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등-내평개쳐진 삼형제

"호기심에 한번 해 봤는데 냄새도 안 좋고 머리만 아파요"17일 오후5시쯤 동구신천1동 파출소에는 네명의 어린이들이 본드를 흡입하다붙잡혀와 울먹이고 있었다.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6살된 쌍둥이와 국민학교 2년생인 김모군(9) 삼형제, 중학교 1년생인 김모군(12)을 데려온 곽종명순경(32)은 오히려 난처했다.

"본드 부탄가스 흡입이 청소년 사이에 늘고 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여섯살짜리까지 낀것을 보니 기가 막힙니다"

곽순경이 더욱더 놀란것은 삼형제의 꾀죄죄한 행색이었다. 때에 절은 옷과씻지 않아 새카맣게 된 얼굴 가운데 빼꼼한 눈은 요즘의 아이들 사이에선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엄마가 가출한 빈집을 지키던 쌍둥이 형제가 좋아라 신천무너미터로 나간 것은 형이 학교에서 돌아온 오후3시쯤.

여기서 중학교 1년생인 김군을 만난 삼형제는 호기심에 끌려 동구 신천1동동신아파트 옥상에서 본드냄새에 까까머리를 맞대다 결국 파출소로 오게 됐다.곽순경은 울먹이는 이들 삼형제를 따끔하게 꾸중한 뒤 깨끗이 씻기고 밥을먹여 중구 삼덕동에 있는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삼형제의 집에 도착한 곽순경은 이들이 사는 방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뱉았다.

"엄마가 없는 집, 비좁고 캄캄한 방, 세간조차 제대로 못갖춘 부엌 등이 아이들을 자꾸 밖으로 내몰아 결국은 비뚤어지게 만드는 거죠. 씻겨놓으니 그렇게 귀여운 아이들을..."

순찰근무 때문에 30분도 못돼 옆방 할아버지에게 이들을 맡기고 돌아오는 곽순경의 발걸음은 내내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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