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집권 2기 첫 국정연설…108분짜리 자화자찬
108분짜리 쇼도 결국 그가 주연이면 자화자찬의 결말로 마무리되기 마련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권 2기 첫 국정연설이 우리시간 25일 오전 11시부터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1시간 48분 동안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그는 '셀프칭송'이라는 예의 레퍼토리를 반복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연방대법원에 대한 약간의 비난이 추가된 정도였다. 굳이 특기할 만한 것을 찾자면 연설 시간이었다. 2000년 빌 클린턴 대통령의 1시간 28분 연설 기록을 깼다. "지금이 바로 미국의 황금시대"라는 자평은 놀라운 축에 끼지도 않는다. 자국민 두 명이 반대 의사를 표시하다 공권력의 총격으로 사망한 반이민 정책을 성과로 꼽은 탓이다.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각국에 부과한 관세가 위법하다는 연방대법원 판단도 귓등으로 흘렸다. 대부분 국가가 무역 합의를 유지하려 한다고 되레 목소리를 높였다. 자화자찬의 시간은 이어졌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물려받은 ▷경기 침체 ▷인플레이션 ▷불법 이민과 범죄 등을 1년 만에 해결했다고 주장했다. 이전부터 성과라 자랑하던 정책의 반복적인 열거였다. 비난의 시간도 빼놓지 않았다. 민주당을 향한 노골적인 반감이었다. 미국의 사회적 문제를 민주당에 돌리면서 "이 사람들은 미쳤다", "민주당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 등의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국제사회의 시선이 쏠린 이란 공격 여부에 대한 정리는 명확했다.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기 위한 군사력 사용이라고 거듭 경고한 것이다. 그는 "우리는 그들과 협상하고 있다. 그들은 합의 타결을 원하지만 아직 '우리는 절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약속을 듣지 못했다"며 "나는 외교로 문제를 해결하는 걸 선호한다. 하지만 이 하나는 분명하다. 세계 최대 테러 후원국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결단코 허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란에 대한 미국의 태도는 강경하다. 미국은 지난 17일 이란과 벌인 핵 협상이 별다른 성과 없이 마무리되자 지금까지 유럽·중동 기지로 150대가 넘는 군용기를 이동시켰다.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 최대 규모로 추산된다. 이란 공습의 분수령이 될 26일 후속 협상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2026-02-25 20:08:26
주한미군, 유엔군사령부 등을 주축으로 한 한미동맹에 이상 파열음이 잇따라 울리고 있다. 기존 한미동맹의 궤도를 벗어난 움직임이다. 유엔군사령부에는 DMZ 일부 구역 출입 승인 권한을 타진했고, 주한미군에는 서해 영공에서 중국 전투기와 대치한 것을 따져 물었다. 한미동맹 신뢰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유엔군사령부와 주한미군은 이례적 조처를 각각 취했다. 지난달 정부 여당이 입법 추진에 나섰던 일명 'DMZ법'에 대해 유엔군사령부가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라 입장을 밝힌 것이다. 주한미군도 24일 오후 전에 없던 입장문을 발표했다. 대비태세 훈련과 관련해 사과하는 일은 없다는 게 골자였다. 19일 주한미군 F-16 전투기들이 대규모 비행 훈련 중 서해 상공에서 중국 전투기들과 대치한 상황에 대한 우리 국방부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전례 없는 소통 부재로 읽힌다. 우리 정부의 대북 안보 자세 변화와 연관 있어 보인다. 대북 화해 분위기 조성을 위한 유화 제스처에 집착한 탓이다. 다음 달로 예정된 '자유의 방패' 훈련 계획 발표 지연도 훈련 규모 등을 둘러싼 미군 측과의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지도부 비위 맞추기라는 비판도 비등하다.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전환이 예고된 만큼 우리 정부의 속도 조절을 요구하는 주문도 나온다.
2026-02-25 18:33:20
북한을 향한 이재명 정부의 유화 제스처가 과감해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 시절의 무인기 침투 사건 등에 대해 사과하는 수준을 넘었다. 주한미군이 참가하는 합동 군사 훈련이나 유엔군사령부의 DMZ 출입 권한에 대해 견해차를 드러내는 등 마찰음이 그치지 않고 있다. 최근 '자유의 방패' 훈련 계획 발표마저 늦어지는 배경에 훈련 규모 축소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과 안규백 국방부 장관 사이의 통화 등 공개되지 않아야 할 부분까지 드러나면서 안보 이슈에 대한 우려가 기우가 아니라는 시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과제에 집중하는 사이 한미동맹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한미군과 진실 게임 주한미군은 지난 18∼19일 오산기지에서 F-16 전투기들을 서해상으로 100회 이상 출격시키는 대규모 훈련에 나섰다. 서해상으로 미군 전투기가 출격하자 중국 전투기들이 대응 출격하면서 한때 양국 공군이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19일 이런 상황을 보고 받은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항의했다고 한다. 주한미군은 21일까지 예정됐던 훈련을 조기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매체는 이를 두고 "안 장관의 항의에 브런슨 사령관이 사과했다"고 보도했다. 자주국방의 기개가 살아있음을 선전하는 듯한 장면이었다. 주한미군은 입장문을 내 강하게 반박했다. 주한미군은 이례적으로 야밤(24일 오후 10시)에 입장문을 내면서 브런슨 사령관이 우리 군 당국에 사과했다는 보도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브런슨 사령관은 사전 통보가 있었음을 재확인했고, 주한미군은 최고 수준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임무 수행을 위해 정기적인 훈련을 하고 있다. 대비태세 유지를 위해 사과할 일은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훈련 계획을 통보했는데 제때 보고받지 못한 게 우리 책임은 아니고, 훈련 자체를 사과할 일도 아닌 듯하다"로 해석된다. 또 "고위 지도자들의 비공개 논의를 선택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공동 안보 목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훈계도 적시했다. 양국 군 수뇌부의 통화를 아무렇지 않게 외부에 공개한 것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군복무를 위해 입대한 장병들이 가장 먼저 익히는 수칙이 보안 엄수다. ◆이전에 볼 수 없던 것들 이례적인 장면은 또 있었다. 정전협정 체결 이후 DMZ를 관할하던 유엔군사령부가 지난달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DMZ 출입 권한 확보 움직임과 관련한 입법 시도 탓이었다. 유엔군사령부는 "정전협정에 대한 정면 충돌"이라며 공개적으로 반발한 바 있다. 모두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최근 들어 연속된 것들이다. 다음 달로 예정된 '자유의 방패' 연합 훈련 계획 발표도 지연되고 있다. 