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가락을 찾는 사람들

{비가 오네 비가 오네 우장입고 논을 메세 에헤이 소호니 절로한다 /여보시오 농부들아 이 내 말씀 들어보소 에헤이 소호니 절로 한다...}흔히 상주민요라 불리우는 상주초산민요의 아시논메기노래 일부다. 선소리꾼이 구성진 목청으로 선창을 메기면 다같이 흥겹게 뒷소리를 이어 받는 이 논메기소리는 한 소절 한 소절 분절되는 가락과 억양이 누가 들어도 노랫말을알아 들을 수 있는 신명나는 노동요로 유흥요, 파적요로도 일컬어진다.공갈못노래의 시원지이자 삼백의 고장인 상주에서 뿌리내려 농사를 지으며살아가는 상주초산민요 기능부유자 육종덕씨(61). 지난 89년 경북무형문화재제13호로 지정된 상주민요 선소리꾼인 그는 어릴때부터 어른들의 소리를 듣고 이 가락을 흥얼거렸고 예순을 넘긴 현재 기능보유자가 될만큼 우리 가락을지켜온 사람이다. 서북쪽으로 소백산이 흘러내리는 상주지방에서 오래전부터불려온 상주민요는 지역마다 가락이 조금씩 다르고 음보가 상이하지만 초산민요가 그중 신명나고 영농 전 과정이 조화를 이뤄 최근에 와서 상주민요를대표하는 노래로 자리잡았다.상주군 공검면에 소재했던 유명한 공갈못은 육씨가 어릴때만해도 연잎이 무성할 정도로 규모가 큰 못이었고 주변 전답의 젖줄 기능을 했단다. 큰 저수지를 축조하는 바람에 못을 메운후로 인접마을에 화재와 청년들의 횡사등 재앙이 덮쳤다는 일화가 전해오는 못이다.

이런 일화가 얽힌 공갈못노래와 함께 아시논메기 소리, 두불논메기소리, 타작소리인 자리개노래, 도리깨노래등을 발굴, 계승시킨 장본인인 상주민요보존회. 86년무렵 천안에서 처음 공식적인 발표기회를 가졌고 89년 마산에서 개최된 제30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하면서 상주민요를 널리 알리게 됐다. 상주민요를 널리 알리는데 공헌한 상주민요보존회는 현재 회원수가 65명으로 대부분 초산마을사람들이다. 초산이 민요마을로 지정되면서마을어귀에 상주민요보존회관도 지어 민요보존에 앞장서고 있다."공갈못노래만 선후창이 같고 다른 소리는 앞뒤소리가 달라요. 앞소리는 사설이 있지만 뒷소리는 흥을 돋우는 후렴으로 듣는 사람마다 신명이 절로 날정도로 경쾌합니다" 논메기를 마친후 걸채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부르는칭칭소리 또한 한바탕 신명을 돋우는 가락이라는 육씨는 남다른 목청으로 선소리를 매기며 소리꾼들을 이끌어간다. 현재 륙씨와 함께 보존회 동료인 김화경씨(58)가 상주민요후보자로 등록돼 있으며 남시준씨가 전수생으로 있지만뒤를 이어 상주민요를 계승하려는 젊은이들이 거의 없어 자칫 상주민요의 맥이 끊어질지도 모른다는게 육씨의 걱정이다.

"농사와 함께 삶을 꾸려온 서민들의 가장 원초적인 가락인 민요를 발굴, 계승하는 것은 우리들의 의무"라는 그의 말에서 향토의 가락을 찾아가는 일이쉽지 않지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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