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남 합천군 안석환씨 불혹에 고교졸업,면학꿈 이뤄

불혹의 나이에 들어선 안석환씨(40)는 중학교 졸업 21년만인 지난16일 고등학교 졸업장을 손에 쥐었다. 갓 스무살이 된 경남 합천군 초계종고 1백77명의졸업생과 안씨는 이날부터 동기동창생이 됐다.지난 3년동안 어색했지만 막내동생보다 더 어린 동기동창들과 머리를 맛대며책과 씨름했던 날들이 돌이켜보면 그리 긴 세월도 아닌것 같다. 가정형편이어려워 남들이 다 가는 고등학교를 진학못해 밤새워 울었던 지난날의 추억이이제와선 오히려 소중히 여겨지는 순간이었다.

더욱이 그는 이젠 2천여마리의 돼지를 사육하는 희복농장의 주인으로 남부럽지않는 생활기반도 갖추게 돼 이번 졸업식 날에는 조촐한 잔치도 열수 있어서더욱 기뻤다.

안씨는 72년 초계중학교를 졸업한뒤 어려운 가정형편때문에 고등학교 진학을포기하고 아버지밑에서 정미소 일을 도와왔다. 어린 그에게는 책가방을 둘러메고 학교를 오가는 친구들이 부럽기도 했고 때로는 가난했던 아버지가 원망스럽게 느껴질때도 많았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진학하겠다는 면학의 꿈은 버리지 않았다.

중학교를 졸업한뒤 그는 아버지 일을 도우며 조금씩 저축한 돈으로 바크셔새끼 한쌍을 사 집마당에 돈사를 짓고 열심히 꿈을 키워갔다. 7년만에 돼지가2백마리로 불었다. 진학의 희망도 그만큼 커갔다. 그러나 78년 전국적으로 몰아닥친 돈콜레라로 2백마리의 돼지를 몽땅 잃어버려야하는 시련을 또한번 겪어야 했다.

지금 그의 돼지농장은 합천에서 제법 훌륭하다할만큼 잘 가꿔져 있다. 60-1백kg짜리 성돈 1천여마리와 새끼돼지 1천여마리가 1만여평 부지에 세워진 초현대식 돈사에서 짭짤한 수입을 올려주고 있다.

한동안 실의에 빠졌던 그가 지금처럼 재기할 수 있었던 것은 어린시절 그의가슴에 간직했던 면학의 꿈이 큰 힘이 됐던 것이다.

빈손에서 중견 축산농으로 성장한 그는 88년 과학영농 공로로 대통령표창을받아 일본, 네덜란드등지로 축산기술 견학도 다녀왔고 지금은 국내 축산농가에 기술보급도 해주고 있다.

자동차과를 졸업한 그는 이번 졸업식에서 2급정비사 기능자격과 2급검사자격증까지 받아 비록 뒤늦은 졸업이지만 남부러울게 하나도 없다.안씨의 졸업에 지금 온동네는 뜨거운 박수소리로 요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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