야외실기동훈련 실시 등을 둘러싼 이견도 조율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대북 도발이라 풀이하는 대규모 병력 및 장비 전개를 축소하고, 야외실기동훈련도 시기를 분산해 실시하는 방안을 우리 정부가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주한미군이 난색을 표했다는 것이다. 주한미군은 '자유의 방패' 연합 훈련이 1년 전 확정된 계획이고, 그에 따라 이미 상당한 비용을 들인 추가 병력과 장비를 전개한 만큼 축소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6-02-25 16:01:41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이 부장으로 한 단계 올라서고, 정치국 후보위원에도 재진입했다. 부장은 우리의 장관급에 해당한다. 조선중앙통신은 24일 전날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제9기 제1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김 부부장이 부장으로 임명됐다고 보도했다. 다만 어떤 부서의 부장을 맡았는지 공개하지 않았다. 선전선동부 부장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리선권 노동당 10국 부장이 이번 당 대회를 기점으로 퇴장하면서 그 자리를 이어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부부장은 무인기 침투 사건 등 남북 경색 국면에서 대남 비난의 일등 일꾼으로 북한의 마이크 역할을 한 바 있다. 김 부부장은 2020년까지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겸 정치국 후보위원이었다. 이듬해 열린 8차 당 대회에서 선전선동부 부부장으로 옮기며 후보위원에서 빠졌다가 5년 만에 다시 후보위원으로 복귀한 것이다. 한편 이번 당 대회에서 공식 직책이 부여될지 세간의 관심이 쏠렸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딸 주애는 어떤 직책에도 거론되지 않았다. 우리 정보당국은 주애의 실제 이름이 '김주해'라는 첩보를 입수하고 진위를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6-02-24 19:59:52
美 연방지법, '트럼프 기밀 불법반출' 특검보고서 공개 영구 금지 명령
미국 연방지방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1기 재임 후 백악관 기밀자료를 불법으로 반출했다는 혐의와 관련한 특검의 수사보고서를 영구적으로 공개 금지하라고 명령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4년 11월 대선에서 승리한 뒤 현직 대통령은 연방 기소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관행 등에 따라 기소가 철회되면서 공개되지 않았던 보고서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플로리다 포트피어스 연방법원의 에일린 캐넌 판사는 수사보고서 공개가 트럼프 대통령 등 피고인들에게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며 이같이 명령했다. 특히 관련 사건이 재판으로 이어지지 않은 만큼 수사보고서를 공개하는 것은 명백히 부당하다고 봤다. 영구 공개 금지 명령의 대상이 된 특검 수사보고서는 잭 스미스 전 특검이 작성한 것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2021년 1·6 의사당 폭동과 관련한 대선 결과 뒤집기 혐의, 그리고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며 기밀문서를 불법 반출했다는 기밀문서 유출 혐의로 2023년 형사기소한 바 있다. 지난해 8월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정신이상자'라 지칭하는 등 불편한 심기를 여과 없이 드러냈던 까닭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종신직 판사로 임명한 캐넌 판사는 이에 부응하듯 잭 스미스 전 특검의 기소가 철회된 점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4년 11월 대선에서 승리한 뒤 현직 대통령은 연방 기소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관행 등에 따른 것이었다. '법 왜곡죄'가 따로 없는 미국에서는 이를 이유로 판사가 파면될 가능성은 없다. 캐넌 판사는 임명 당시부터 논란을 안고 있던 인물이다. 2020년 마코 루비오 당시 상원의원의 추천으로 판사가 됐다. 2022년 법무부를 대신해 압수된 문건을 검토할 특별조사관을 지명해달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요청을 받아들였고, 2024년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밀문건 유출 혐의 사건을 "잭 스미스 특검의 임명 절차가 헌법에 위배된다"며 기각했던 터다. NYT는 당시 캐넌 판사가 트럼프 전 대통령 사건을 맡기 전까지 형사 재판에 대해 거의 경험이 없고, 재판 지연 논란 등으로 공정성 시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에도 통상 특검의 수사보고서를 공개해왔던 전례에 반한 것이라면서 "이례적이지만, 어쩌면 놀랍지 않은 조치"라고 꼬집었다.
2026-02-24 15:47:04
이란을 공습하겠다는 경보음을 연일 울리는 미국의 무력시위가 고점을 향하고 있다. 항공모함 전단을 아라비아해 등 이란 인근 해역으로 이동시킨 것으로 부족하다. 중동 내 미군기지로 전투기를 집결시키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 수위도 점차 높아지고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축출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무력전으로 치닫지 않을 마지막 협상 카드가 있다. 2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있을 담판을 분기점으로 이란 공습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볼륨 높이는 이란 공격 경보음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한 대규모 군사 공격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시점은 지난 18일이었다. 백악관 상황실에서 공습 계획을 참모들과 논의한 것이었는데 이 당시에도 전투기 집결 등 화력전을 염두에 둔 움직임을 보였었다. 명분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 고수다.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공격 대상은 이란군 전력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본부, 핵시설, 탄도미사일 관련 시설까지 폭넓게 거론됐다. 이런 1차적 공습에도 이란 지도부가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면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물론 이란 지도부를 아예 축출하겠다며 공공연하게 으름장을 놨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군 수뇌부가 의견 합치를 보지 못했다는 의심 어린 시선도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단박에 선을 그었다. 그는 "100% 사실무근"이라며 "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나"라고 단호히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존 케인 합참의장이 백악관과 펜타곤에서 열린 회의에서 탄약 부족과 동맹국 지원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우려를 표명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세계 최대 핵 추진 항공모함인 제럴드 R. 포드 항공모함 전단이 그리스 크레타섬에 23일 도착해 작전 준비 태세에 돌입했고, 같은 날 레바논 주재 미국 대사관 인력이 철수하면서 이란 지도부 겁주기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지난해 6월 이란 핵시설 공습 전에도 레바논과 이라크 등 중동지역 대사관에 유사한 철수령을 내린 바 있다. 