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의 생각은 무질서하고 혼란스럽다. 철학적 사유는 이러한 통상의 생각과는 양상을 달리한다. 철학적 사유는 생각의 집중과 질서를 요구한다. 생각이집중되어 행해지지 않고, 생각이 체계적으로 행하여지지 않는다면, 그것은철학으로 나타날 수 없다. 그것은 너른 밭에 한방울씩 후두둑 떨어져 내리는빗방울이 물줄기를 형성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몇방울 내리는 비로는 시내가 열리지 않는다. 여기 저기 흩어져서 내리는 비로는 강줄기가 이루어지지않는다. 시내가 열리기 위해서는 많은 비가 내려야 한다. 강줄기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비가 한군데 내려 모아져야 한다. 그렇게 많은 비가 내리고, 그렇게 모아져 흐를 때, 거대한 강줄기의 흐름은 도도하게 산야를 헤치고 흘러나가게 마련이다.생각이 철학 또는 사상을 형성하는데에로 나아가는 과정도 이와 같다. 생각이 집중적으로 행하여지고, 체계적으로 질서를 잡을 때, 생각은 철학 또는사상의 모습으로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얼마나 우리의 생각이 집중적으로 행하여지고, 얼마나 우리의 생각이 질서있게 나타나느냐에 따라, 얼마나 구체적이고 얼마나 체계화된 사상이 출현할 수 있는가가 결정된다. 생각이 집중적으로 전개될 수 있게 하는 것은 우리의 생각의 더미 속에 놓여져 있는 문제에대한 나의 인식이다.
내가 구체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지 않을 때에는 나의 생각은 비 온 후 숲의바닥에 돋아나는 버섯처럼 여기 저기서 아무렇게나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이러한 생각은 정리될 수 없는 것이고, 집중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깊이와 내용을 갖추지 못하고 스러져 가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생각이 깊이와 내용을 갖추려면 무엇보다도 집중적으로 수행되어야한다. 속설에 한우물을 파야 성공한다는 말이 있듯이, 생각도 한우물을 파야구체적인 내용과 덩치를 갖출 수 있는 것이다. 생각의 한 우물파기는 얼마나우리의 의식을 한군데에 집중적으로 붙들어두느냐에 달려있다. 그것은 얼마나 우리가 그 문제를 절실하게 인식하느냐 하는 것에 의하여 결정된다. 청소년기에 우리는 다들 한번씩은 절박한 연애의 감정에 빠져들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때의 일을 떠올려 보자. 연애에 빠진 사람의 하루는 온통 상대에대한 절절한 느낌 뿐이다. 책을 읽을 때에도, 길을 걷다가도 상대에 대한 생각에서 놓여나지 못한다. 우리가 절절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우리의생각도 마치 연애에 빠진 사람이 상대를 오매불망하듯 문제를 붙잡고 늘어지게 마련이다. 이러한 문제 의식을 갖추고 있을 때 우리의 생각은 내용과 형식을 갖출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가장 치열한 형태로 나타나는 것으로는 불교의 선수행이 있다. 선이란 이러한 생각의 한우물파기가 불교의 영역에서 나타난 구체적 모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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