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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타인의 시간(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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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방은 신혼부부 같은 단출한 가정이 세 들어 살 수 있도록 외따로 부엌이딸려 있었다. 어머니의 일이 있기 두어 달 전부터 비어 있었는데, 아직도비어 있다. 우리는 그 방을 {검은 방}이라 부른다. 그 전에는 {꿈의 방}이었다. 주로 신혼 부부가 세들어 살았기 때문이었다.나는 아직도 그 방에서의 충격을 잊을 수가 없다. 꿈인들 그렇게 아뜩할 수있을까. 밤새 소리없이 내린 숫눈이 흐벅지게 눈자위를 채우던 새벽이었고,월요일이었다.아마 이제 그 방엔 영원히 사람 같은 건 살지 않을지 모른다.자세한 속내를 알면 누가 살겠는가. 그래서인지 그후론 방을 보러 오는 사람도 없다.

그렇긴 이층도 마찬가지다. 방 두 개와 주방이 딸린 이층은 얼마 전까지 주희네 가족이 살았다. 그들은 거기서 내리 사년을 살았다. 시청 공무원이었던주희 아빠는 일요일이면 가끔 바둑을 두자고 아버지를 찾곤 했다. 얼굴이납대대하고 살밑이 고왔던 주희 엄마와는 금슬도 좋았다. 사람 보는 눈이 까다로워 남 칭찬에 무척 인색했던 어머니도 주희 엄마만은 자주 입에 담으셨다.그 엄마는 바지런하고 알뜰하기로 유명했다.놀면 뭐하느냐고 주말이면 어디서 부업거리로 봉제감을 가지고 와 돌돌돌 재봉틀을 돌리곤 했다. 꼭 한가족 같았던 그들도 어머니 일이 있고 얼마 뒤 정들었던 그 곳을 떠났다.분양 받은 아파트로 이사가던 날, 나는 든든한 보호자를 잃은 것 같은 큰슬픔에 잠겼었다.

나는 가끔 가슴이 견딜 수 없을 만큼 울가망해지면 그 이층으로 올라가 바람을 쐬곤 했다. 자주 주희 남매가 뛰놀던, 자바라식 빨랫줄 밑에 서면 왜 그렇게 눈물이 나던지. 집도 사람의 체온을 먹고 일생을 사는 생명 있는 짐승인가.그리도 따사해 뵈던 주희네 집이 거대한 곤충류가 남긴 허물처럼 허망하고살풍경스러워 보였다. 군데군데 벽지도 찢겨지고 바람이 일렁일 때마다 허섭쓰레기들이 슬까스르는 방안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꼭 머잖아 닥칠우리 집의 암담한 미래를 보는 것 같아 자꾸 콧마루가 시큰거렸다.나는 책상 앞에 앉았다. 그리고 문방구에서 산 잉크와 만년필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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