양국은 2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핵 협상을 재개한다. 이란은 이날 핵 프로그램 등과 관련한 협상안을 미국 측에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22일 미 CBS 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우라늄 농축은 우리의 권리다. 우리는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원국이며 평화적 핵에너지를 누릴 모든 권리를 보유한다"며 "이란 국민의 존엄과 자존심의 문제며 우리는 이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쟁보다 더 리스크 큰 굴복 이처럼 미 항공모함 전단과 전투기들이 집결해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이란 지도부는 경우에 따라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요구에 굴복하는 것이 전쟁을 치르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는 판단이 내재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NYT는 23일 이란을 통치하는 성직자들이 ▷우라늄 농축 전면 중단 ▷탄도미사일 사거리 제한 ▷역내 친(親)이란 무장세력 지원 중단 등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에 부정적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우라늄 농축 권리는 포기할 수 없는 주권 사항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온 터다. 그는 미국의 궁극적 목표가 이란 정권 전복에 있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해왔다. 이란 지도부의 이런 현실 인식에 미국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른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는 "'항복'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지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왜 그들이 항복하지 않는지 궁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이 지난해 치른 '12일 전쟁'과 강도 높은 경제 제재로 큰 타격을 입은 만큼 수위를 높이는 미국의 압박에 굴복할 것으로 기대해왔다는 게 미국의 속내라는 것이다. 한편 이란은 하메네이 등 지도부가 일시에 제거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비상 지도부 체계를 준비한 것으로 전해진다. NYT는 22일 이란 고위 당국자 등 소식통의 전언을 통해 하메네이는 국가 안보 책임자 알리 라리자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을 비롯한 측근과 군 관계자들에게 뒷일을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2026-02-24 15:45:20
멕시코 정부, 마약왕 '엘 멘초' 사살… "美가 원하신다면"
멕시코 정부가 22일(현지시간) 마약왕 '엘 멘초'를 사살했다. AP통신 등 외신은 군사작전을 통해 마약 밀매 집단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CJNG)의 두목 네메시오 오세게라, 일명 엘 멘초가 제거됐다고 보도했다. 2009년 조직된 CJNG는 '시날로아 카르텔'과 함께 멕시코의 양대 마약 밀매 조직으로 꼽힌다. 특히 이들은 멕시코 정부군을 공격하는 것으로도 악명을 떨치고 있다. 마약 카르텔의 근거지로 알려진 멕시코 서부 할리스코주(州) 타팔파에서 진행된 작전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중상을 입은 엘 멘초는 멕시코시티로 이송 중 사망했다. 작전 과정에서 마약 조직들이 갖고 있던 장갑차, 로켓 발사기, 기타 무기 등도 압수됐다. 숨진 엘 멘초는 1990년대부터 마약 밀매에 관여해 미국에도 이름을 알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CJNG를 외국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면서 엘 멘초에게 1천500만 달러(약 217억 원)의 현상금을 걸었다. 이번 군사작전은 트럼프 행정부의 마약 밀매 조직 퇴치 압박에 따른 결과물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국의 골칫거리인 마약 카르텔의 두목을 제거하면서 미국에 협조적인 자세를 입증한 셈이다. 실제로 미국은 곧장 환영의 메시지를 전했다. 크리스토퍼 랜도 미 국무부 부장관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멕시코, 미국, 라틴아메리카, 그리고 세계를 위한 대단한 진전"이라고 썼다.
2026-02-23 15:19:42
김정은 시대 개막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됐던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일선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공식 의전 서열 2위였던 그의 퇴장과 맞물려 노동당 내 물갈이가 완료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전날 노동당 대회 나흘째 일정에서 138명의 중앙위원과 111명의 후보위원을 선출했다. 여기에 최룡해라는 이름은 없었다. 그의 퇴장은 '세대교체 본격화'로 해석된다. 5년 전 8차 당대회에서 선출된 중앙위원 명단과 비교하면 70명 남짓이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도에 바뀐 경우까지 포함하면 절반 이상이 교체됐다. 혁명 원로로 분류되는 최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 최룡해는 2012년 김정은 시대 시작과 함께 승승장구했던 인물이다. 속칭 '빨치산 금수저'로 불리며 당 정치국 상무위원, 인민군 총정치국장 등 핵심 요직을 거쳤던 터다. 1950년생으로 고령인 그가 일선에서 물러난 것과 더불어 군부에서도 박정천 당 비서, 리병철 당 군수정책담당 총고문이 중앙위원에서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두 사람 모두 북한군 '원수' 칭호를 받았고 북한 군사정책을 사실상 총괄하는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속칭 원로그룹의 퇴장이 공식화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새로 중앙위원으로 이름을 올린 이들 중에 눈길을 끄는 이는 조춘룡 당 군수공업부장이다. 그는 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새로운 무기체계 개발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면서 김 위원장의 신뢰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별 네 개의 대장 칭호를 받기도 한 인물이다. 대남 선전·선동 일꾼들의 퇴장도 눈길을 끈다. 8차 당대회에서 중앙위원에 이름을 올렸던 리선권 당 10국 부장과 김영철 당 고문의 이름 역시 보이지 않았다. 2018년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던 리선권은 북한을 방문해 옥류관에서 냉면을 먹고 있던 우리 기업인들에게 "지금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니까"라는 막말을 했던 인사다. 남북문제 경시 노선으로 정치적 입지가 축소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우리 정보당국이 김 위원장 딸의 이름이 '주애'가 아닌 '주해'이고, 북한 내부에서 '미사일 총국장' 역할을 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정보원은 앞서 12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후계 내정 단계"라며 "(딸이) 일부 시책에 의견을 내는 정황도 포착됐다"고 보고했다.
