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제네바 대사의 고충

허승 제네바대사는 요즘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남다른 숨은 고충이 있다. 비록 자신이 직접 관여하지는 않지만지난달 23일부터 제네바에서 벌어지고 있는 북.미협상이 자꾸만 평행선을 그으면서 협상분위기가 교착상태를 못벗어난데 대해 일말의 불안감을 느끼며 6일 재개되는 수석대표회담에선 해법이 도출되기를 바라는마음 어느 누구 못지않다.이와함께 그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또다른 특명이 한시도 방심할 수 없는중압감을 안겨주고 있다.

그것은 오는 12월로 예정된 WTO(세계무역기구)사무총장직을 우리나라 김철수상공부장관이 차지하도록 최대한 지원하라는 것.

이 특명은 오랜 외교관 생활 가운데 자신에게 드리워진 가장 중차대한 국가명령이자 극복해야할 절대절명의 과제라고 허대사는 말한다.그러나 허대사는 지난 6.7월때만해도 유리해졌던 판도가 최근들어 상당히 불리해진 형국을 걱정하고 있다.

그가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은 각국마다 블록단위로 결속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소속블록이 없기때문에 그만큼 맨투맨식 저인망 선거운동을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는 것.

현재 블록단위 국가표 수를 보면 유럽(EU한표와 동유럽포함)은 29표 아시아17표, 미주지역 22표, 아프리카 24표, 중동 7표이지만 경합자인 살리나스 멕시코 대통령은 미주지역에서, 루지에르등 유럽경합자는 유럽지역에서 집단적으로 지원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 김장관의 경우 소속지역인 아시아에서까지도 어느국가도 앞장서서 분위기를 조장하는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어 그만큼 타후보 선거 운동원보다 수배의 정력과 노력을 쏟아야만 한다는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유럽후보들의 난립이 그런대로 자위할 수 있는 변수이지만 이마저 통합되어 단일후보로 나서고 미국이 지원하는 살리나스후보가 유럽후보와 의견을 조율해 다시 미.유럽 단일후보가 나서면 김장관의 패배는 불을 보듯 뻔한 이치다. 이런 추세에 아랑곳하지 않고 허대사는 요즘 들어선 아프리카.중동대사들을 집중적으로 방문해 이제는 개도국과 후진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진정한 대변인이 {한국의 김장관이 아니겠는가}라고 목청을 돋구어 그런대로 효과를 보고 있다고 자평했다. 마지막 50여일 남은기간 제3세계 표를 끌어모으기 위해 분골쇄신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오늘도 공관을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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