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데스크-사미용두의 자세

*강건태 *또 옛날얘기. 18세기중엽 프러시아의 군주 프리드리히2세의 일화. 법질서와학문과 예술을 이해하는 영명한 치자였다. 그래서 백성들은 그를 우리의 세종처럼 대왕이라고 불렀다. 절대권력자로서 {왕은 국민의 공복이다}고 서슴없이 말했던 인물이다.

포츠담선언으로 유명한 독일 베를린교외의 작은 마을인 이곳에 그의 별궁이있었다. 대왕은 이 궁을 넓힐 생각으로 설계사를 불렀는데 만들어온 도면한구석이 뾰족 튀어나와 맘에 안들었다. 이유인즉 그곳에 밀을 찧는 풍차집이있는데 집주인이 안팔겠다고 버텨 그리됐다는 보고였다.

대왕이 그를 직접 불렀다. 돈을 후하게 쳐줄테니 양보할 수 없겠는가 황공하오나 저집은 저희들이 대대로 태어나고 자라면서 정직한 삶을 살도록 가르쳐준 집이라 팔수가 없습니다 관리가 꾸짖었다. 무엄하다. 폐하께서 뜰을 좀 넓히시겠다는데| 대왕께서 계속 그러시면 베를린법원에 호소하겠습니다. 강제로뺏는 것이 정당하냐 조상의 집을 안팔겠다는 것이 정당하냐는 판사님이 결정해줄 것입니다

농부를 끌어내려는 관리를 말리며 대왕은 웃었다. 국민이 저렇게 법원을 믿는줄 미처 몰랐다. 뜰모양이 조금 비뚤어지면 어떠냐, 참으로 기쁘다 그래서지금도 그 별궁옆에는 풍차집이 남아있다.

**빗나가는 공해수사**

옛날얘기를 자꾸하는것은 오늘날에 그같은 교훈적 얘기가 없어서일까. 아니다. 오히려 이 땅엔 교훈이 너무 많다. 법도 너무많다. 그러나 그것에 둔감할뿐이다. 지킬 마음이 {내킨다}는 백성도 없고, 지킬의지를 가진 치자도 드물다.칼자루 쥔 사람이 뺄때 안빼고 안뺄때 빼니 뺀들 약발이 안받는다.지금까지 그랬다. 지난유월하순 이 지방에서 터진 두가지 엄청난 환경오염사태-성서공단폐유유출사고와 포항유봉산업의 폐기물매립장 붕괴사태의 처리문제도 그렇다. 검찰과 경찰이 수사한다고 칼은 뺐는데 전자는 아직 진행형이지만 {뻔할 뻔}인것 같고, 후자는 벌써 {뻔한 뻔}이 되고 말았다.뻔한 이유는 두가지 종류다. 과거 성장제일주의 시절에 공해업소에 칼을 뺐더니 장사도 시원찮고 종업원들 돈 더달라 아우성인 판에 업주들이 오히려 문좀 닫게 제발 날 잡아잡수하고 X배짱을 부려 검찰의 법도가 조자룡의 헌칼처럼 돼버린게 그 하나. 공해관련업체와의 법사유착설에 의한 용두사미수사가그 둘. 포항바닥에 파다한 유봉의 로비설이 사실이라면 {여론의 눈총도 낙동강물에 씻겨가면 그만}이라는게 검찰의 시각일 터이다.

흔히 시작은 백성의 눈때문에 여논수사, 결말은 권력의 입김때문에 여논수사로 흐지부지됐던게 우리네 정치수사방식이었지만 이제 이 시대의 공해수사마저 그렇게 재탕해선 될 일이 아닐 것이다. 만일 그렇게 되면 {검찰에 대한}수사는 누가 하느냐는 여론이 들끓을지도 모른다. 이젠 검찰을 믿고싶다.**검.경이 법지켜야**

법은 지배를 받는 백성들, 사업가, 월급쟁이들만이 지키라는 것이 아니다.집행하는 검찰과 경찰도 법을 지켜야한다. 프리드리히대왕처럼. 또한 검.경이지켜야할 법이 상대에 따라 늘고 오그라드는 고무줄법이 되어서도, 그리고어떤 사안이든 얽어넣고 싶으면 어떻게든 얽을수 있고 봐주고 싶으면 얼마든지 봐주는 그물코식 수사도 없기를 기대한다.

덧붙여서 김영삼대통령은 5일 대구수성갑.경주보선에 앞서 선거부정자는 여야.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벌하고 당선도 무효화하겠다고 천명했다. 대통령의말씀이 천금이라면 이제 검찰과 경찰은 {낚시꾼의 허풍}을 집어던져야한다.그것은 집떠날때 월척을 해오겠다해놓고 송사리만 건져오는 용두사미가 아니라 기대없이 갔다가 월척을 낚아오는 사미용두(사미룡두)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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