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향토추상미술 개척자 정점식화백

[앞으로 살 날이 얼마 남았는지도 모르겠고?. 사실 이번엔 그간의 작품들을모아 회고전을 할까 했었지요. 희망사항입니다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팔순쯤에 나의 미술인생을 정리하는 회고전을 가져보고 싶습니다]오는 6일부터 29일까지 대구문예회관 특별초대전으로 생애 통산 열다섯번째의 작품전을 가지는 극재 정점식화백(77). 1917년 경북성주에서 출생, 우리현대사의 소용돌이속에서 한평생 그림 외길을 걸어온 노화가에겐 속기없는꼬장함이 배어있다.87년 대구 수화랑과 서울 신세계화랑 초대전 이후 오랜만에 갖는 이번 작품전은 당초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사정이 생겨 대구에서 갖게됐다.

5개의 전시실에 80년대 중.후반부터 94년도 작품까지 80점 정도를 선보일이번 전시회에서는 특히 출품작 모두를 평생 몸담고 있는 계명대에 기증키로했으며, 작품이 팔릴 경우엔 이 대학 발전기금으로 들어가도록 했다.자신의 그림인생이 담겨진 학교에 따스한 옹이 하나 남기고 싶은 소망 때문이다.

일곱여덟살 즈음 고모부로부터 서화를 접한 것이 계기가 돼 화가의 길에 들어선 그는 일본 경도회화전문학교에서 다다이즘과 쉬르레알리즘등 유럽미술의 세례를 받았으며, 7년간의 중국 하얼빈 시절엔 이중섭 유영국등을 길러낸일본문화학원대학 진전정주교수와 교유하며 자신의 예술세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지난 53년 당시 화단에 일대 충격파를 던져준 대구미공보원에서의 개인전이후 한국 추상미술을 이끄는 중심인물로 자리잡은 그는 끊임없이 자신의 틀을 깨는 구도자적 정신의 작가로서 후학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창작은 한마디로 파괴에서 오는 가산이며,미리 목적지를 정하지 않은 항해나 탐험에서 마주치는 새로운 체험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회색과 흰색, 검정색들을 주조로 비바람에 깎이고 마멸된 흔적이나 물과 불공기 흙등 자연의 모습들을 때로는 난해한 왜곡과 변형을 통해, 때로는 서정적으로 표출해온 그는 추상속에 구상적인 요소들을 끌어안기도 하고 현대적 감각속에 서법적인 기법을 구사하기도 하며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고있다.

[미생물의 미세한 움직임, 비나 바람등 자연이 빚어내는 수직과 수평, 부력,중력등을 {그림의 결}로 나타내는데 관심이 많습니다. 앞으로는 전처럼 너무 긴장하거나 깊이를 강조하지 않고 부드럽게 할 생각입니다] 정년퇴직후에도 계명대 미대 명예교수로 후학을 가르치며 작업을 쉬지않는 그는 {아트로포스의 가위}(81년) {현실과 허상}(85년)에 이어 최근에 세번째 에세이집 {선택의 지혜}를 출간, 남다른 의욕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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