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지사의 입

우명규경북지사는 25일 경북도의회 제83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신임인사를 했다. 지난해 12월말 지사로 부임한지 2개월만이었다. 경북도의회 의원들과의 첫 공식만남이기도 했다. 통상 지사가 부임하고 의회에 첫인사를 할때는 으레 형식적인 수인사만 나누는 것이 관례였다. 우지사도 이날 본회의에는 관례대로 부임 인사만 할 것이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의회에 출석했는지모른다.그러나 경북도의원들은 우지사를 인사만 하고 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우지사는 신임인사를 마치자마자 도의원들에게 호되게 당했다. 경주경마장 유치문제가 사단이었다.

지난18일 김영삼대통령이 경북도를 순방했을때 경주경마장 유치문제에 대해우지사가 입도 뻥끗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우지사는 대통령 순방때대통령 공약사업추진 보고자료에도 경주경마장 유치문제는 슬그머니 빼버렸다.우지사는 의원들이 {직무유기} {책임회피} 운운하며 맹렬히 추궁하자 "경마장을 경주에 유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지사로서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면서 꽁무니를 뺐다. 이어 "경마장 유치에 최선을 다하고 있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궁색한 답변을 하고는 서둘러 단상에서 물러났다.

그로서는 대통령이 머리를 싸맬 자료는 보고하지 않는 것이 자신의 임명권자에 대한 충성심을 표시하는 방법일 수도 있다. 그러나 경마장 유치문제가 경북도민들의 주요 관심사항이고 지역현안중의 하나임을 감안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란 진부한 표현을 굳이 쓰지않더라도 경마장이 엄청난지방세 재원이란건 주지의 사실이다. 경주에 경마장이 건설될 경우 매출액의10%인 마권세 수입이 어림잡아 5백억원에서 7백억원으로 추산된다고 한다.웬만한 공단을 유치해봐야 경마장에 비길게 못된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이때문에 김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에서 경마장 유치운동을 적극적으로벌이고 있다.

이러한 마당에 윗분의 질책이 두려워 입막고 손놓고 있는 지사가 어떻게 도민들을 위해 일한다고 자부할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우지사는 부임할 때부터 {PK인맥}이니 어떠니 해서 구설에 오른 사실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구설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우지사는 국회의원, 도의원 등 경북지역 정치인들과 힘을 합쳐 경주경마장 유치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

경주경마장 유치문제로 {대구정서}에 이어 {경북정서}가 생겨나지 말란 법도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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