2026-02-23 15:19:28
미국 연방대법원이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를 지켰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독단적 '상호 관세'를 위법으로 판단하고 제동을 걸면서 삼권분립의 가치를 지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서다. 당파적 고려에 따라 판결이 오락가락하는 우리 정치·사법 시스템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9명으로 구성된 연방대법원의 정치적 스펙트럼은 보수 성향 대법관 6명으로 보수가 우위에 선 구도였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은 정파적 자세를 취하지 않고 국익과 민주주의의 가치 수호를 우선시했다. 보수 성향 대법관 3명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조치가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핵심 무역 정책의 근본부터 정당성이 없다고 본 것이다. 대내외적 불확실성은 커졌지만 의회의 동의 없는 일방적 정책 독주에 경종을 울린 신호로 풀이된다.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미국 주류 언론들은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중립성을 지킨 것이라며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했다. NYT는 "(정치로부터) 독립 선언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했고 CBS는 "대법원이 독립성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영국 BBC도 "대통령이 펜을 한 번 휘두르거나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클릭하는 것만으로 세 자릿수 관세 부과를 위협하고, 혹은 실제로 부과할 수 있었던 시대는 끝났다"고 평가했다. BBC는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출생시민권 제도 폐지, 연방준비제도(Fed) 이사 해임 시도 등에 대해서도 미 사법부의 제동이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정태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을 강한 나라로, 세계의 중심 국가로 지탱하는 축의 하나가 '법치'라는 점을 확인시켜준 판결"이라며 "정치의 시녀로 변해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아전인수식으로 적용하는 우리 입법부와 사법부 행태와 비교하면 선진 민주국가의 본보기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26-02-22 18:39:21
민주주의 원칙 고수한 美 연방대법원, 사법부 옥죄는 韓 정치권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 관세 위법 판결로 미국의 정치·사법시스템의 견고함을 국제사회가 다시금 주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이라고 정의 내린 '관세'를 자의적으로 쓰지 말라는 제동이었다. 이 같은 견제구는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의 원칙을 지키며 대통령의 눈치를 보지 않는 '용감한 판결'이라는 세평을 얻고 있다. ◆이래서 강대국, 삼권분립 견고한 민주주의 시스템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상호 관세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게 되면 그 자체로 국가 안보에 재앙이고, 끔찍한 일이 될 것"이라고 수차례 신호를 보내며 대법관들을 압박했다. 그러나 연방대법원 법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받을 정치적 타격을 감안하지 않았다. 연방대법원 재판관 구성에서 보수 스펙트럼이 우위에 있었지만 이들에게 최우선은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 시스템이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이끄는 연방대법원은 20일(현지시간)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입각한 상호 관세 부과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관 9명 중 6명이 보수 성향이었다. 이 가운데 3명(존 로버츠, 닐 고서치, 에이미 배럿)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강한 견제구를 날린 것이다. 특히 고서치, 배럿 두 사람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지명된 강경 보수 성향의 대법관이다. 대통령의 눈치를 보지 않은 용감한 판결로 삼권분립이 엄연히 살아있음을 입증했다는 세평이 지배적인 배경이다.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별 상호 관세를 위법하다고 판단한 가장 큰 이유는 의회의 위임 없이 의회의 고유 권한인 관세를 자의적으로 부과한 탓이다. 또 이전 어느 대통령도 IEEPA를 근거로 관세를 부과한 적이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방대법원은 "대통령이 주장하는 권한의 폭, 역사와 헌법적 맥락을 고려하면 그가 이런 권한을 행사하려면 분명한 의회의 승인을 식별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 관세가 위법하다는 판단을 내린 대법관 6명을 싸잡아서 비난했다. 그는 "그들은 바보 노릇을 하고 라이노('명목상으로만 공화당원'이라는 뜻으로, 중도파 공화당원들을 비난하는 표현)들과 급진 좌파 민주당원들의 애완견 노릇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류 언론, 일부 공화당 의원도 환영 메시지 정파성에 얽매이지 않고 연방대법원 본연의 존재 가치를 증명한 중립적 판결을 두고 미국 주류 언론은 물론 외신들의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홈그라운드인 공화당 내에서도 그의 독단적 정책 행보에 견제구를 날리며 연방대법원 판결에 환영의 메시지를 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의 뼈아픈 정치적 후퇴"라며 "대통령 권한에 대한 역사적인 판결"이라고 했다. 의회를 무시한 대통령의 권한에는 한계가 있음을 명확히 한 것이라는 평가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헌법상 권력 분립의 원칙을 획기적으로 수호한 판결"이라며 "대법원은 모든 대통령의 행정권 남용을 저지할 의지를 보여줬다"라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아예 "연방대법원의 독립 선언"이라고 못 박았다. 외신들의 반응도 비슷하다. 영국 가디언은 "법치주의에 기반한 미국 정부 체제가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세계에 보여준 중요한 증거"라고 평가했다. BBC는 "이번 판결은 트럼프 대통령이 겉보기로 유지해온 '무적'이라는 이미지에도 오점을 남겼다"고 했다. 집권 여당인 공화당 내부에서도 환영의 메시지가 잇따랐다.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랜드 폴 상원의원은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이번 판결은 공화국을 수호하는 결정이었다"며 "다른 사람들이 IEEPA를 악용하려는 시도를 막을 수 있다"고 썼다. 하원의원들의 목소리도 다르지 않았다. 댄 뉴하우스 의원과 제프 허드 의원도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삼권분립의 원칙을 재확인한 판결"로 풀이했다. 자유무역을 중시해온 공화당의 전통적 인식과 연결되는 대목이지만 무엇보다 행정부가 의회의 입법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론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판결에 정치적 입김 배제… 韓, 반면교사 삼아야 미 사법부와 입법부가 완강하게 트럼프 행정부의 전횡에 반대 목소리를 낸 것은 미국 사회시스템의 단면이다. 이는 국익을 우선시하기보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순응하고 있는 우리 정치·사법시스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3대 사법개혁안'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되는 '법 왜곡죄'(형법 개정안)는 사실상 정권 입맛에 맞춰 판결을 내리라는 암묵적 압박으로 읽힌다. 사법부가 특정인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하려고 사실관계를 조작하거나 법을 왜곡해 적용하면 10년 이하 징역과 10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한다는 게 골자다. 엄중한 판결을 주문하는 듯 보이지만 삼권분립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비판이 상존한다. 법원행정처도 일찌감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법관을 처벌 대상으로 삼아 정치적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다"며 "특히 정치적 이슈가 되는 사안일 경우, 법관의 소신 있는 재판에 대해 법 왜곡죄 혐의를 씌울 위험성이 있다"고 의견서를 전한 바 있다. 여론재판으로 끌고 가 세몰이로 판가름하자는 의도가 읽힌 탓이다. 정치 주도권을 쥔 집단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법 왜곡 논쟁으로 몰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19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무기징역 선고 직후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반발한 걸 보면 사법부에 대한 압박이 충분히 감지된다. 정청래 대표는 당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 수괴에게 사형이 아닌 무기를 선고해 사법 정의를 흔들었다"고 재판부를 비판했다. 사형제를 폐지하자고 하면서 자신들의 입맛과 다른 판결인 무기징역형이 선고되자 재판부를 향해 손가락질을 멈추지 않은 것이다.
