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춤추는 숲

{폴리스}의 미스터 박도 있으니 집을 알아내는 것은 쉬웠을 것이다. 동유는머리를 굴리다가 우선 침착한 설득조로 말을 하였다."방안인데 신발은 벗으시지요"

동유의 그 말에 사내는 어이없다는 듯, 픽 웃으며 대뜸 동유의 머리카락을한움큼 잡아틀었다.

"이 자식이 벌건 대낮에 헛소릴 지껄이고 있어? 계집이 왔는지나 불어, 짜샤""어, 이거 왜 이러세요"

"아직도 정신 못차려!"

구둣발로 정강이를 걷어찼다.

"어, 어젯밤에 집에 있질 않아서 모르겠습니다"

"뭐, 집에 있질 않아? 요 병아리새끼. 머리카락이 홀랑 뽑혀야 바른말 나오겠어?"

동유는 어쩔까 망설이다가 내친김이라 끝까지 뻗댈 수밖에 없었다."정, 정말입니다. 어젯밤에 연습실에 가 있었습니다. 집에 다른 사람이 온흔적도 없구요"

그러나 대화는 더이상 이어질 수가 없었다.

사내의 주먹이 그의 복부를 치받았고 동유가 그 자리에 주저앉자 사내의 구둣발이 옆구리를 가격했다.

"깽깽이 치게 해주고 먹여주었더니 요놈 자식들이 남의 계집을 빼돌려?"자신의 집에서 난데없이 당하는 구타는 여태껏 느껴보지 못했던 모멸감을 그에게 안겨주었다. 지난밤 의혜로 환치된 그녀의 알몸이라도 보았다면 아마 이다지 모멸스럽지는 않을 터였다. 그것은 정말이었다. 거품같은 허망한 것일망정 자신의 그리움을 한순간이라도 만족시켜 주었더라면 어떤 수모도 감당할의지가 생겨났을 터이다. 하지만 이것은 아무런 명분도 가치도 없는 희생이아닌가.

"이자식들, 앞으로 이 바닥에서 얼씬거리면 창자를 뽑아 빨랫줄에 걸어버릴줄 알어!"

반시간이 되도록 윽박지르다 후려치다 하던 사내가 싱크대에 가래침을 내뱉고 나가버렸다.

동유는 구역질이 나는 것을 느꼈다. 자존심이 상한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구질구질한 세계, 쓰레기통을 뒤지는 듯한 생활에 넌더리가 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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