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어드는 저녁-8아버지의 자살 소동은 그러잖아도 힘겨운 우리의 어깨 위에 돌멩이를 하나더 얹는 부담을 안겨 주었다. 아버지를 감시하는 일이 그것이었다. 그 짐을주로 작은오빠가 맡고 있지만 가끔 오빠와 교대하여 내가 맡을 때도 있었다.아버지 곁에 앉아 책을 보거나 라디오를 듣고 있으면 우리 집 안에 짙게 깔려 있는 어둠이 그대로 손에 잡힐 듯 했다.
그 일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한 달도 안 돼 일어났다. 마침 고모가 문병을 온 날이었고, 큰오빠와 다툼이 있었던 날이었다. 그 일은 우리에게 적잖은충격을 심어 주었다. 만일 그날 고모가 오셔서 주무시지 않았다면 우리는속절없이 아버지를 잃을 뻔했었다. 고모의 비명소리를 듣고 우리가 영문을 몰라 달려갔을 때 아버지는 혀를 깨문 뒤였고,아버지의 입꼬리 아래로 실낱 같은 피가 금을 긋고 있었다. 다행히 그 상처가 깊지 않아 우리는 다시 아버지를 얻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지켜야겠어]
아버지로부터 다짐을 받고도 미심쩍었던지 작은 오빠는 그렇게 입술을 질끈깨물었었다. 검은 방의 폐쇄와 화장실 도어록을 망가뜨린 것은 그 중얼거림이 있고 난 직후였다.
찌개 냄비가 하얀 김을 발산하여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나는 수족관의 금붕어들에게 모이를 주고 찌개의 간을 보았다. 작은오빠가 젖은 머리를 손으로털며 화장실에서 나왔다.
나는 아버지께 드릴 녹두죽을 데워야 할지 어떨지를 몰라 작은 오빠를 건너다 보았다. 아버지는 줄기차게 눅두죽만 드셨다. 다른 것은 아무리 들이밀어도 굳게 다문 입매로 고개만 가로 저을 뿐이었다. 녹두죽은 어머니가 잘 쑤었었는데, 그래도 아버지는 언니나 내가 요리 책을 보고 쑨 녹두죽도 고맙게잘 잡수셨다. 그러나 수저와 식기를 따로 사용하는 옛날 버릇은 여전하였다.[그냥 주무시도록 두는 게 좋겠어. 오늘 낮에도 줄곧 그러시고 계셨어]작은 오빠가 나의 기분을 눈치챘는지 내가 묻지도 않았는데 친절히 대답해주었다. 그때까지 오빠는 그 메시지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었다.나는 서둘러 밥을 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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