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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선인장이야기(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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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혜수가 어떤 말을 하는지 비로소 하나는 알 것 같았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 그런데 무슨 장애가 있다는 것일까. 사랑을 하기에 적합치않은 특별한 상황인 것도 아닌데. 내가 멀거니 바라보는 중에 혜수는 집을 나섰다. 온 식구들이 얼이 빠진 얼굴로 그런 혜수를 바라보고만 있었다.혜수가 집을 나서고 나자 난 어떤 자그마한 단서라도 찾아내려는 수사관이나탐정처럼 혜수의 소지품을 뒤지기 시작했다. 지금껏 내가 한번도 취한 적 없는 태도였다. 학교의 지시가 있어도 나는 내가 맡은 학생들의 소지품 검사따위는 결코 하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나는 혜수의 물건을 뒤지는 자신이 잠시 한심하다고 여겼지만 정신없이 이것저것 풀어 헤치기 시작했다.혜수가 마치 승려들처럼 최소한의 소지품만을 가지고 있다는 걸 나는 처음알았다. 그러고 보니 혜수가 집으로 다시 내려왔을 때 들고온 짐은 고작 작은가방 두개였구나 싶었다. 어머니 방을 가득 채우고 있는 미수의 옷이나 책,화장품, 운동기구, 수집품들이 끔찍하게 많은 것에 비하면 혜수의 것은 있다고 말할 수 조차 없을 지경이었다. 청바지 두 벌과 몇장의 티셔츠, 몇개 안되는 팬티와 브래지어, 손수건, 그리고 정장 두벌이 혜수가 가진 옷의 전부였다.옷을 제하고 나면 책 몇권과 노트 서너권, 그리고 작은 함 하나, 편지묶음하나가 혜수가 가진 모든 것이었다. 내 방에 그냥 혜수가 들어와 함께 썼기때문에 나는 혜수의 물건들이 얼마나 되는지를 헤아려본 적이 없었다. 아침이면 어김없이 출근하고 집안에 있을 때도 거실에서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기일쑤였기 때문에 내방이라는 의식도 크게 없었던 것이다. 나는 뚜껑이 닫힌함과 노트를 두고 잠시 망설였다.마침내 함의 뚜껑을 열었을때, 난 몇장의 흑백사진과 함께 언젠가 박물관에서 본 적 있는 청동 거울을 발견하였다. 흑백 사진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함께찍은 것을 한장 제외하곤 도무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사람의 사진들이었다.왜 혜수가 이런 사진들을 가지고 있는 걸까, 아무래도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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