2026-02-22 17:41:27
11월 중간선거까지 8개월 남짓 남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 손으로 쌓아 올린 정치적 악재는 켜켜이 축적되고 있다. 거센 여론의 반발에도 개의치 않고 독불장군식으로 정책을 몰아붙인 터였다. 지난해 취임 직후 DEI(Diversity, equity, Inclusion·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논쟁으로 반(反) 트럼프 정서를 강화한 것이 시작이었다. 올해 초에는 이민정책 반대 시위에 나섰던 두 명의 시민을 공권력의 총격에 숨지게 했다. 여기에 연방대법원까지 상호 관세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이라던 '관세'를 국민들의 개념 정리 사전에서 수정해야 할 지경에 이른 것이다. 중간선거까지 가는 길에 악재만 수두룩하다. 민심의 향방을 알려주는 여론조사 결과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ABC뉴스와 워싱턴포스트(WP),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이달 12~1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64%는 트럼프 대통령의 수입품 관세 정책에 대해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연방대법원의 관세 판결이 있기 직전 나온 여론조사 결과였다. 소득 수준과 성별, 연령대를 불문하고 관세 정책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비율이 우세했다. 지지자들의 목소리만 듣고 정책을 추진한 결과로 풀이된다. 오로지 공화당 지지자의 75%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민정책도 이와 비슷했다.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조사센터(NORC)가 이달 5∼8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62%가 연방 이민단속 요원들의 미국 도시 내 배치는 과했다고 답했다. 항의 시위 현장에 연방 법집행 요원들을 투입한 것 역시 도를 넘었다는 응답이 61%였다. 때문에 중간선거에서 자신의 탄핵을 공언하는 민주당의 우세가 점쳐지는 마당에 정치적 승부수를 띄울 가능성도 농후하다. 내부의 불만을 잠재울 외부적 요소에 시선을 돌리려 할 개연성도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핵 협상을 진행하면서 보름이라는 시한을 주고 기대에 걸맞은 결과가 도출되지 않을 경우 이란을 공격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바 있다. 1998년 '지퍼게이트'를 희석하려던 빌 클린턴 대통령의 이라크 공습 결정이 대표적 전례로 회자한다. 이 밖에도 다음 달 말로 예정된 미중정상회담에서도 깜짝 이벤트가 나올 수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한 대화의 손짓도 트럼프 대통령의 중간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외부적 요소다.
2026-02-22 17:41:20
1980년대만 해도 중산층을 자부하는 집 거실에는 공식처럼 카펫이 깔려 있었다. 카펫에 수놓인 기묘한 패턴을 읽어내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일반적 중산층과 차별화하고 싶은 안주인들은 '헤라트 카펫'이라는 고유명사를 심어 주려 애썼다. 카펫을 사뿐히 밟은 그들은 부(富)의 오라(Aura)가 발광하길 원했다. 대개는 모조품이었으나 진짜라면 얘기가 달랐다. 진짜를 바닥에 깔 만큼 경제적 밑단이 단단한 부류라는 증거품이기도 했다. 이란 호라산 지역의 수공예품으로 집 한 채 값이라는 설명이 덧붙어도 하등 이상할 게 없었다. 섬세한 이란인들의 예술성은 영화계에서 숱한 명작으로 입증됐다. 특히 권력자를 조롱하고 체제를 에둘러 비판하는 작품들이 시네필(Cinephile)의 시선을 붙들어 맸다. 2011년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작인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도 그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이 영화에서 특이해 보인 장면 중 하나는 남성 치매 노인을 돌보는 여성 간병인의 행동 양태였다. 여성 간병인은 소변을 지린 남성 치매 노인을 씻기려 할 때 나신(裸身)을 봐도 종교적으로 괜찮은지 종교경찰에게 전화로 묻는다. 종교적 신념 등의 옳고 그름을 판별하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주는 이가 있는 이란의 단면이었다. 경제난을 호소한 반정부 시위대에 정부는 총구를 겨눴다. 믿기 힘든 보도들이 이어졌다. 머리를 조준해 쏜 것으로 보이는 시신도 나왔다. 지난해 말부터 이란을 들끓게 한 반정부 시위였다. 시위로 숨진 이들이 3만 명 이상일 거라는 인권 단체 추산이 나왔다. 이란 당국이 집계한 숫자도 3천 명을 넘는다. 그런데 국제사회를 놀라게 한 대목은 이란 당국이 자국민을 악마화해 죽였다는 점이었다. 시위대를 향해 조준 사격해도 괜찮다는 명분을 준 것이다. 마치 종교적 신념이 올곧게 선 것처럼 영점을 잡고 악마를 사냥하듯 격발했다는 것이다. 선악을 판가름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발포 명령이 있은 터였다. 우리는 이를 학살이라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실제 영국 가디언은 이란 의료진의 시선을 통해 시위대의 특정 장기, 특히 눈과 심장을 겨냥한 고의적인 총격이 반복적으로 있었다고 전했다. 드물게는 생식기 부위를 노린 것도 있었다. 사람이 아닌 사냥감으로 본 것이다. 시위대와 진압대의 신(神)이 제각기 다르지 않을 것인데 최고지도자의 눈은 달랐던 것 같다. 나아가 가족의 죽음과 그에 따른 슬픔을 내보이려는 인간 본성을 이란 당국은 억누르려 했다. 이란에는 망자(亡者)가 숨진 지 40일째 되는 날에 마지막 애도를 표하는 전통이 있다고 한다. 지난달 8∼10일 강경 진압으로 사망자가 폭증한 뒤 40일에 해당하는 날이 우리의 설 연휴와 겹쳤다. 여기서 괴이한 요구가 나왔다. 이란 당국이 한 달 전부터 일부 유가족을 대상으로 공개 추모 행사를 열지 말라고 요구하거나, 추모식에서 정치적 구호를 외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았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달 초 이란 당국이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보복성 체포를 이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는데 여기에는 다친 시위대를 치료한 의료진 일부도 포함됐다고 한다. 정말이지 이것이 정녕 신의 뜻인지 되묻고 싶어진다. 최고지도자는 반정부 시위를 실패한 쿠데타라 규정하며 "유혈 사태에 깊은 슬픔과 애도를 표한다"고 했다. 자신과는 무관한 일인 양 말하는 데서는 보편적 인류애마저 의심하게 된다.
