율은 82%로 한 달 전 있은 이시바 내각 지지율에 비해 38.3% 포인트 높았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여론은 14.3%에 그쳤다. 2001년 이후 정권 가운데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88%)에 이은 두 번째로 높은 지지율이다.
2025-11-09 16:42:03
맘다니 "트럼프는 독재자" vs 트럼프 "맘다니는 "공산주의자"
미국 뉴욕시장 선거에서 당선된 '민주사회주의자' 조란 맘다니(34)의 일성은 매서웠다. 자신의 당선을 막으려 색깔론을 펼쳤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독재자'라는 비난의 화살을 날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맘다니를 향해 '공산주의자'라며 일전을 벼르고 있다. 상대 후보 지원에 바빴던 월가도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향후 정국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맘다니-트럼프, 말싸움에 그칠까 조란 맘다니 뉴욕주 의원이 뉴욕시장 당선 확정 직후 지지자들 앞에서 했던 승리 연설 일성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도발이나 다름없었다. 맘다니는 "트럼프에게 배신당한 국가에 그를 어떻게 물리칠 수 있을지 보여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바로 그가 태어난 이 도시"라며 "독재자를 가장 두렵게 만드는 방법이 있다면 그가 권력을 쌓을 수 있게 해준 조건 자체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했다. 이유 있는 도발이었다. 뉴욕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기간 내내 맘다니를 '공산주의자'라 칭하며 색깔론을 펼치는가 하면 뉴욕시장에 당선된다 해도 연방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사실상 협박에 가까운 선거 개입도 서슴지 않았던 터다. 유세 기간 이민 정책을 화두로 삼아 트럼프 행정부에 정면으로 맞선 맘다니의 돌직구는 이어졌다. 그는 "뉴욕은 앞으로도 이민자의 도시로 남을 것"이라며 "이민자들이 세우고 움직여왔으며 오늘 밤부터 이민자가 이끄는 도시"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잠자코 있지 않았다. 맘다니 당선 확정 이후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그래서 이제 시작이다!"(…AND SO IT BEGINS!)라고 올렸다. AP통신은 이를 맘다니의 도전장에 응수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로이터통신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발언권을 쥐고 있으며 공격적인 정치를 즐기는 트럼프와 정면으로 맞붙는 능력을 시험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당선 직후 자세 고쳐 잡는 월가 월가 부유층 등 주요 인사들이 맘다니에 반감을 가진 이유 중 첫 번째로 꼽은 것은 그의 종교다. 시아파 무슬림인 맘다니의 친팔레스타인 정책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를 실눈으로 봐온 터였다. 또 월가 자본의 큰손인 유대인들에 대한 반감마저 감지했기에 맘다니를 곱게 볼 수가 없었다. 여기에 저소득층 지원을 위한 무상버스·무상보육 확대 공약 실현에 부유층 증세를 수반한다는 것도 탐탁지 않았다. 월가가 조직적으로 나선 것은 당연해 보였다. 억만장자 투자자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캐피털 회장 등 월가의 부유층들은 정치자금 모금단체까지 만들어 쿠오모 후보 띄우기에 나섰지만 무위에 그쳤다. 자산관리회사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와 헤지펀드 '시타델' 등은 직원들에게 투표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모두 수포로 돌아가면서 맘다니를 받아들이고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로 한 움직임도 포착된다. 한때 맘다니를 '마르크스주의자'라 했던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는 맘다니를 돕겠다는 의사를 피력했고, 투자은행 에버코어의 랠프 슐로스타인도 정치적 견해가 다르더라도 맘다니와 협력하겠다고 했다. 제인 프레이저 시티그룹 최고경영자도 "당선된 시장과 협력해 더 나은 도시를 만들겠다"며 자세를 낮췄다. ◆맘다니의 핵심 지지층, 서민 '민주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조란 맘다니의 미국 뉴욕시장 당선은 저소득층과 유색인종 유권자들의 압도적인 지지 덕분인 것으로 확인됐다. 5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뉴욕시의 인구통계 자료와 선거 결과를 분석한 내용을 게재했다. 관련 기사들은 맘다니가 특정 유권자층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는 걸 보여줬다. 맘다니 당선의 일등공신은 저소득층 우대 공약이었고 이는 선거 결과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자가를 보유하지 못한 유권자들은 맘다니에게 앤드루 쿠오모 무소속 후보보다 24% 포인트 더 많은 득표율을 안겼다. 연소득에 따른 유의미한 득표율 격차도 나왔다. 맘다니는 연소득 5만 달러(약 7천200만원) 이하 지역에서 쿠오모를 9% 포인트 이상 앞섰다. 유색인종들의 압도적 지지도 맘다니 당선에 기여했다. 맘다니는 흑인 다수 지역에서 약 30% 포인트, 히스패닉 다수 지역에서 20% 포인트 이상 쿠오모를 앞섰다. 반면 쿠오모 후보는 백인 다수 지역에서 9% 포인트 가량 우세했다.
2025-11-06 16:3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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