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이대표의 초강경투쟁선언

이기택민주당대표가 12.12관련자 기소 관철을 위해 자신의 국회의원직사퇴를선언하고, 14대국회의 해산과 조기총선실시를 요구함으로써 12.12정국은 새로운 긴장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이대표가 당대표직을 그대로 가지고12.12장외투쟁을 계속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여야관계의 형식적 틀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정치적 공방은 더 격렬해지고 민주당내부의 계파갈등도증폭될 전망이다.이에따라 정치권은 당분간 혼란과 혼미를 겪게 될 것으로 보이나 향후 정국의 전개방향은 쉽사리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같은 이대표의 강경선언에 대해 여당의 대응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변수는 민주당내의 당론이 이대표쪽으로 모아질 것인지에 있다. 이대표의 의원직 사퇴는 14대국회가 률곡사업을 비롯한 3대의혹등 각종비리나 법질서문란행위에 대해 아무런 역할도 못했기 때문에 국회조기해산을 요구한 것과 같은 문맥의 행동으로 읽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그것은 의회를 떠나 장외투쟁의 외길로 강행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시사하는 것으로도 짐작케 한다. 그러나 의원직사퇴 자체가 가지는 의미가 강한 힘을 받게 되려면 민주당의 당론이 이대표의 의회를떠난 장외투쟁과 14대국회해산에 얼마나 동조할지에 달려있다.이대표가 이번에 선언한 자신의 투쟁노선이 자폭적 성격을 가지는 것도 당론의 뒷받침을 받지 못할 경우 배수진으로 친 의원직사퇴의 자충수에 걸려 정치생명에 치명상을 입을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문제가 얼마남지않은 전당대회의 당권경쟁에서 결정적 작용을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역설적으로는 이대표가 당내입지의 획기적 강화를 가져올수 있는 승부수로도 평가할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내 일부계파는 이미 장나외병행투쟁을 주장하고 있고 아직도민주당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김대중씨마저 이같은 병행투쟁을 지지하는 입장이고 보면 이대표가 전폭적인 당론의 뒷받침을 받기는 어려울것 같다. 그럴뿐 아니라 김영삼정부 출범후 많은 실책을 범한것은 사실이나 헌법에 없는 국회해산이나 의회주의방법이 아닌 장외투쟁에 동조하는 국민은 그렇게 많지않을 것이다. 물론 이대표가 주장하는 12.12반란자 기소주장이나 각종비리나 법질서문란행위에 대한 국회의 무능에 대한 질책이 타당성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그것을 시정시키는 방법이 의회주의를 버리고 장외투쟁의 외길만 선택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더욱이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적 상황이 북.미협상타결, WTO가입문제등으로 정치권의 선도적 역할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기에 국내의 예산안문제등 산적한 민생문제를 접어두고 장외정치투쟁노선을 표방한것은슬기롭다고 할수없다.

이대표가 이만큼 강경해진데는 여당의 정치력빈곤에도 원인이 있다. 국가와민족의 운명이 좌우되는 중요고비에 이대표방식의 투쟁이 국익에 결정적 손상이 오지 않도록 여야의 대화와 타협노력이 더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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