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갈곳 없는 {늦깎이 배움터}

배우지 못한 한맺힌 사람들의 터전인 야학 구미 상록학교가 최근 극심한 경영난과 교실을 구하지 못한채 휴교의 운명에 처해있어 할머니 주부등 향학열에 불타는 늦깎이 학생들의 가슴이 또다시 멍들고 있다.구미시 형곡동 삼우주택건물 한켠 조그마한 공간에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누구에게나 문을 활짝 열어놓고 배움의 갈증을 해소해주고 있는 상록학교.이곳에는 가난으로 먹고 살기에도 급급한채 남들이 다 다니던 학교문턱에도못가본 최고령 지정열할머니(75.구미시 원평2동 1025의13)와 주부등 어른학생(?)들과 15세의 김성희양까지 자원봉사 교사들과 한데 어울려 밤늦도록 못배운 설움을 해소하기 위해 향학열을 불태우고 있다.

지난 88년4월 구미지역의 몇몇 뜻있는 사람들의 자원봉사로 수업료 전액무료로 구미향토학교로 출발, 그동안 수차례 교실을 철거당해 이곳저곳을 전전하는 역경속을 헤매왔으며 2년전엔 심각한 경영난과 교실난을 견디지못해 학생들이 뿔뿔이 흩어져 문을 닫기도 했으나 작년 이곳 향토학교출신 졸업생들이다시모여 상록학교로 새출발, 지금까지 2백80여명의 졸업생과 검정고시 합격자를 배출해낸 눈물로 얼룩진 학교다.

이학교는 그 흔한 공식후원회조차도 없다. 개교당시 교장을 역임했던 지역유지 몇분이외에 이젠 교장조차 맡을사람이 없는 상태다. 이학교 학생출신인 정태하씨(41.여의도회관 대표)가 사재를 털어가며 어렵사리 이끌어가고 있으며순수한 자원봉사로 일하고있는 교사들의 모금으로 학생들의 교재를 충당하고있다.

이 학교학생들은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작년8월엔 26명이 검정고시에 합격했으며 올해는 지난5월17일 대구시 교육청에서 실시한 국가검정고시에 31명이응시, 12명이 전과목에 합격했으며 19명은 과목별로 합격해 학생들과 교사들이 한데 어울려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했다.

현재 정태하 운영위원장과 함께 이학교 출신으로 금오공대에 진학한 김두철(32) 박무수씨(31) 대구대 신학과에 합격한 허문섭씨(37)등 역경을 이겨낸 영광의 학생들이 배출된것을 교훈삼아 한글을 깨우치는 초급반 할머니들부터 경북 문경에서 버스를 5번이나 갈아타고 도시락을 싸들고 오는 억척주부 김현자씨(42)등 대부분의 학생들이 눈물겨운 향학집념으로 배움을 갈망하고 있다.그러나 최근 심각한 재정난에다가 몇년째 무료로 빌려쓰고있는 현재의 교실이 6월말이면 계약만료 상태로 비워줘야 할 입장. 그러나 아직 누구하나 지원해줄 사람이 없어 지금까지 역경속에서 눈물로 공부해온 늦깎이 학생들이 또다시 배움터를 잃게될 처지에 놓여있어 어둠을 밝혀주는 따스한 손길을 기다리고있다.

(구미.이홍섭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