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선인장이야기

동남아에서 집으로 돌아왔을 때 뜻밖에도 준수가 우리 가족끼리의 여행을 제안했다. 방학 한철을 온전히 집에서 보낸 적이라곤 없었던 준수가 웬일인지이번엔 집에만 있는가 했더니 전과 달리 어머니에 대해 세심한 것까지 배려하고 있었다. 어머니가 좀 답답해 하신다는 거였다.우리가족은 모처럼 함께 통도사를 둘러보고 오자는데 마음을 모으게 되었다.혜수의 연극공연은 마침 이십일씩 출연배우를 바꾸어가며 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어서 그녀도 별 문제없이 함께 떠나게 되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뒤로 우리식구 모두가 같이 떠난 여행으로는 처음인 일이었다.이박삼일동안의 우리 가족 여행을 위해 큰아버지께서 자신의 차를 내어 주셨다. 준수가 어설픈 운전을 하고 미수가 장소며 지낼만한 곳들을 알아서 챙기고 혜수와 나와 어머니는 엉거주춤하게 따라 나섰다. 생각보다 유쾌한 여행이었다. 우리는 어릴때의 형제자매들로 돌아간듯 마음껏 웃고 이야기했다. 남들이 보면 필시 이상하게 보이는 구석이 있는 여행단이었겠지만 우리는 아무도개의치 않았다. 통도사 아래에서 민박을 하루하고는 무슨 생각들이었는지 해운대로 해수욕을 하러 가자는데도 자연스럽게 뜻을 모았다.기억의 왜곡이란 이상한 일이라는 걸 나는 이 여행에서 경험했다.국민학교에들어가기 전에 아버지와 그곳에 함께 간 기억이 났는데 이상하게도 그때의기억과 통도사가 전혀 일치하지 않았던 것이다. 내 기억속의 통도사는 분명히 절의 뒤쪽에 아주 장관인 폭포가 있었다던가 법당에 큰 부처가 있었다던가하는 식이었는데 하나같이 사실과는 달랐다. 그런데도 그곳은 내가 아주 익숙하게 알고 있었던 장소로 느껴졌다.

오후 두시가 다 되어 통도사에 도착한 우리들은 민박부터 구하곤 약속이나한듯 드러누워 한숨씩의 낮잠부터 즐겼다. 나야 동남아 여행에서의 피로가 쌓여있어서 그랬다지만 다른 식구들이 다 마찬가지로 곯아 떨어질 줄은 몰랐다.멀리서 들리는 매미소리를 들으며 민박집의 방문을 활짝 열어두고 우리는단잠에 빠져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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