2026-02-20 05:00:00
북한이 제9차 노동당대회를 앞두고 600㎜ 대구경 방사포 50문을 공개했다. 대한민국 전역을 사정권에 둔 신형 방사포다. 우리 정부의 유화 제스처에 답변으로 돌아온 무력시위로 읽힌다. 전날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무인기 침투 등에 대해 공식 사과하며 북한 당국에 한껏 자세를 낮춘 바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19일 중요 군수기업소의 노동 계급이 2개월 동안 600㎜ 대구경 방사포 50문을 증산해 제9차 당대회에 증정했다고 보도했다. 600㎜ 방사포는 바퀴가 4축인 발사 차량에 발사관 5개가 탑재된 개량형이다. 기존에는 4개의 발사관을 갖추고 있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전술 탄도미사일의 정밀성과 위력에 방사포의 연발 사격 기능을 완벽하게 결합시킨 세계적으로 가장 위력한 집초식(강력하게 화력을 집중하는 방식) 초강력 공격 무기"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특수한 공격, 즉 전략적 사명 수행에도 적합화돼 있고 인공지능 기술과 복합유도체계가 도입됐다"며 "이 무기가 현대전에서 공인되어 있는 포병의 역할과 개념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전략적 사명 수행'은 핵 공격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600㎜ 방사포는 400㎞에 육박하는 사거리와 유도 기능 등을 토대로 한미 정보 당국이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로 분류하고 있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27일 김 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신형 600㎜ 방사포 시험발사를 실시했다.
2026-02-19 20:08:13
북한 제9차 노동당대회 개막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5년에 한 번 열리며 북한 체제의 미래 청사진이 제시되는 자리다. 이번 주말을 전후로 개최가 유력시된다. 제9차 노동당대회의 관심사는 단연 후계자 지목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딸 주애가 공식 직함을 갖고 북한 체제 전면에 등장할지 여부다. 더불어 김일성에게만 허용했던 주석 칭호를 김 위원장이 이어받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바투 다가온 제9차 노동당대회 제9차 노동당대회가 임박했다는 관측은 설 연휴를 지나면서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북한의 각급 당 대표자들이 17일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시신이 있는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는 게 확인되면서다. 노동신문이 18일 노동당 대표자들에게 '대표증 수여식'을 열었다고 보도한 것도 제9차 당대회가 가까워졌음을 알리는 신호로 해석된다. 신무기 선전, 러우전쟁 성과 등 무력 과시를 제외한 주요 이벤트로는 김정은 부녀의 당내 입지 격상이 꼽힌다. 우선 제9차 노동당대회를 기점으로 주애가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이 비등하다. 주애는 미사일 발사 등 국가적 행사에서 발사 타이머를 맞추기도 하는 등 비중 있는 역할을 맡은 바 있다. 이는 백두혈통을 신성시하는 북한 지도부에게도, 주민들에게도 이전과 다른 리더십을 강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주애는 여러 차례 매체에 등장해 인지도를 높인 것은 물론 최근 들어 주민들과 스킨십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애민군주 이미지 제고라는 정치적 지분을 챙기고 있다. 김 위원장의 칭호도 주석으로 바뀔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김 씨 세습의 시작을 연 김일성에게만 허락됐던 '주석'이 손자인 김 위원장이 이어받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근 몇 년 간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을 주석과 헌법상 같은 직위인 '국가수반'으로 지칭했다. 최고지도자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남한 전역이 사정권, 신형 무기 공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600mm 대구경 방사포 50문을 제9차 노동당대회를 앞두고 공개했다. 대한민국 전역을 사정권에 둔 신형 방사포다. 대한민국을 압도할 군사력이라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우리 정부가 무인기 침투 등을 공식 사과한 것에 대한 답변 형식인 것으로 비친다. 김 위원장은 "가장 강력한 공격력이 제일로 믿음직한 억제력으로 된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없는 법칙이고 철리"라며 "우리는 지속적으로 지정학적인 적수들에게 몹시 불안해할 국방기술의 성과들을 계속 시위할 것"이라고 했다. 향후 북한이 다양한 무기 체계를 공개하고 시험할 것으로 관측되는 근거다. 김 위원장은 또 "우리 당 제9차 대회는 이 같은 성과에 토대하여 자위력 건설의 다음 단계 구상과 목표를 천명하게 된다"고 밝혔다. 제9차 당대회에서 국방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무기 체계 개발 로드맵도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2026-02-19 15:52:18
일본의 대미 투자금 첫 사용처가 공개됐다. 에너지 관련 시설 등에 상당액이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투자 지연에 불만을 터트린 뒤 나온 조치다.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을 진행 중인 우리 정부도 속도전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본이 미국에 투자하는 첫 번째 프로젝트에는 ▷가스 화력발전소 ▷원유 수출 기반 시설 ▷인공 다이아몬드 제조 설비 등이 포함됐다. 360억 달러(약 52조 원) 규모다. 일본은 관세 합의 당시 5천500억 달러(약 797조 원)를 투자하기로 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의 투자를 이끌어낸 핵심 동력으로 관세를 지목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이들 프로젝트의 규모는 매우 크다"며 "이 모든 것은 '관세(TARIFFS)'라는 하나의 특별한 단어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했다. 첫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대미 투자금 52조 원 중에서 가장 많은 돈(48조 원)이 오하이오주 화력발전소로 향한다. 텍사스주 원유 수출 기반 시설에 약 3조 원, 조지아주 인공 다이아몬드 제조 설비에는 약 1조 원이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오하이오주 화력발전소 발전 용량이 9.2GW(기가와트)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텍사스주 프로젝트는 아메리카만 심해 원유 수출 시설 건설"이라며 "연간 200억∼300억 달러의 미국 원유 수출을 창출하고 정유소의 수출 역량을 확보하며, 세계의 선도적 에너지 공급국으로서 미국의 지위를 공고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또 조지아주 인공 다이아몬드 제조 설비에 대해서는 "첨단산업과 기술에 필요한 산업용 다이아몬드 생산을 미국 내에서 하게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도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일본과 미국 관세 협의에 기초해 합의했던 '전략적 투자 이니셔티브' 첫 프로젝트에 양국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특히 자동차, 항공기, 반도체 부품과 소재 가공에 쓰이는 인공 다이아몬드에 대해 "일본과 미국이 모두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고 했다.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읽히는 문구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오하이오주 프로젝트에는 ▷도시바 ▷히타치 ▷미쓰비시전기 ▷소프트뱅크그룹 등 내로라하는 일본 기업들이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밝혔다. 텍사스주 프로젝트에는 ▷상선미쓰이 ▷일본제철 ▷JFE스틸 ▷미쓰이해양개발 등이 관심을, 조지아주 프로젝트에는 ▷아사히다이아몬드공업 ▷노리타케가 향후 생산품에 대한 구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의 1호 대미 투자처가 발표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한국을 향한 압박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우리 국회에서 대미투자특별법이 통과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았던 터다. 이를 빌미로 한국산 자동차·목재·의약품 등 품목별 관세와 기타 모든 상호관세(국가별 관세)를 한미 무역 합의 이전 수준인 25%로 다시 올리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앞서 일본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미 투자 지연에 불만을 터트렸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산업상을 이달 12일 미국으로 급파했다. 러트닉 상무장관과 만나 대미 투자 1호 안건을 논의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였다. 곧장 합의에 이르진 못했으나 추가 협상을 통해 결론을 도출한 것으로 보인다.
