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요경제-지역 섬유업계 CAD CAM 준비조차 감감

최근의 패션은 다양한 색상과 복잡한 디자인이 특징이다.그러나 소비자들의 이런 욕구를 만족시키기는 쉽지않다.지역섬유업계가 전산작업 시스템인 CAD(컴퓨터 디자인)CAM(컴퓨터 생산)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이 두가지 시스템은 제품규격화,다양화,대량생산을 위한 필수품이다.그러나지역에서 이 시스팀을 도입한 업체는 주로 염색업체인데 (주)갑을,조방나염,서도염직등 극소수.보편화에는 상당한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CAD, CAM은 한마디로 섬유디자인을 디지털화하여 처리하는 방식이다.디지털처리는 디자인의 스캐닝으로부터 시작된다.전문가가 그린 염색용 밑그림 원판을 넣으면 컴퓨터가 모양과 색깔을 읽어낸다.수채화형 색조는 물론 도안실에서의 원색디자인등 어떤 형태의 원본에서도 스캐닝이 가능하다.무려 3만2천가지의 색을 정확하게 구분해 낼수있다.이것을 단순화시키면 2백40가지 색상으로축소시킬수도 있다.

화면에 나타난 밑그림을 바탕으로 작업이 시작된다.그림의 모양을 마음대로바꾸어본다. 밑그림의 위치를 옮겨본다. 확대, 축소도 해본다. 심지어 그림 자체를 수정할수도 있다. 무늬를 반복시키기도하고 색상을 분리해서 정밀하게 검토할수도 있다.불과 몇분이면 새로운 디자인이 화면에 나타난다.전문 디자이너가 오전내 작업해야할 것을 순식간에 해치운다.

디자인이 결정되면 화면을 통해 이색깔 저색깔로 가상 염색을 하면서 좋은 빛깔을 찾아낸다.수십명의 염색공 손을 거쳐야 할 작업이 단 몇분이면 모니터에서 훌륭한 결과를 얻을수 있다.바로 '디자인과 염색의 혁명'이다.봉제업계도 마찬가지다.옷모양 밑그림을 컴퓨터에 입력시켜 놓고 원단을 넣어주면 알아서 재단을 해준다.가위를 든 재단사가 필요없어 인력절감은 물론 대량생산이 가능해진다.밑그림 모양을 약간씩 변형시키면 다품종 소량생산도 쉽게 해결된다. 패션업계는 이같은 시스템이 더욱 절실하다.

화면에 나타난 모델에 여러가지 패션을 입혀본다.치마길이를 조정해 보기도하고 웃도리 모양도 바꾸고 소매길이,칼라모양,스카프도 두르게 하면서 한폭의멋진 앙상블을 찾아낸다.화면속 패션모델과 함께 화려한 '패션쇼'를 즐기며 창의성을 마음껏 발휘할수 있다.

CAD, CAM도입은 대구를 '세계 제1의 섬유도시'로 만들기위한 첫걸음이다.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간단치않다.

대구지역의 섬유가 선진화되지 못하고있는 중대한 이유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할수 있는 패션·염색기술이 낙후돼있기 때문이다.이렇다보니 자체 브랜드를갖고 세계시장을 두드릴 능력이 부족하다.할수없이 지역섬유업계는 몇년전부터'코지호'라는 공동브랜드를 개발, 미국 애틀랜타에 진출하고 있다.가격경쟁력이 높아 미국 의류시장에서 호평을 받고있지만 생산이 늦어 제때물건을 공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똑같은 의류 2백~3백벌을 며칠만에 만들어낼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대량생산 체제가 안돼있다는 얘기다.그래서 대구패션업계에서는 현재 CAD, CAM의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패션조합은 지난주 동경의 의류업체 간부를 초청,지역섬유업계 현황을 설명하고 전산화의 가능성을 타진했다.일본 전문가가 내린 결론은 '한국 의류업계는 전산화가일본에 비해 25년정도 뒤져있다'는 것이었다. CAD, CAM이야 2억~3억원이면 도입할수 있지만 문제는 전산화를 위한 준비작업이 전혀 안돼있다는 점잖은 충고까지 받았다.작업환경 열악,기술자 홀대,장인정신 결여등이 지적됐다. 전산화시스템 도입과 함께 섬유인들의 의식도 선진화돼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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