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춤추는 숲(66)

의혜의 모습을 한순간만이라도 확인하고프다는 소망이 무슨 열병처럼 그의가슴에 끓어올랐다. 동유는 주위를 살피며 재빠르게 담벽을 올라갔다. 담장꼭대기에 열을 지어있는 쇠창살이 정강이를 찔렀다. 하마터면 안으로 떨어질뻔 하였다. 비오는 밤이라 행인들이 없는게 여간 다행스럽지 않았다. 동유는다시 주변을 살피다 고개를 치켜들었다. 작은 방이었다. 침대가 보였다. 인형들이 뒹굴 뿐 누구도 보이지 않았다. 빗물이 눈썹 사이를 타고 내렸다.그때 어디선가 대문 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순간 안으로 뛰어야 하나 밖으로 내려와야 하는가를 결정할 수 없었다. 숨막히는 진공상태가 한 겁(겁)처럼흐르는 것 같았다. 승용차 한대가 골목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엉겁결에 동유는 안마당으로 몸을 날렸다. 이렇고 보면 도둑질이란 별로 어려운게 아니구나,하는 우스운 생각이 스쳤다. 어둠속에 몸을 웅크리며 어떻게 해야 할까 궁리하였다. 누구세요? 의혜씨에게 할 말이 있어... 대문이 열려있던데요. 입속으로 말을 주고 받다가 우산을 쓰고 있지 않은 자신을 발견하였다. 비오는데우산도 쓰지 않고 밤늦게 남의 집을 방문하다니! 안타까움에 애타고 있을 그때 거실에서 현관쪽으로 사람이 어른거리는 게 비쳤다.[아빠, 무슨 소리 안들렸어요?]

[문은 잠겼냐? 요즘 떼강도가 설친다구 신문마다 난리잖아]의혜의 목소리 같았다. 그러나 이어지는 말소리에 동유는 정신없이 옆에 있는 대문을 따고 밖으로 나와버렸다.

화원문 앞으로 가서 비를 피하며 푸우우, 길게 안도의 숨을 쉬었다. 그리고얼마후, 조금전 담장위에서 훔쳐보았던 작은 방에 불이 꺼져있는 것을 보았다. 말할 수 없는 아쉬움이 온몸을 쓸어내렸다. 저 창 아래서 세레나데라도연주하면 다시 불이 켜질까. 연습실로 뛰어가서 바이올린을 가져와 정말 세레나데를 켜고픈 생각이 와락 솟구쳤다. 그러나 동유는 터벅터벅 집으로 가는길을 내디뎠다. 초가을 비가 귀밑을 타고 흘러내려와 가슴팎을 가만히 적시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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