2026-02-18 16:46:44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8일 소집된 특별국회 중의원 본회의 총리 지명선거에서 제105대 총리 자리에 올랐다. 총리 지명선거는 참의원(상원)에서도 실시되지만, 참의원과 중의원 결과가 다를 경우 중의원 투표를 우선시하기에 사실상 확정이다. 일본 첫 여성 총리이자 집권 자민당 총재인 그의 총리직 재선출은 수순이었다. 지난해 10월 제104대 총리로 취임했던 그는 지난달 23일 중의원 해산이라는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바 있다. 결과는 대성공. 이달 8일 치러진 조기 총선에서 자민당이 의석수 3분의 2 이상(총 465석 중 316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둔 터였다. 다카이치 총리는 2차 내각에서 각료를 교체하지 않기로 했다. 연정 상대인 일본유신회와 함께 보수적 안보 정책을 추진하는 한편 '책임 있는 적극 재정'으로 대표되는 경제 정책 구현에 진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식품소비세 감세 논의를 가속하고, 2026회계연도(2026년 4월∼2027년 3월) 예산안을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통과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2026-02-18 15:51:48
페루의 대통령 흑역사가 반복되고 있다. 8년 동안 7명의 대통령이 등장한 정치적 격변이다. 지난해 10월 10일 취임했던 젊은 대통령 호세 헤리(39)도 탄핵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재임 기간은 단 4개월. 중국인 사업가 유착 의혹이 이유였다. 1990년대 일본계 알베르토 후지모리 대통령의 10년 장기집권으로 익숙한 페루다. 그도 영구집권을 꾀하다 국민적 저항에 부딪혀 탄핵 당한 이력이 있다. 특히 희대의 '팩스 사임서 제출'이라는 기행을 저질러 세간에 회자됐던 터다. 이후 대통령들은 대체로 임기 5년을 채웠지만 페루의 정치적 불행은 2018년부터 다시 시작됐다. 집권 2년 만에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가 뇌물수수 혐의로 탄핵 표결 직전 사임한 것이었다. 페루는 국회 의결 즉시 대통령이 탄핵된다. 그렇다 해도 적잖은 이들이 뇌물수수 등 부정부패와 연관된 의혹으로 대통령에서 물러났다. 이번 탄핵도 중국 출신 사업가인 양즈화와의 유착 의혹이 결정적이었다. 현지 언론은 중국 수입품을 팔아 돈을 번 양즈화가 에너지 산업 분야에 눈독을 들인 뒤 2024년 당시 국회의원이던 헤리 전 대통령과 교류하며 편의를 취했다는 의혹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를 '치파 게이트'라 칭했다. '치파'(Chifa)는 현지화한 중국 음식 또는 중식당을 일컫는 표현이다. 한편 페루에서는 4월 12일 대선과 총선이 치러질 예정이다.
2026-02-18 15:06:18
주한미군 감축 신호가 울리고 있다. 일본 자민당의 총선 압승이 불러온 나비효과로 보인다. 일본이 평화헌법을 개정해 군사력을 강화할 경우 동북아지역의 한미일 공조에서 미군 부담이 줄어든다는 계산이다. 미국이 한국에 방위비 증액과 주한미군 역할 유연화를 주문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 이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군사력 부담 완화 의지는 유럽 동맹들에게도 전해졌다. 이탈리아 나폴리 등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주요 지역 사령부 두 곳의 지휘권을 유럽 국가에 넘길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중무장 부대, 이전 일순위 일본 총선에서 자민당이 압승을 거두고 개헌 의지를 확고히 하자 반색한 건 미국이었다.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일본의 군사 자율권 확보를 미군 부담 완화의 조건으로 보고 있어서다. 대만 유사시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도 단순한 사견으로 치부하기 힘든 까닭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민당의 대승을 확인하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은 이런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그는 "당신의 보수적인 '힘을 통한 평화' 의제를 이행하는 데 위대한 성과가 있기를 바란다"며 "그런 열의를 갖고 투표한 훌륭한 일본 국민은 항상 나의 강력한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썼다. 미국 싱크탱크도 이런 조류를 감지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스팀슨센터의 켈리 그리코 선임연구원은 9일(현지시간) 열린 '한국 언론의 날' 행사에서 주한미군 태세 변경 가능성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어떤 형태로든 병력 감축, 한반도 내 미군 주둔 규모를 축소하려는 시도를 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특히 중무장 육군 부대들이 먼저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런 신호는 분명히 있어왔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꾸준히 거론돼 온 주한미군 태세 변경 신호라는 설명이다. 주한미군의 육군 규모를 축소하는 대신 공군이나 해군 군사력이 증가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국방부 관계들과 대화할 때 그들은 공군과 관련해선 의견에 차이가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부는 (한국에) 추가로 공군기지를 설치하는 것이 잠재적 분산 작전을 위해 실질적 가치가 있다고 본다"며 "다른 일부는 한국이 이들 기지를 (중국의 대만 침공과 같은 상황에 따른) 전시에 사용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한국과 일본이나 대만까지의 거리가 비슷한데도 유용하지 않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나토사령부 지휘권 이양 미국이 나토 주요 지역 사령부 두 곳의 지휘권을 유럽 국가에 넘길 예정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AFP통신은 9일(현지시간)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나토 남부를 담당하는 이탈리아 나폴리 사령부 지휘권을 이탈리아에, 나토 북부에 초점을 맞춘 미국 버지니아주 노퍽 사령부 지휘권을 영국에 이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대신 영국에 본부를 둔 나토 해상전력사령부 지휘권을 넘게 받게 된다. 이 같은 변화가 실제로 이행되려면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익명을 요청한 한 외교관은 "이는 부담이 실제로 분담되고 있다는 좋은 신호"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중국 등 다른 위협에 집중하기 위해 유럽 내 미군 병력 주둔을 축소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국가들이 미국 의존에서 탈피해 자국 안보에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요구하는 한편 나토를 유럽이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번 나토 사령부의 지휘권 개편은 이런 흐름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AFP통신은 다만 미국이 나토의 핵심인 공중·지상·해상사령부의 통제권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조직 내 최고 직위인 유럽연합군 최고사령관 자리도 계속 맡으며 나토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유지할 것이라고 짚었다.
