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제 프랑스혁명 기념식서

14일 오전10시30분(한국시각 오후5시30분) 파리시내 중심부인 콩코드(화해)광장.프랑스혁명 2백5주년 기념식이 개막되는 순간이다.

미라주전폭기 축하비행을 서막으로 일제히 불육해공 각군의 퍼레이드가 본부석이 있는 콩코드광장을 향해 개선문방향에서 이동하기 시작했다.캐피블랑(흰군모)을 쓴 프랑스의 전통적 영웅부대, 외인부대를 위시해서 캐피루즈(붉은군모)의 공수부대, 그밖에 특수군차림 장병들이 선두에 서서 의기양양하게 시민들의 갈채를 받으며 힘찬 행군을 하고 그뒤를 이어 해군.공군장병들의 보무당당한 모습들이 선보였다. 본부석에는 2차대전이후 처음으로 독일대표단들이 초청되어 콜총리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곤잘레스 스페인총리등인접국가 수뇌부들도 각종 첨단병기와 중무장을 한 프랑스군 위용에 감탄,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뭐니뭐니해도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유럽군단 일원으로행사에 참가한 독일군이다. 전차부대가 본부석을 통과하는 순간 유난히 번쩍이는 {철십자}마크가 새겨진 탱크위에 독일국기 견장을 한 독일군의 모습들이비쳐지면서 연도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지난 44년8월25일 연합군에 의해파리가 해방된지 50년만에 보는 철십자 마크는 당시 악랄했던 나치군대의 악몽을 떠올리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수많은 인파 가운데 열렬한 환영을 보낸다는 의미에서 갈채를 보이는 시민들이 있는가 하면 뭔가 큰소리로 거친 제스처를 구사하며 자신의 {대독혐오증}을 드러내 보이는 레지스탕스출신 베테랑(퇴역군인)들의 흥분을 감추지 못한 격앙된 표정들도 여기저기 보였다.1789년 불혁명 직후 루이16세와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등 수천명의 왕정복고세력들이 기요틴(단두대)에 의해 목이 잘려나간 현장인 이곳은 그후 피의 광장에서 문자그대로 화해(콩코드)광장으로 개명됐다.

파리대 법학과 재학생 티에르 보크군(21)은 독일군 참가에 대해 [양국(불.독)은 소모적인 경쟁에서 탈피, 유럽과 세계가 요청하고 있는 시대적 역할인{화합과 포용}을 통한 아방가르드(전위)사명을 이젠 적극 추진할 때이며 그런맥락에서 그들(독일군)의 참가는 의의가 깊다]고 말한다.

{자유} {평등} {박애}의 프랑스 혁명정신은 근대자유국가 건국이념의 근간을제공했고 오늘날까지도 {인권.민주}를 지향하는 각국정부의 {신선한 선의 의지}를 부추기는 버팀목으로서 실로 인류역사에 기여한 공로는 지대하다 할 수있다. 이날은 콩코드를 바라는 세계인과 유럽인들의 열망이 집약되어 독.불양국 화합의 첫단계로 양국군 퍼레이드가 거행됐으나 양국정상(미테랑.콜)은 유럽과 세계평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날 오후엔 폭죽터트리기등 기념행사가 불전역에서 열렸으나 이 행사의 열기는 이미 프랑스만의 열기가 아닌 유럽차원으로 비약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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