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93 정치(2)-여권판도

올 한해 여권은 숨돌릴 사이없이 엄청난 변화를 겪은 그야말로 {격동의 시기}였다. 힘의 이동이 뚜렷했고 개혁의 바람이 폭풍우처럼 휘몰아치면서 각계파간의 갈등의 골도 깊어진 다사다난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새정부가 들어선이후 여권은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변화를 겪었다. 우선 김영삼대통령이 사정을 주무기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당을 완전 장악,친정체제로 이끌어 갔고 3당 통합이후 소그룹으로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던민주계측이 청와대는 물론 당의 전면에 배치돼 개혁정국을 주도했으며 이에상대적으로 민정&공화계측은 기득권 세력들로 몰리면서 내내 당하기만 하는수모를 겪었다.

민주계는 정부출범과 함께 당정독식의 형태로 화려하게 출발했다. 우선 박관용의원등 대통령의 측근들이 청와대를 메웠고 당에서는 최형우의원과 김덕룡의원 그리고 민주계 인사들이 당의 요직을 차지하면서 명실상부 {민주계공화국}임을 과시했다.

단지 최전총장이 아들의 부정입학사건으로 역시 같은 민주계인 황명수사무총장에게 바통을 물려주었지만 민주계중심의 구도는 변함이 없었으며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서석재의원이 빠진 민주계의 헤게모니를 잡기위한 싸움이최전총장 김정무장관사이에 벌어지는 곡절이 있었으며 지금도 양자관계는 불편한 상태이다.

이에비해 민정계는 올 한해가 고통과 서러움의 연속이었다고 보면 정확하다.김대통령의 개혁의 칼날은 의도되었든 그렇지 않든간에 거의 이들을 향했다.이같은 상황속에서 민정계 의원들이 보인 모습은 세가지이다. 우선 개혁의명분이 워낙 높아 조직적 저항보다는 순응했고 또 다음공천이 불확실해지면서{지역구만이 살길}이라는 인식하에 지역구활동을 강화했으며 앞에서는 침묵하면서 뒤에서는 노골적으로 불평과 불만을 털어놓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는게 일반적인 진단이다.

그러면 개혁의 소용돌이속에서 김종비대표를 비롯한 당내중진들의 궤적은 어떠했는가. 우선 김대표는 일단 고비고비 어려움이 적지 않았으나 운좋게 한해를 끝냈다. 대표로서의 역할은 행사하지 못했으나 김대통령이 개혁을 마음대로 추진하도록 당을 안정시키는데 일조했다.

다음으로 YS대통령만들기의 일등공신인 김윤환의원은 올해 손해를 본것은 없지만 자신의 기대에는 훨씬 못미쳤을 것이라는 짐작들이다. 자신의 목소리 한번 내지못하고 숨죽여 지내왔다.

이에비해 민주계간판인 최전총장과 소장그룹의 리더인 김정무장관은 최근에는 대통령의 견제를 받아 주춤거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새정부출범직후부터 상당기간동안 대단한 기세를 올렸다. 최전총장은 아들문제로 총장직을물러난후 은둔생활을 하다가 6월들어 정치활동을 재개하던중 11월초 김대표의자질론을 거론, 당내풍파를 일으켜 대통령으로부터 심한 질책을 받고 다시침묵을 지키고 있다. 기세등등하던 이들이 과욕으로 인해 지금은 대통령의 신임이 떨어졌다는 것은 아이러니컬하다는 반응이다.

현재 김대통령이 사정일변도의 개혁과 생산적인 국정프로그램의 빈약, 그리고 개혁주도세력의 능력부재등의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여권내의 세력들간의 파워모습도 또다른 형태로 전개될것이란 전망도 적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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