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악성-웃는 얼굴과 웃는 정치

중국 상해의 옥불사에는 전신이 한개의 옥으로 만들어진 와불상이 있다.국보적인 문화재인 이 옥불이 문화혁명당시 홍위병들의 파괴 공격대상이 되자 절을 지키던 스님들이 옥불의 보전을 위해 고심끝에 기상천외의 포장을했다.포장지는 아이러니컬하게도 바로 홍위병들의 정치 대부인 모택동의 사진이었다.

옥불을 모신 나무상자위에 사방 모택동 사진을 겉포장해 씌운 것이다.옥불을 꺼내 깨부수려면 먼저 모주석의 사진부터 찢어내야 했던 것이다.'국보급의 귀중한 보물이어서 위대하신 모주석님의 존영으로 영광스레 쌌다'는 스님들의 해명이 위장된 모면책임을 알았더라도 홍위병들로서는 감히 주석의 존영에 죽창을 들이댈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살아남은 옥불사 불상은 세계 각국의 정상들이 상해를 방문할 때마다반드시 관람시키는 명물로 남아있다.

소위 존영으로 불리는 지도자의 사진의 권위가 혁명의 와중에서 문화재를 구해낼 만한 영향력과 힘을 가질 수도 있음을 보여준 일화다.청와대가 갑자기 오는 연말까지 전국의 모든 관공서와 군부대등에 김대통령의 '존영'을 새것으로 바꿔 걸도록 할 모양이다.

교체이유는 현재 게시된 존영의 표정이 '굳어있는 표정'이어서 '부드럽게 웃는 표정'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지도자의 이미지를 이왕이면 부드럽게 '웃는 얼굴'로 심어주겠다는 속뜻은나무랄 것 없다.

적잖은 예산이 소모되기도 하겠지만 애초부터 웃는 사진으로 할 것이지 연말연시 뒤숭숭한 때에 사진 바꾸기나 하고 있을게 무어냐는 속좁은 핀잔을 할것도 없다.

근엄한 표정이든 웃는 얼굴이든 동사무소 같은데 가서 지도자의 사진을 보고 누구나 친근감과 존경심이 우러나게 할 수만 있다면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방 웃을거리는 보이지 않고 온통 얼굴 찌푸려지는 사건들만 터지는데 존영혼자 웃고 있다고 사천만이 덩달아 따라 웃을수는 없는 노릇임은어떻게 해야하나.

사진틀속의 미소띤 얼굴을 만들기 전에 국민들부터 먼저 웃도록 해야한다는간단한 순리를 잊었던 것일까. 백성은 찡그리고 있는데 지도자 존영만 웃는얼굴을 하고 있다면 아무래도 정서적인 궁합이 맞질 않는다.정치판 분위기를 보나 끝간데 없이 터지는 도세사건을 보나 지금 우리가 웃게 생겼느냐는 생각을 떨칠수 없는 상황에 빠져있다.

솔직히 너도나도 웃을 기분 안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있는 것이다. 아파트주차장 기둥까지 부서지는 판에 '그래도 주차는 웃으면서 하자'는 얘기도 아닐테고 억지로 웃으라면 냉소나 고소밖에 나올 웃음이 없다.그만큼 마음들이 메말라져 있다.

그런 분위기속에 갑자기 존영만 웃는 얼굴로 바꾼다니까 웃음을 잃고 멍하게있던 민초들로서는 또한번 멍-해지는 것이다.

이왕지사 웃는 얼굴의 존영으로 바꾸기로 했다니까 그 사진을 쳐다보며 살아야 하는 쪽에서도 할말 좀 해보자.

한마디로 우리도 같이 좀 웃고 살도록 해보라.

국민이 먼저 웃을 수 있게 만들어 놓고 그 다음에 지도자가 웃는 것이 옳은순서다. 지금은 국민을 우울하고 피곤하게 만든 통치력의 무력함을 고뇌하고괴로워하는 표정이 차라리 더 어울리고 공감될지 모른다.

국회가 제자리로 돌아가고 북핵 경수로 부담 같은 예민한 사안이 납득될 단계까지 마무리되고 대형사고의 불안이 가셔지고 민생이 어느정도라도 안정될때까지는 절대 국민보다 먼저 웃지 말라.

존영에 대한 시비가 아니다. 모택동 사진을 찢지 못해 불상을 보존해내듯,지도자의 존영의 권위가 국민감정과 일치되고 존경받게 될때 비로소 웃는 얼굴이든 굳은 얼굴이든 존영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쳐다보는 쪽이 혼자웃는 존영을 우러러 보지 않고 그 웃음을 공감하지 못하면 존영은 오히려 참권위를 잃게 될뿐.

부디 대통령의 웃는 얼굴이 친근하고 존경받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웃는정치'를 이끌어내기를 간절히 바란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