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1년 30여년만에 부활된 지방의회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초창기의 미숙아 상태는 벗어났으나 아직 본궤도에는 진입하지 못하고있다. 지방의원들의자질부족에다 자치법 등 법과 제도의 제약과 미비 때문이다.더욱이 국회의원과 역할다툼이 치열하게 벌어져 지방의원들이 제자리를 찾지못하는 경우도 적지않다. 국회의원들이 지방의원들을 잠재적 경쟁자로 여겨견제한 탓이다.국회의원과 지방의원 사이에 경쟁관계가 형성된 데는 국회의원들의 책임이더 크다. 국회의원은 선거구민의 대표가 아닌 국민의 대표이며 지방의원은 지역주민의 대표다. 그러므로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의 역할은 분명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국지적인 지역구 이해에 따른 의정활동을 펼치는 바람에 주민대표인 지방의원들과 역할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국회의원들의 경우 예산부문에서 세목과 세율에 대한 의결권을 갖고있어 자치단체의 사업계획과 재원배분을 결정하면서 지방의원들의 역할에 관여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자치제가 실시되기 전이라면 몰라도 지방의회가 구성되고 단체장까지주민들이 직접 선출하는 마당에 국회의원들이 과거 지역구 사업에 매달리던관행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자기 역할을 방기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역의 문제는 지방의원에게 맡기고 국회의원은 국정을 걱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에 단체장 선거가 실시되고 민선단체장이 선출된다. 국회의원과 지방의원간의 역할경합관계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또다른 변수가하나 더 늘어나는 셈이다.
과거에는 지역의 정치지망생들이 제도권 정계에 입문하는 방법은 국회로 진출하는 길 뿐이었다. 그런데 이젠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으로 선출되는 길이 열려 선택의 폭이 한층 넓어졌다. 능력있는 정치인재들이 국회라는 {좁은 문}만을 두드리지 않고도 지역발전에 헌신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이러한 정치엘리트 충원구조의 다양화는 민의 수렴과 반영을 더욱 원활하게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그러나 단체장및 지방의원과 지역구 국회의원 사이에 적대관계가 형성되면 지역사회의 혼란과 분열을 가속화시켜 자치의 효율을 떨어뜨릴 가능성도 있다. 그럴 경우 민주적 절차에 과다한 비용이 중복 지불되고 있다는 비판을 초래할 수 있다.
민선단체장과 지방의회와의 관계도 불투명한 상태다. 우리 자치법은 단체장의 지방의회 해산권이나 지방의회의 단체장 탄핵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단체장과 지방의회가 갈등을 빚더라도 극단적인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전망이다. 그렇더라도 단체장이 통할하는 집행부를 견제하는 것이 지방의회의임무라고 볼때 마찰 가능성은 상존한다.
지방의회는 주민의 대의기관으로서 집행부에 목청을 높일 것이다. 그러나 민선 단체장도 주민의 대표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어 지방의회에 대해 저자세를취하지 않을 것이다. 이로 인해 단체장과 지방의회의 힘겨루기 양상이 전개돼 알력을 빚을 수도 있다. 제2공화국 당시 일부 자치단체에서 단체장과 지방의회가 갈등을 빚어 지방행정이 마비된 경험을 우리는 갖고있다.민선단체장과 지방의회가 상호 견제와 협력을 통해 지역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면 더 바랄 게 없다. 그 촉매 역할은 자치의 주역인 지역 주민이 맡아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주권자인 주민이 계층.집단.개인간의 대립되는 가치관이나 상충하는 이해관계를 조정.타협할 수 있는 선진적인 자치의식과 역량을 갖추고 있다면 우리는 자치제가 안고 있는 온갖 장애물을 헤쳐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지방자치의 성패는 전적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달려있다는얘기다. 어쨌든 내년이면 우리는 타률의 사슬을 끊고 자률의 능력을 시험하는 지방자치라는 미지의 세계로 향해 떠난다. 우리는 지금 기로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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