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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왕

{왕}하면 무소불위의 최고통치자로 알고 벌벌 떨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물론 옛날 전제군주시대 때 일이다. 그러나 지금도 왕대접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바로 고객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고객은 왕이다}라고들 한다. 그래서 그런지 업소에서는 고객에게 온갖 편의와 친절을 베푼다.

그런데 TV 사극이나 소설을 보면 왕이라고 해서 자기 멋대로,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다 하지 못하는 장면들을 보게 된다.

수양대군이 집권에 성공한 뒤, 그는 어린 조카 단종을 죽이기 싫어서 신하들에게 이런저런 구실을 붙이며 사정을 한다. 제발 내 육친의 목숨을 앗는 명령은 내리지 않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신하들은 반드시 죽여 없애야 한다고 임금께 강청을 한다.끝내는 왕도 할 수 없이 신하들의 강청을 들어주고 만다. 왕도 법도와 전통적인 규례안에서 명령하고 집행한다.

그러나 지금시대의 {왕}(고객)들은 막무가내식 요구를 하곤 한다. 예금주도아닌 사람이, 비밀번호도 모르면서 예금한 돈을 찾겠다고 떼를 쓴다.언필칭 {고객}을 뭘로 아느냐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하도 기가 차서 응대해 줄 적당한 말을 찾지 못하겠다.

다음과 같은 웃음거리 얘기가 떠오른다. 어느 고객이 술을 잔뜩 마신 뒤 업주에게 소리를 질렀다. [오늘은 외상이요] [손님, 외상은 안됩니다] [고객은왕이요. 당신 왕에게 이럴 수 있소?] [네, 맞습니다. 고객은 왕입니다. 하지만 왕은 외상 술 안 마십니다]

품위와 예의를 지키는 사람이라야 왕으로 대접 받는다는 토막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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