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파괴의 실험소설로 80년대초 우리 문단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던 작가이인성씨(41)가 오랫동안의 침묵을 깨고 새로운 모습으로, 이번에 나온 계간{문학과 사회}봄호에 신작중편 분재를 시작했다.마치 연극같은 네편의 중편을 연작형태로 엮은 첫 소설집 {낯선 시간속으로}(83년)를 펴내 의도적인 양식파괴라는 낯설은 소설기법을 선보인 그는 의식의 흐름 수법으로 인간 내면의 갈등을 쫓아가는 소설세계를 보여왔다.그러나 이번에 발표한 중편 {미쳐버리고 싶은, 미쳐지지 않는}에서는 또 다른 변모를 읽을 수 있다. 작가는 {미쳐버리고...}에서 한 독신남자의 혼란한일상을 전면에 등장시킨다. 마치 늪처럼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 절망이 주인공의 의식 한복판에 엄습해 오고, 상처를 준 한 여자와 떨어져 먼 길을 떠나고, 그녀와 연결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전화통화에서 더러운 추억의 소멸을 생각한다. 디지틀 시계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전화벨 소리, 여자의 낮은 흐느낌 소리등 갖가지 소리가 남자의 의식을 위태롭게 하고 그는 죽음과존재를 생각한다는 줄거리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문장 중간중간에 소설과 유기적 이미지를 뿜어내는 요즘시인들의 시 16편을 조립해 넣는등 색다른 형식을 선보였다. 그중에는 이성복씨의 시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가 한 단락으로 끼어들고 최승자씨의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와 송찬호씨의 {물방울, 기우뚱거리는 어느 삶의 기록}이 작가의 의식을 대변해 준다. 또 죽은 기형도의 {이 겨울의 어두운 창문}과 윤중호씨의 {그림자 속에서 그림자로 숨으면}이 얼굴을내밀고 자살한 이연주의 {겨울 석양}과 이갑수씨의 {없는 것들을 보다}가 매듭으로써 소설을 이어가고 있다.
80년대를 지내면서 난삽, 난해함으로 독자를 당혹케한 그의 요즘 소설쓰기는한 인물의 정처없는 내면적 방황과 현실의 모습을 해체적 언어로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는 여전하지만 복잡하고 난해함에서는 다소 숙진 느낌을 주고 있어 또 다른 변신을 예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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