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시려고 그랬을까. 작년 어버이날엔 유달리 작아 보이시던 어머니였다.우리가 번차례로 가슴에 꽃을 달아드릴 때 어머니는 한동안 넋을 놓고 아뜩히서 계셨었다. 그때도 큰오빠는 그런 일엔 무관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한달뒤에 있었던 내 열일곱 해의 생일 파티를, 어머니는 전에 없이 숫지게 마련해 주셨다. 내가 갖고 싶었던 원색 식물도감도 사주셨다. 평소 가까이 지내던몇몇 친구와 은유를 초대해 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요정처럼 간드러지는입김으로 촛불의 부드러운 속살을 흩일 때 나는 얼마나 행복에 겨웠던가.한잔의 짯짯한 사이다로 축배를 들고 우리는 석류알 같은 이빨을 자르르 쏟으며 깔깔댔었지. 은유는 나를 위하여 무얼 불렀더라? 어머니는 주방에서가끔 우리들의 노는 모습을 물끄러미 건너다보며 자지러져 계시기도 하셨지.옛날의 그 시절을 추억하듯이. 어느 순간엔 앞치마 자락으로 눈시울을 훔치기도 하셨던가? 이윽고 화려한 조명이 스러지고 서서히 무대의 막이 내려지듯이 조금은 아쉬운 눈망울로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환상처럼 번지던 공허.그것이 마지막이었다.나는 또 가슴이 울먹해지려고 해 얼른 시장속으로 빨려들었다. 나는 시계반대 방향으로 노량으로 돌면서 저녁과 내일 아침 찬거리를 샀다. 이제는나를 알아보는 시장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그들은 나를 숫제 자취하는 여학생쯤으로 여긴다.
나는 찌개용으로 대구, 두부, 무, 양파, 갖은양념을 샀고 밑반찬용으로 김치, 오이지, 쥐포를 샀다. 그리고 돌아나오면서 물 좋은 갈치 한마리도 샀다.나는 이제 물건을 살 때 값을 깎을 줄도 알고 토마토나 과일 같은 걸 살때는 값을 치르면서 덤으로 한두개를 살짝 장바구니에 넣을 줄도 안다. 여자는손이 짜야 한다는 어머니의 말씀을 충실히 이행하는 장한 딸처럼. 밉지 않게 애교를 떨며 살짝 한개를 더 집으면 대개 주인은 정색을 하며 손사래를치지만 나의 귀염성있는 너울가지에 그예 녹아나고 만다. 학생은 돌자갈 밭에 내놓아도 보란 듯이 꾸미고 살겠어. 그럴 때는 칭찬인지 비아냥거림인지모를 가게 주인의 말이 손 끝에 달라붙는다.
시장 입구에서 나는 아이스콘을 사서 소영에게 주었다. 덕분에 나도 하나를까먹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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