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모시는 원로서예가 한분이 어느날 내 사무실 문을 밀고 들어왔다. 이얘기 저 얘기 나누던 중에 손에 들고있던 누런 봉투를 내밀었다. 그 속에는돈오점수(돈오점수)라는 글귀가 쓰인 현판 서예 한점이 들어있었다.무슨 뜻이냐고 물었더니 깨달음과 닦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나는 정성들여쓴 글씨와는 대조적으로 그 설명이 미흡하다는 아쉬움과 함께 참뜻에 대한 궁금함을 갖고 지내다가 서점에서 무심코 뽑아든 법정스님의 책속에 그에 대한자세한 설명이 있는것을 발견하고 매우 기뻤다.신라국가 보조스님의 수심결(수심결)에 나오는 스님의 중심사상으로 돈오는마음이 곧 부처라는 자기 존재에 대한 확신과 깨달음에 의지해 차츰 익혀서공과 성(성)을 이루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종교적 신심이 없는 평범한 생활인인 나는 이 말을 삶의 문제로 해석하고 있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보고, 듣고, 느끼고, 배워서 바른길을 깨닫는 것이 돈오요, 그것을 생활가운데 실천하는 것이 점수라고 생각한다.나는 이제껏 보고, 듣고, 배운것에 비해 행함이 크게 모자람에 부끄러움을느끼고 있다. 우리사회도 가르침의 폭에 비해 행함이 크게 모자라는것 같다.우리나라는 세계적 교육국가이다. 사회계도적 성격의 조직이나 기관도 엄청나게 많다. 나라 크기나 인구에 비해 우리나라만큼 신문, TV등이 많은 나라도드물것이다. 종교가 우리나라처럼 번성하는 나라도 또한 흔치않을 것이다.그럼에도 사회가 이토록 무질서하고 혼탁한 것은 아는것과 행함의 괴리가 너무나 큰데 연유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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