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 플러스] 노인성 질환 시리즈②-치매

기억력 떨어지는 부모님
단순 건망증>> 메모 생활화하고 스트레스 줄이면 기억력 향상 도움
경도인지장애>> 15% 치매 진행 가능성…조기발견·치료 통해 예방을

출처-클립아트코리아
출처-클립아트코리아

나이가 들어가면서 겪게되는 다양한 노화 현상들 중 모든 이들이 공통적으로 가장 무서워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치매'일 것이다. 내가 살아온 삶의 모든 규칙이 엉망이 되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소중했던 기억마저 잃어버리면서 마치 내가 나 자신이 아닌 것처럼 바꿔놓는 병이 치매다.

치매란, 쉽게 얘기하면 지적 수준이 정상이던 사람이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인지기능이 저하돼 전과 달리 부적절한 행동을 하고 일상생활을 수행하는데 장애를 보이는 증상을 말한다. 여기에는 기억장애, 언어장애, 시간과 공간 개념의 저하, 계산력의 저하, 성격과 감정의 변화가 포함된다.

치매의 위험인자로는 고령, 여성, 가족력이나 아포지단백E 등의 유전적 요인이 있다. 뇌졸중, 고혈압, 당뇨병, 고콜레스테롤혈증, 흡연, 심장질환 등의 위험인자를 가진 경우, 과도한 음주, 우울증, 스트레스, 뇌손상 등을 줄여 교정 및 예방할 수 있다.

◆노인 10명 중 4명 치매

치매 발병률 통계. 매일신문 D/B
치매 발병률 통계. 매일신문 D/B

65세 이상 노인에서 치매의 유병률이 9.5~13%이며, 80세 이상에서는 40% 달한다고 한다. 잘 알려진 것처럼 뇌세포의 퇴행성 소실로 이상 단백질이 축적되는 알츠하이머 병과 뇌졸중에 의한 혈관성 치매가 가장 흔한 치매의 유형이고, 파킨슨 병 또한 흔하다.

이외에 우울증에 의한 치매, 신체의 대사성 질환 (저나트륨혈증, 갑상선 기능이상, 저혈당, 신장 및 간 기능이상), 과도한 음주, 뇌수두증 (보행장애, 소변실금, 치매를 특징으로 하는 상태), 저산소 혈증의 과거력, 뇌종양 등이 치매를 유발할 수 있다.

초기 치매의 경우 '경도인지장애'라는 진단을 붙이기도 한다. 경도인지장애는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에 의해 기억력이 떨어진 것 같다는 말을 듣지만, 일반적인 인지 기능은 정상으로 일상생활의 수행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나이나 교육수준에 비해 인지기능이 저하되어 있는 상태임은 분명하다.

뇌를 부검해 보면 이미 치매의 병적 소견이 나타나 있으며, 임상적으로 경도인지장애로 진단된 후 연간 약 15% 가량이 치매로 진행된다고 한다. 따라서 중노년기의 기억장애는 건망증 이외에도 치매의 전 단계 혹은 초기치매인 경도인지장애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홀로 사는 노인 인지장애 확인 어려워

출처-클립아트코리아
출처-클립아트코리아

치매의 진단은 환자와 보호자와의 면담에 의해 앞서 서술한 증상들의 유무와 정도를 알아내는 데에서 시작된다. 이는 치매의 진단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대한민국의 노인들, 특히 농촌지역에 거주하는 노인들의 생활은 매우 단순하다. 자녀들과 떨어져 혼자 거주하는 경우가 많고 만나는 사람도 제한돼 있다. 남성의 경우 논밭에서, 여성의 경우라면 빈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보니 일상생활 수행에 지장이 있는지를 병력청취를 통해 알아내기가 어렵다. 자신의 장애에 대한 병식(질병에 대한 통찰)이 없는 환자라면 더욱 힘들다.

그럼에도 진료실에서 이 부분에 대한 질문이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는 치매이냐 아니냐를 판가름 지을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무엇을 하는지, 경로당에 가서 화투를 친다면 이전처럼 돈을 따는지, 주변에서 이상하다고 얘기하지 않는지, 가끔 한번씩 방문하는 보호자를 통해서 집안 정리 상태나 음식 맛 등이 전과 달라지지는 않았는지, 농사를 지을 때 매년 해오던 일들을 빠뜨리지는 않는지 등에 대한 자세한 질문이 필요하다.

이현아 계명대 신경과 교수는 "치매 자가진단 설문지도 유용하지만, 이는 선별 검사로 이 설문지의 결과가 전적으로 치매의 진단을 결정짓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일반인 뿐만 아니라 의료진에게도 치매라고 하면 기억력이 떨어지는 상태로 인식할 뿐, 치매라는 병을 진단할 때 사용되는 '이상행동'은 그 단어조차 생소할 수 있다. 이상행동은 치매 환자에서 흔히 나타날 뿐만 아니라, 정신과적 질환으로 오인될 수 있고, 약물 치료에 의해 좋아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망상, 환각, 초조, 공격성, 우울증, 불안, 다행감, 무감동, 탈억제, 쉽게 화냄, 반복적인 행동, 불면증, 식습관의 변화, 무의지증 등이 보호자 및 의료진이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이다.

치매는 노인성치매(알츠하이머병) 외에 뇌졸중, 파킨슨병, 대사성 질환 등에 의해서도 유발되므로 신경과 전문의의 진찰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후에 혈액검사 뇌 MRI 혹은 CT를 시행해 원인 질환을 감별하게 된다.

다음 단계는 신경심리검사(기억력 검사)이다. 실제로 인지기능의 저하가 있는지, 있다면 어느 정도인지를 객관적으로 나타내주고 치료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된다.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만약 단순한 건망증이라면 메모를 생활화한다거나 적당히 쉬고 스트레스를 줄임으로써 기억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증상이 심할 경우 뇌종양이나 대사성 질환은 수술 혹은 내과적 치료로 치매의 호전이 가능하며, 뇌수두증의 경우 뇌척수액의 배액을 통해 호전이 가능하다.

알츠하이머 병은 인지기능의 향상과 행동치료에 세계적으로 공인된 약제인 아세틸콜린 분해효소 억제제를 사용할 수 있다. 토코페롤, 은행잎 성분 약제들도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의학적으로 입증된 바는 없다.

이현아 계명대 동산병원 신경과 교수
이현아 계명대 동산병원 신경과 교수

혈관성 치매인 경우 항혈소판제 등의 동반 사용이 필요하다. 이상행동은 상당히 진행된 치매에서 흔히 관찰되는 증상이나 약물에 반응이 좋은 편이므로 포기하지 말고 전문의에 의한 세심한 치료를 받는 것이 꼭 필요하다.

특히 초기 치매일수록 치료의 효과가 높으며 경도인지장애인 경우에도 치료에 의해 치매로의 진행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한다. 이 교수는 "치매는 암이나 성인병과 마찬가지로 조기발견, 조기치료가 중요하다"면서 "원인에 따라서 치료가 가능할 수 있고, 조기에 치료할수록 효과가 좋은 질병"이라고 강조했다.

도움말 이현아 계명대 동산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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