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타인의 시간

[그건 내일 생각하고 좀 누워. 언니가 올 때까지 내가 지키고 있을게. 빨리,응?]나는 작은오빠의 손을 잡아당겼다. 나의 손에 이끌려 작은오빠가 마지못해일어났다. 어깨가 축 처진 작은오빠가 일순 비틀거렸으므로, 나도 모르게 작은오빠를 꽉 껴안았다. 꼭 작은오빠가 나 때문에 간신히 버티고 서 있는 나무같았다. 오빠의 가슴은 여전히 따뜻했지만, 그럴수록 나의 설움은 뜨겁게 솟구쳐 올랐다. 나는 어깨를 들썩이며 애원하듯 말했다.

[오빠 제발 힘을 내. 오빠마저 쓰러지면 안돼. 오빠가 우리 집 마지막 보루야. 오빠도 알지?]

멀뚱히 서 있던 작은오빠가 천천히 손을 들어 내 어깨를 다독거려 주었다.그리고 가만히 말했다.

[네게 약한 모습을 보여줘서 미안하다. 걱정 마. 난 안 쓰러져. 며칠 잠을설쳐 그럴 뿐이야]

[아침에 메시지를 보내줘서 정말 고마워. 아까부터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 기회가 없었어. 그걸 받고 얼마나 감격했다고. 영원히 안 잊을게][실은 하루종일 네 걱정만 했어. 그 땜에 마음이 심란해 공부가 안 될까봐서.하지만 내년에는....]

작은오빠도 그 대목에서 그만 울먹해지는지 더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내가 다음 말을 이었다.

[웃으면서 꽃도 달아드리고....]

[젤리를 믿고 조금만 참자]

고개를 끄덕이는 나의 등을 작은오빠가 가만히 어루만지고 있었다. 나의 부추김이 다소나마 힘이 되었던지 이윽고 안방으로 들어가는 작은오빠의 걸음새가 조금 든직해 보였다. 나는 작은오빠가 아버지 곁에 눕는 것을 보고서야 다시 거실로 나왔다. 아버지는 곤한 잠속에 빠져 있었다. 숨소리도 고르고 표정도 평온해 보였다. 저렇게 푹 귀잠을 주무시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기지개를 켜며 일어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나는 아버지의 얼굴을 들여다보는순간 그런 생각도 했다.

-승혜야, 아직 밥 덜 됐냐. 우리 승혜도 이제 제법이더구나.생각도 많이 어른스러워졌고.

내일 아침이면, 나의 메시지에 감동한 아버지가 그렇게 너스레를 떨며 여상스레 안방에서 나오실 것만 같아 나는 눈시울이 뜨끔해졌다. 그건 상상만으로도 가슴 벅찬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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