2026-02-10 17:02:28
다카이치 총리와 이재명 대통령, 닮은 듯 다른 '강한 리더십'
지지율 30%대의 자민당을 316석의 거대정당으로 끌고 간 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개인기 영향이 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첫 여성 총리인 그에게 일본인들이 몰아준 힘은 강력한 지도자 이미지 구축으로 읽힌다. 이런 '강한 리더십' 이미지는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취임 1년이 되지 않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풍기는 이미지도 비슷하다. "이재명은 합니다"로 대변되는 발언과 행적들은 임기 초반 국정 동력의 연료가 되고 있다. 이렇듯 한일 양국 정상의 강한 리더십은 도드라진다. 하지만 중국과 관계 설정, 그리고 기업을 대하는 시선은 분명 다른 점이다. ◆SNS 소통, 여론에 자신감 두 정상은 소셜미디어 사용에 능숙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양날의 칼과 같은 소셜미디어지만 주저하지 않는다. 수시로 메시지를 낸다. 발신 직후 여론의 향방을 감지한다. 확신에 찬 어조는 여기서 나온다. '스트롱 파워', 즉 정치적 자신감의 원천이다. 격의 없어 보이는 스킨십도 둘의 공통점이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셀카를 찍은 다카이치 총리나 선물로 받은 샤오미 스마트폰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와 셀카를 찍은 이 대통령 모두 근엄이나 고지식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이미지를 제대로 쌓았다. 한일정상회담 과정에서 보인 두 사람의 드럼 연주도 그 연장선에 있다. 교류에 적극적이고 활달한 개인적 성정 외에도 공통점은 있다. 미국을 대하는 자세다. 두 사람 모두 까다롭고 변덕이 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척지지 않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한미일 동맹을 중시하는 전통의 외교안보 기조에서 벗어나지 않겠다는 의지를 공고히 한 덕분으로 풀이된다. ◆美中을 보는 엇갈린 시선 두 사람 모두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이어가는 걸 전략적 선택지 중 하나가 아니라 기본 전제로 본다. 이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대한민국 외교안보의 기본축으로 규정했다. 중국과도 동반자적 관계를 논의할 수 있는 수준이라 해도 어디까지나 한미동맹의 선을 넘지 않는 선이다. 다카이치 총리 역시 미일동맹을 일본 안보의 기반으로 인식하고 있다. 316석의 절대 다수 중의원 의석을 확보한 지금도 평화헌법 개정 논의는 미일 공조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두 정상 모두 미국을 동맹으로 보는 것일 뿐 맹종하듯 종속관계로 인식되는 데 거리를 둔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무기 거래를 미국에 유리하게 성사시킨 것도 두 나라의 자주 국방 옵션 중 하나였을 뿐이다. 종속적인 거래로 혈세가 낭비된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렇기에 방위비를 늘리는 데도 긍정적인 신호를 보인다. 중국을 대하는 태도에는 차이가 있다. 엄밀히 말해 중국이 두 나라를 대하는 시선이 판이하다. 대만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은 이 대통령에 비해 유사시 개입을 시사한 다카이치 총리의 직설적 화법은 분명 달랐다. 다카이치 총리 연관 검색어로 중일갈등이 있을 정도다. 중국과 보폭을 맞추겠다는 이 대통령의 자세와는 차별되는 지점이다. 이 대통령의 외교를 상징하는 한마디는 '국익 중심 실용외교'다. ◆다른 색채, 경제 정책 경제 정책의 색채는 다르다. 일본 보수의 본산이라는 자민당에서 10선 의원을 지낸 다카이치 총리는 경기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다. 반면 분배에 방점을 찍은 민주당 출신 이 대통령은 복지 등 사회 기반시설과 공동체의 안위를 우선한다. 시장 개입에 적극적이다. 각종 연기금을 주식시장에 활용하는 것도 이전의 정부와 다른 모습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확장적 재정을 강조한다. 일명 '사나에 노믹스'다. 지난해 일본 국민들은 유례없는 쌀값 폭등 등 고물가에 시달렸다. 이번 선거에서 다수의 정당들이 소비세 감세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배경이다. 그는 코로나19 시국 이후 최대 규모인 18조 엔 이상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재원의 64%를 국채 발행으로 충당하는 적극 재정 기조를 견지하고 있다. 이 대통령 역시 재정 확대에 비교적 우호적이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반도체·배터리·미래차·조선·에너지·방산 등 전략산업 투자다. 여기에 민생 회복을 강조하는 '성장+복지·분배' 성격이 강하다. 민생회복지원금을 비롯해 각종 지원책을 이용해 경기를 부양하려는 시도는 이미 전 국민이 경험한 바 있다. 언뜻 비슷해 보이는 '강한 리더십'이지만 결이 다르다고 감지되는 까닭이다.
2026-02-10 15:31:58
日, 개헌 논의 잇단 속도 주문… 고이즈미 방위상 "국민투표 가능한 빨리"
평화헌법 개정 등 '보통의 국가'로 가겠다는 뜻을 명확히 해온 자민당이 총선 압승의 기세를 몰아 개헌 논의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이 잇따라 헌법 개정에 속도를 높여달라는 주문을 내놨다. 다카이치 총리는 9일 기자회견에서 "헌법 개정을 향한 도전을 진행할 것"이라며 개헌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이어 고이즈미 방위상도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칠 기회를 가능한 한 빨리 국민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밝힌 것이다. 공히 헌법 개정을 위한 빠른 절차를 밟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방위비 증액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그는 "필요한 투자를 하는 것"이라며 "(선거기간) 긍정적 반응이 많았던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내각이 개헌을 추진할 경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허버트 맥매스터 후버연구소 선임연구원은 9일(현지시간) 아시아소사이어티 주최로 열린 좌담회에서 "미국은 일본 자위대가 방위 능력을 구축하는 것을 지원할 것이고, 다카이치 총리가 개헌을 시도하면 아마도 지지할 것"이라며 "그것이 힘을 통한 평화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현재 우리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은 우리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벌어지는 중요한 사건에 휘말리지 않도록 하는 일"이라며 "이는 힘을 통해서만 막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중국에 대응하기 위한 일본의 재무장 강화 주문으로 읽힌다. 자칫 중립외교를 견지하고 있는 한국의 대중관계가 난처한 상황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2026-02-10 15:3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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